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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원 Dec 11. 2023

지하철 1호선 '대방역'

 첫 직장은 가산디지털단지역, 두 번째는 강남역, 그리고 광진구로 시작해 지금은 대방동에 거주하고 있는 내게 지하철 1호선은 선뜻 익숙한 호선은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길이의 노선, 서울 상단부를 꿰뚫는 전통 있는 노선이지만 빌런(?)들의 서식지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다행히도 집과 가까운 곳에 대방역에 있어 동대문으로 이동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보통 상행, 하행 2개로 나누어져 있는 여타 노선과 달리 1호선은 상행, 하행, 급행, 그리고 인천, 신창, 천안,  광명, 의정부, 소요산 등등.. 종착역이 무자비하게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승하차 지점도 위치가 서로 멀다. 뿐만 아니라, 이용 승객도 많다 보니 출발/도착 시간이 들쑥날쑥하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혼잡과 1호선 특유의 낡고 험함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역과 강남역에서도 출퇴근 스트레스로 힘들었기에, 시간을 컨트롤하고 더  빠르게 걷기 위해 반대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인파가 많은 에스컬레이터를 고집하지 않고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인원에 끼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걷고 뛰어서 계단으로 올랐다. 그렇게 걷는 시간이 늘다 보니 아침에 활력이 돋기 시작했다.

 들리지 않던 새소리, 아침의 햇살, 하늘, 구름, 바람과 찬 공기, 둔탁하고 낡았지만 고요한 대방역, 노량진으로 향하는 학생, 여의도를 향하는 직장인, 나와 같은 사람들. 5분, 10분, 시간을 앞당겨 역에 도착할수록 느껴지는 소중함과  여유는 내게 편안함과 신속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다만, 인파가 많으면 이마저도 의미 없는 게 사실이고 여전히 출퇴근길은 쉽지 않다. )

  바쁠수록 자동화와 편안함을 찾다 보니 시간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여러 주요한 일들을 놓치고 말았던 건 아닐까. 난 지금도 여전히 시간에 잡아먹히며 살아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에 살아남기 위해 기본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기상시간보다 10분 일찍 울리는 알람에 반응할 때부터 난 오늘 하루도 살아남기 위한(혹은 승리할) 준비를 시작한다. (라고 말하고 오늘도 제발 일어나라고 다짐을 수백 번씩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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