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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초록 속에 스며든 산자의 찬가

토산 소백 능선의 부드러움…

by 헬리오스 Oct 28. 2024

지난 5월에 다녀온 소백산 산행기다.

적어놓고 미처 올리지 못했는데 며칠 전 거친 북한산 숨은벽의 단풍을 보니 순한 토산의 초록 산그리메가 생각 난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올려본다.

올 겨울에 소백의 설산에서 다시 만나리라..


처음 오른 소백산은 여인의 품처럼 부드럽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1300미터 이상의 고봉이 줄지어 있지만 날카롭고 험한 암산이 아닌 순한 토산이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의 능선구간은 5월 말에 철쭉꽃이 절정이라 산중화원이라 불린다. 진달래꽃이 사위어가고 철쭉꽃이 온다 하여 소백산으로 간 산행이지만 올해는 냉해 탓에 철쭉꽃이 없다. 군락지의 꽃을 보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지만 능선줄기에서 내려다보는 저 먼 산들의 초록물결은 그런 아쉬움을 단박에 잊게 만든다..


융단을 펼친 듯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의 나무와 풀은 단연코 오늘 소백의 주인이다. 형형색색 단장하고 한철 찾아오는 꽃은 객이다. 그래서 객이 없어도 주인 맘이 넉넉하면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오늘의 소백이 그랬다.


나는 짙은 초록에서 저 멀리 희미해져 가면서 한 겹 한 겹 포개지며 사라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는 맛을 좋아한다. 오직 이런 부드러운 능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광이다. 능선 위 하늘은 때때로 푸르고 구름은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은 음악처럼 흐르며 능선길에서 내려다보는 산줄기들은 층층이 깊고 굽이굽이 물결친다.


소백산 오기 전 비로사 쪽에서 올라오는 비로봉 연화봉 코스와 희방사 쪽에서 가는 연화봉 비로봉 코스를 놓고 고민을 했다.

역시 희방사에서 올라오길 잘했다.

2.5킬로의 고갯길을 올라올 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몸은 내려가라 하고 마음은 밀어 올린다.

이런 산행이 좋다. 치고 치고 올라와서 숨을 돌리고 천천히 보면서 능선길을 따라서 걷는 이런 산행이 좋다.


산을 오를 때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올랐다.

누군가 그랬다. “살아 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등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이라고.  저 아래 저 너머에 있는 작은 마을이 아득한 피안의 세상처럼 보인다. 저기 서 있을 때는 수라장이던 세상이 이렇게 올라오니 피안의 세상이구나. 인간의 마음이 이토록 눈앞에 보이는 것에 간사하구나. 내려가기 싫다. 여기서 그냥 신선이 되고 싶다.

이 와중에 살아남아 꽃잎을 피운 작은 들꽃들은 그저 대견할 따름이다.


* 인용구는 곽재구 시인의 글이며, 사진은 함께한 친구와 내가 찍은 것들이다.


#소백산 #토산 #희방사 #연화봉 #비로봉 #등산 #산행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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