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monkeystar Nov 08. 2023

36살에 사랑이 하고 싶다.

그러나 나 자신도 책임 질 수 없는 세상이 두렵다.

최근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아르바이트로 하게 되었다. 

본업이 물론 있지만 하루 2시간 정도 할애하여 새로운 일을 하게 되자 삶에 더 활력이 솟았다. 

혼자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지면 적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기쁨이 새로 생겼다. 

그러면서 나도 저렇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3-4개의 학원을 다니던데 대강 30만원씩만 하더라도 100에서 120만원 이런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두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누군가 결혼이야기나 남자친구 이야기를 물어보면 관심이 없다, 눈이 높다고 둘러대곤 하지만 사실은 두려움과 걱정 때문이다. 내나이 36살 두달 후면 37이 된다. 


노산이라고 놀림 받기도 하고,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으면 화도 나지만 사실이거니 하고 그냥 분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다. 


일찍이 대학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꼬박 꼬박 월급을 받아 적당히 투자와 자산을 불렸으면 현금 1억은 보통 갖고 있을법한데, 


내 힘으로 갔다온 유학과 무리하게 벌인 사업으로 현재 통장에는 마이너스가 찍혀있었다. 창피해서 어디가서도 말을 못하는데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는게 우습다. 


버는 족족 생활비와 빚을 갚기 위해서 돈을 모으고 있고, 내년 청약을 위해 까먹지 않게 계약금을 온전히 보존하려 지방임에도 차없이 걸어 다니고 있다. 


미국에 있을때는 매주마다 먹던 와규 스테이크를 이젠 냉동 닭가슴살을 삶아 스테이크를 대신하며 먹고 있고, 커피 값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캡슐 커피를 찾아다니거나 집에서 아빠의 캡슐들을 당당하게 가져오곤 한다. 

미국에선 입에도 안대던 싸구려 음식들을 입에다 갖다 대며 불어나는 살을보니 가끔씩 우울감에 빠지다가도 다시 잡코리아나 김과외를 뒤적이며 어떻게든 돈을 더 벌 궁리만 하고 있다. 


이런데 무슨 연애나 결혼이냐 요새 남자들도 얼마나 약았는데 이런 상황인 내가 결혼을 언감생심 꿈꾼단 말인가. 20대를 열심히 보낸 변호사 친구는 일년만에 일억가까이 모아 지방의 작은 아파트를 산다는데 난 뭐했나 비교하다가도 살길 찾아서 도전하자라는 생각만 든다. 


나이 50대라도 사랑에 눈물흘린다는데, 나는 이 젊은 나이에 뭘하고 있나 싶다. 20대의 두려움 없던 연애는 더이상 어려운걸까? 


주위에선 기다리면 좋은 사람이 나타날꺼다 니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라고 말한다. 사주를 보러가면 결혼은 항상 2년 후에 한단다. 인연이 몇월 몇월에 들어온다는데 항상 맞았던 적이 한번도 없다. 


다들 배우자를 만나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말 나에게 인연은 다가 올까? 왜 새끼손가락에 빨간줄을 걸어서 네 짝이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는걸까? 수없는 시행착오와 노력을 해야 만이 얻을 수 있는것이 인연 아닐까? 


선이나 결혼정보회사 소개팅을 통해서 결혼한 케이스도 많지만 심심치 않게 헌팅이나 클럽 소개팅앱을 통해서 결혼한 사람이야기도 귀에 들리는데 그런건 특이 케이스인걸까? 


20대 첫사랑처럼 연애하고 싶다. 계산도 할필요도 없고, 경계나 걱정도 할 필요 없이 닫은 마음을 열때까지 용기가 필요한 그런거 말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안심이 되는 그런 연애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