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루아 Aug 11. 2020

어느 날에 갑자기 날 찾아왔던 그것 1

나의 일상, 나의 생각


어느 날에 갑자기 날 찾아왔던 그것 1     

     


그것은 갑자기, 불시에, 생각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찾아온다. 남들에게만 찾아가는 줄 알았던 그것이 내게도 찾아왔다.          




그것이 날 처음 찾아왔던 것을 기억한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고 내가 혼자 있던 시간이었다. 그것은 내가 있던 그 시간에 갑자기 찾아왔다. 너무 놀랐다. 가슴은 빠르게 두근거리고, 심박은 올라가고 숨도 살짝 가빠지기 시작했다. 어, 이거 뭐지? 무슨 일이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나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 바닥에 누워버렸다. 아, 이거 뭐지? 무슨 일이야, 대체. 혼자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아니, 무섭기까지 했다. 무서워서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무슨 일이야?”

“오빠, 나 이상해.”

“왜?”

“몸이 이상해. 가슴은 두근거리고 심박도 막 올라가고 아무튼 이상해. 무서워.”     


그것은 그렇게 어느 날에 갑자기 내게 찾아왔다.     


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괜찮았다. 기분도 괜찮아졌다. 하지만 찝찝함이 남았다. 이거 뭐지? 뭐였을까. 난 한동안 찝찝함을 안고 살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런 일이 없었기에 잊어버리게 되었다.           




약 2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것은 또 날 찾아왔다. 이번엔 낮에, 아들을 데리러 학교에 간 차 안에서였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머리도 아프기 시작했고 심박이 올라갔으며 가슴이 답답했고 기분이 이상했다. 뭐야 이건. 아, 이거 겪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     


공황장애. 나는 이내 공황장애에 관련된 것들을 모두 찾아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공황장애? 에이, 설마. 하지만 그 순간에, 지난 시간에 내가 겪었던 것들이 모두 떠올랐다. 나는 며칠을 더 고민했다. 그러다 주말, 또 한 번의 그것이 약하게 찾아왔을 때에 난 병원에 가기로 했다. 


    

월요일이 되었을 때에 난,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나는 첫 손님 아니 환자였다. 선생님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내겐 또 다른 병명이 더 추가되었다. 우발적 발작성 불안. 그리고 경도 우울 에피소드.    

      

사실 난 그동안 여러 항우울제들을 복용하는 중이었다. 다만, 그 사용도가 달랐다. 류머티즘 내과에서 받은 약도, 정형외과에서 받은 약도 항우울제와 겸용인 신경병증 약들이었다. 내가 가게 된 정신의학과 병원 선생님은 무슨 약이 이리도 많고 복잡하냐고 말했다. 약을 줄래도 이미 내가 여러 항우울제들을 먹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사실 나도 내가 왜 항우울제들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약을 받으면 그 약들에 대한 검색을 모두 해본다. 내가 먹고 있던 약들은 항우울제이면서 신경계 질환, 신경통 약들을 겸하고 있는 약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미 난 항우울, 항불안제들을 먹고 있었다.   

        

결국 난 약들을, 그리고 다른 병원을 정리하게 되었다. 어차피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또 신경병증, 항우울제를 받는 거라면 좀 더 잘 알고 있는 곳에서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말이다. 더구나 경도 우울 에피소드와 비기질성 불면증, 우발적 발작성 불안 등의 약도 먹어야 했기에.     



약을 새로 받아먹기 시작하자 달라진 점이 하나 느껴졌다. 그것은 긴장을 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면 가슴에서 약하게 바들바들하던 느낌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것은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주 자주 느끼는 것 중에 하나였다.      


운전을 하면서 생기는 긴장감과 불안감(이대로 교통사고가 나면 어쩌지?) 또는 가위나 칼을 들고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에 괜히 생기는 불안감(이걸 떨어트려서 발등에 꽂히면 어쩌지?) 등을 느낄 때에 가슴 안에서 느끼는 바들거림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속으로 떨고 있다’라는 그런 느낌 말이다.    

  

약을 바꾸고 나니 그런 느낌들이 사라졌다. 새삼 기분이 괜찮아졌다. 마치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다음 편에 이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성이란 꼭 필요한가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