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명백히, 사기입니다!

by 이향

지성이면 감천이던가!

열심히 집을 찾던중 웹사이트 한곳에 눈이 멈췄다.

한달에 $ 2xxx.00금액이라는 눈에 띄는 액수. 앗! 내가 딱 적당하다고 예상했던 금액이었다.


회사에서 다소 먼거리에 위치한 도시이지만, 단지의 주변환경이나 집상태가 만족스럽다면 출퇴근 고생은 이미 각오가 되어있는 터였다.


토요일 이른 아침, 둘째 아들을 깨워 서둘렀다. 마침 날씨는 화씨 90도를 육박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중이라, 오늘 가봐야 하는 동네는 더더욱 더운 곳이니 일찍 서둘러 집을 보겠다라는 계획이었다.


채 잠이 깨지 않은 둘째를 옆에 앉히고 프리웨이를 달렸다. 꽤나 달렸는데도 도착하지 않은것을 깨달았는지 아직도 더 가야하느냐고 묻는다.


“ 음, 조금만 더 가면돼~”


그렇게 집에서 40분이상을 달려 도착한 동네. 내가 미국에 처음왔을때 살던 동네에서 아주 가까운 동네이다. 벌거숭이 대머리산 Mt. Baldy가 한눈에 올려다뵈고, 유명한 대학교가 지척에 있는 산비탈위의 단지였다. 겨울에 Mt. Baldy산정상위에 고깔쓰듯 눈이 덮히면 경치가 기가막힐 터였다.


'아, 여기인가 나의 새 보금자리는? '


첫인상조차 맘에 드는 나와 아들은 한동안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더운 동네이지만 단지내에 나무도 울창하고 유닛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맑고 쾌적한 단지라는 인상이 들었다.

KakaoTalk_20250725_164222638.jpg 깔끔한 부엌이 눈에띄는 유닛
KakaoTalk_20250725_164222638_01.jpg 새로 리노베이션한 플로어가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유닛

예상했던대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콘도미니엄식의 유닛들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일일히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것외엔, 딱히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에 이사올때 짐을 올리는게 어렵겠다라는 예측은 되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곧 마주하게되는 깔끔하게 단장한 부엌과 스토브며, 아들과 나의 짐을 풀어놓기에 적당한 크기의 거실과 구비된 2개의 화장실, 그리고 2개의 차량을 단지내에 주차할 수 있는 유닛들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아주 적당한 단지였다.

KakaoTalk_20250725_164449148_02.jpg 베란다에 떨어지는 낙엽도 멋진 낭만으로 느껴졌던 자연친화적인 유닛

‘앗!...이거 진짜 내가 원하는 유닛 딱 그거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단박에 맘에 드는 유닛을 찾았다.

무엇보다, 겨울이 되면 매주말 스키트립을 떠나곤 하는 내가 집안에서 장비를 꺼내서 곧바로 차에 싣는것이 용이한 유닛이었다. 그리고 집 뒷마당에선 대학교 캠퍼스와 단지 밑으로 지나는 프리웨이가 곧바로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까지 있는 유닛이었다.


이 단지 1층에 위치한 대부분의 유닛는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거실과 통하는 어느 정도의 프리이버시가 제공되는 뒷뜰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것. 그래서, 장을 보거나 짐을 들고 날때 매우 용이하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맛볼 수 없는 흙과 나무가 있는 자연의 풍경을 뒷뜰에서 제공받는것은 내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지내에서 입주 가능한 유닛들을 찾느라 더운 날씨에 제대로된 음료수하나 챙기지 않은탓에 고생을 했다. 그래도 유닛들이 맘에 드는것이 꽤 있는터라, 조금만 더 보고 가자고 아들을 다독여 10개가 넘는 유닛들을 오전 내내 찾아서 돌아보았다. 에이전트가 unit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것이 아니라 앱을 통해 내가 직접 코드를 넣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는 형식의 self touring course는 맘대로 내맘대로 집을 볼수는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초과하면 코드가 먹통이 되어 다시 받아야 하거나,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구역에선 앱이 작동되지 않기 일쑤였기에, 10개가 조금 넘는 집들을 보는데 오전을 통채로 쓸 수 밖에 없었다. 아들과 함께 녹초가 되어 스타벅스에서 음료 한 컵씩을 사서 집으로 가는길 에이전시에 연락을 했다. 내가 꼭 맘에 드는 유닛이 2개 정도 있으니 Application 을 작성하면 되는지를 문의했다.


곧바로 내게 링크가 보내졌고, 아들과 나는 급한 마음에 운전을 하면서 아들을 시켜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Application 을 쓰기위해 우리가 맘에 드는 유닛을 정확하게 찾는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같은 유닛 No로 표기하면 될것을 application 에서 보여주는 unit NO는 또다른 Reference NO. 어찌 어찌 찾아 작성을 시작하려는 찰나...

‘헛!!!!~~’.


가격이 무려 3천불이 넘는것이었다. 이게 무슨??????


전화를 돌려 에이전시와 통화를 했는데, 에이전트의 말인 즉슨.

웹사이트에 나온 가격은 Basic start rate이고, 각 유닛별로 뷰나 유닛의 특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그럼 왜 가격대를 웹사이트에 그렇게 올려서, 1시간 가까이 굳이 나같은 서민을 오게 만들었느냐고..소리치고 싶었지만, 미련한 내 잘못이었슴을 이내 깨달았다.


일반 가격대도 있고 유닛별로 다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것이었다. 마음이 급하고 환경이 좋은 곳이라는 유혹에 다른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내 미련함의 결과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침 일찍부터 열일 제치고 그 더위에 아들과 고생하면서 유닛들을 찾아다니고 전화기를 붙들고 씨름했던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 오후 내내 나를 괴롭혔다.


법적으로 문제되는 사기는 결코 아니지만, 내 입에서는


‘이런 사기빨~ 광고는 법적으로 혼을 내던가….해야돼!’ 라는 말이 몇번이나 튀어나왔다. 엄마를 따라가서 함께 고생한 아들은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미련함을 어느정도 동의하는지, 날 위로하는 대사는 한마디도 날리지 않았다.


그날밤, 밤늦도록 짐을 싸는 대신, 변변치 않은 안주에 소주를 몇잔 들이켰다.

KakaoTalk_20250801_165703368.jpg 안주가 너무 허접하지만 소주는 매우 달다. ㅎㅎ

‘아들!..오늘은 엄마가 우울해서 짐이고 뭐고, 그냥 취해서 어디다가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해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