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이설리스 (첼로) & 코니 시 (피아노)
막은 내렸지만, 음악은 여전히 흐른다.
연주회를 다녀온 후 가장 깊이 남은 순간들을 함께 들여다본다.
첼로와 피아노,
아직 오지 않은 서늘한 가을빛 위에
뜨겁게 번지고 부드럽게 스미는 연서를 수놓았다.
그 음들은 서로의 숨결을 파고들며,
무대 위를 한 편의 시처럼 물들이고 있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어제는 입추였고,
오늘은 러시아 작곡가들의 첼로 소나타가 무대 위를 채웠다.
홀 안으로 번져오는 첼로의 울림은,
멀리서 밀려오는 가을바람의 서늘한 숨결처럼
여름의 끝을 조용히 재촉하고 있었다.
쇼스타코비치, 카발렙스키, 라흐마니노프
겉으로는 쓸쓸하고 고독한 얼굴을 하고 있으나,
그 깊은 심연 속에는 불길처럼 타오르는 격정이 숨어 있다.
그러다 불현듯, 얼음 위에 번쩍이는 칼날 같은
러시아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반짝인다.
피아노와 첼로는
때로는 부드럽게 감싸고, 때로는 격렬하게 맞부딪치며
하나의 풍경을 완성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소나타의 3악장에서,
두 악기는 서로를 향해 연시를 주고받는 연인처럼,
숨결과 숨결이 맞닿은 한 편의 서정시가 되었다.
이렇게 그 화음의 어울림은 잠시나마
무더운 여름을 잊게 해 주었다.
공연이 끝나 홀 밖으로 나오니
공기는 여전히 후덥지근했지만,
내 마음에는 이미 서늘한 가을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DMITRY SHOSTAKOVICH Sonata in D minor op. 40
Petar Pejčić, cello / Tatiana Chernichka, piano
https://youtu.be/vkO9uD_10eo?si=CsD0QTwPcqF16KkU
Sergey Rachmaninov (1873-1943)
Sonata for cello & piano in G minor, Op. 19 (1901)
Nikolai Lugansky, piano / Gautier Capuçon, cello
https://youtu.be/KkcJBjuCuPY?si=cb5jIg_Cl3zubV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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