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다음 날 바로 여행을 떠났다.
강릉행 KTX에 올랐다.
회사 생활에서 얻은 불안장애로 고속버스와 비행기를 제외하고 기차를 선택했다. 멋지게 해외로 떠나고 싶었건만 이런 것이 내 발목을 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꽤 긴 터널을 몇 개 지났다.
어둠, 빛 다시 어둠.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다시 일상의 풍경이 나타났다.
그렇다. 난 3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난 것뿐이다.
터널을 지난 뒤 아름다운 하늘과 너른 벌판을 만났듯
언젠가 다시 어두운 터널을 만나겠지.
지금은 일단 일상의 아름다움을 즐기자.
흘러가는 것이니까.
그게 삶이니까.
그곳에서 보낸 3년이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하든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이제 몇 개월 쉬는 동안 내가 할 일은
하고 싶은 것 하기.
하기 싫은 것 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