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겨진 방에서
49일 만에 검은 옷을 다시 입었다. 일찌감치 출발했고 이르게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다 사천왕께 합장. 지난번에는 경황이 없어 오르지 않았던 칠성각과 몇 해 전 화재에 소실된 본당과 사리탑이 늘어선 언덕까지 돌아보았다. 멀리 보이는 저수지 풍경에 마음이 열리는 듯하다. 시각이란 아니 마음이란 얼마나 얄팍한가 싶다.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은 어둡다. 다정하고 부드럽게 어둡다. 칸칸이 놓인 수십 명의 위패와 유골함은 파노라마 같다. 1990년생 청년과 두 아이를 남겨둔 채 미소 짓고 있는 엄마, 아주 오래전 찍은 듯한 흑백 사진까지 저마다 알 수 없는 생을 이야기하는 스토리로 채워졌다. 글을 썼을 법한 한 남자의 칸에는 누가 넣었는지 모를 서재 사진이 들었는데 칸마다 들어찬 책은 빼곡하지만 풍경은 단정하다.
49재는 망자가 일곱 번의 심판을 받고 드디어 갈 곳을 정하는 날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죽음 이후에 또 홀로 책임져야 할 생의 대가가 있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두 시간 반 동안 앉았다 서고 머리를 조아리고 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궁금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불던 바람이 되었나, 향기도 없이 고운 나비가 되었나, 오늘 갑자기 내린 비일까. 아니면 모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