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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원 Nov 28. 2023

나무에서 숲을 바라보는 방법

 동대문에서 큰 혼란을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업계 고유의 방언과 단어였다. 원단과 관련된 공식적인 교육이나 경험을 해봤던 경험이 전무했던 내게 이 문화의 언어들을 습득하는 일은 참 곤혹스러웠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스왓치’라는 개념이었다. 스왓치는 원단을 작은 크기로 잘라 모아놓은 일종의 미니 샘플인데 그 모양과 형태는 매장마다 모두 다르다. 수백 개가 넘는 다양한 매장 거기에 수십 수백 개가 놓여있는 스와치를 보면 이 시장의 거대한 규모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옷의 특성상 원단은 직접 만져보고 손으로 느껴봐야 제작이 가능하므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혹은 패션디자인과 학생 등...) 이곳을 돌며 수많은 스왓치를 만져보고 얻어간다.  그들은 계획된 디자인과 구상, 계절 등.. 가까운 미래에 나올 새로운 패션을 선도하기 위해 손바닥 만한 스와치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며 스왓치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손바닥 만한 천조각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숲을 그려나가기 전 중요한 나무일 수 있다.


이 세상은 이렇게 작은 점들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언제쯤 숲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자리에 서서 숲을 반기고 나무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산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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