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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니니 Apr 11. 2019

친구랑 여행 가서 안 싸우기

혼자 하는 여행에서 함께하는 여행으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

기한 한정으로 혼자 하는 여행에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으로 잠시 바뀌었다. 친구랑 함께하는 총 3일 중, 두 번째 날. 포르투갈 리스본 근교, 신트라-호카곶을 가기 위해 덜컹거리는 기차에 나란히 몸을 실었다. 혼자 다닐 때는 기차 안에서 잠을 잔다는 건 어림도 없었다. 소매치기도 걱정되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귀를 쫑긋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기차에 타자마자, 나도 모르게 친구 옆에서 꾸벅꾸벅..



#나와 내 친구의 여행 타입은?

이 친구와는 대학생 때 같이 내일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친구와 함께 하는 첫 여행이라 서툴렀다. 그리고 짜 놓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덥고 힘들고 지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경주를 걸은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각자 여러 여행들을 통해 우리는 대학생 시절보다 여유를 갖게 됐다. 


이번엔 한국에서 친구와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이런 얘기를 미리 나눴다.


- 우리가 여행을 하는 목적, 이유

- 이건 포기 못해! (카페/식당/장소..) 공유하기

- 불만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얘기하


그냥 놀러 가는데 무슨 프로젝트 하듯 하냐.. 싶지만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모르는 게 친구 마음이다. 신나게 놀기에도 부족한 여행지에서 싸우거나, 실컷 재밌게 다녀와서 서로 소원해지고 싶지 않았다.



#늘 생각대로 되진 않는다

우린 둘 다 적당히 쉬고 싶지만 각자 보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미리 계획도 짰고, 그렇게 타이트한 일정이 아니었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아니었다. 초반에 여유 있게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동선은 점점 비효율적으로 됐고, 친구는 발이 부어서 약까지 사게 됐다.


사실 나는 신트라에 오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건 바로 헤갈 레이라 별장에 있는 우물(Initiatic Well). 사실 이곳을 오고 싶어서 신트라에 온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친구가 조금 지쳐있었다.


고민이 됐다. 이곳을 포기할까? 포기하고 가기에는 포르투갈 여행을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된 곳이었다. 아무래도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서로 얘기한 끝에 친구는 입구 앞 벤치에서 쉬기로 하고 나 혼자 별장을 빠르게 돌아봤다. 별장을 넓었고, 도중에 길을 잃었지만 내가 보려고 했던 그놈의 우물은 갈 만한 가치가 있었다.


처음엔 친구가 서운해할까 봐 걱정됐지만, 막상 다녀오니 친구는 그 사이에 쉬어서 상태가 더 좋아져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따로 행동하는 것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됐다.



#적절한 휴식과 당 충전이 필요해

열심히 놀려면 잘 쉬어야 한다. 철인 삼종 경기를 하려고 여행 온 게 아니니까. 일정 중간중간 쉬지 않으면 피로가 쌓여서 싸움의 씨앗이 된다. 카페에 가거나 아니면 그냥 벤치에 잠깐 앉기만 해도 좋다. 우리는 신트라의 페나성 꼭대기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쉬고, 점심을 먹으면서도 쉬었다. 내가 별장을 보는 동안 친구는 벤치에서 또 쉬었다.


틈틈이 쉬었는데도 신트라에서 호카곶으로 넘어갈 때는 에너지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근교 투어는 확실히 체력이 중요하다. 없어져가는 체력을 살살 달래 가며 대서양의 끝, 호카곶에 도착했다. 해가 질 무렵에 호카곶에 도착하려고 했는데, 도착했더니 이미 해가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있었다. 뭐.. 해가 졌으면 어떤가, 친구랑 그림자놀이를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당일치기 근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가까스로 체력을 또 충전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1% 남은 것처럼 간당간당한 정신을 붙잡고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에그타르트를 흡입했다. 달달한 걸 먹는 순간 기운이 다시 나는 걸 느꼈다. 하나 먹고 맛있어서 또 하나 살 수밖에 없는 맛!


혼자였으면 또 혼잣말하면서 '대박 완전 맛있다'했을 거다.

오늘은 친구에게 맛에 대한 폭풍 리액션을 펼칠 수 있었다.



#Photo




하얀손 여행

DAY10. 포르투갈(리스본)-신트라-호카곶


퇴사하면 뭐할 거야? '그냥 한 달 유럽 여행 가려고요'라고 무심코 뱉어버린 말이 현실이 되었다. 20후반 백수 여자의 혼자 유럽. 흔한 퇴사 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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