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항에서 호갱 당할뻔한 썰
"그래 그럼 20유로만 할게. 근데 너 확실해? 부족할 텐데? 진짜 더 필요 없어?"
그가 재차 확인했다. 내가 호갱(호구 고객)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는 심산이었다. 여기서 당하면 안 된다. 확신에 찬 눈동자로 간결하게 대답했다.
"응. 충분해"
보통사람이 사는 이야기 15화
프라하에 도착했다. 체코는 유럽국이지만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체코는 코루나(CZK)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환전을 한다. 나는 코루나를 사기 위해 체코 공항 환전소로 향했다.
"여행할 때 기본 100유로 이상은 환전해"
직원이 이야기했다. 원화로 약 13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냥 20유로만 환전해줘"
나는 말했다. 체코 공항 환전소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사기에 근접한 행위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럼 20유로만 할게. 근데 너 확실해? 부족할 텐데? 진짜 더 필요 없어?"
그가 재차 확인했다. 호갱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눈치였다 여기서 당하면 안 된다. 확신에 찬 눈동자로 그가 재차 확인했다. 간결하게 대답했다.
"응. 충분해"
그는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무표정을 띄운 뒤 열심히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30초 후 그는 나에게 푸른 100 코루나 지폐 3장과 영수증을 들이밀며 사인하라고 재촉했다. 정신이 없어 사인하려는 도중에 300 CZK가 적힌 것을 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 환율을 계산해봤다.
반절이나 수수료를 챙기려 했다니 허탈과 동시에 웃음이 났다.
"이거 너무 비싸, 나 그냥 안 바꿀래"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순간 직원은 돈과 영수증을 빼앗듯이 집어가서는 유로를 내팽개치듯 던졌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미묘한 승리감이 내 몸을 감 싸돌았다. 그것은 타지에서 첫 선점을 잡은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짜릿했던 경험 덕분에 나는 로마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여행지에서는 날 선 마음가짐으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던 체코 환전소를 이용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용해야 한다는 점과 여행지에서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배울 점이 있다는 의미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