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비우기 어려운 업무 특성상 나는 대부분의 식사를 매장 안에서 해결한다. 동대문의 점심 및 음료 주문은 나름 독특한데 전화를 걸어 매장의 동과 호수를 말하면 식당 아주머니가 쟁반에 음식을 들고 오시는 형태이다. TV에서 보던 머리에 잔뜩 쟁반을 이고 계단과 좁은 골목을 지나는 아주머니의 모습들이 바로 이곳이다.
워낙 매장들이 좁고 다닥다닥 붙어있어 일반인들도 걸어가기 힘든 공간을 아주머니들은 시크하게 주문한 음식 쟁반을(머리에 잔뜩 이신 채 말이다!) 쿨하게 놓고 가신다. 전 세계의 모든 음식이 있다고 할 만큼 없는 메뉴가 없는 식당과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내로라하는 동대문의 셰프들이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간다. 시장밖으로 건물 밖으로 눈을 돌리면 맛있는 고등어구이와 한식당과 무수한 분식집, 포장마차가 줄을 이룬다. 야외 포차에서 담배를 태우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그 옆에서 짬뽕을 비우는 노인, TV에 방영되어 큼지막하게 붙은 플래카드와 외국인과 순대를 먹는 커플들까지, 이렇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이 옳듯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잠시 일을 멈추고 열심히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결국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우리의 한 끼는 누구보다 행복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