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Banff] 한 줌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 밴프

차는 없지만 다 돌아다닌다. 뚜벅이여행자

by MJay

캘거리에서 출발해 도착한 밴프에는 이틀을 묵었습니다. 로키산맥은 차가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계획을 세울 초반에 많이 걱정을 했지만, 그렇다고 운전기사를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택시를 일일이 타고 다닐 수도 없으므로 깔끔하게 버스가 닿는 곳만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밴프에서 이틀 지낸 곳은 Banff International Hostel입니다. 밴프 빌리지로 들어오면 초입에 위치해서 금방 찾습니다. 만약 찾기 힘들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hotel은 '호텔'이라고 발음하면서 hostel은 '허스틀'이라고 얘기하는 게 처음에는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여행객이 많아서 그런지 이 곳에는 호스텔과 lodge가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호텔도 있지만 저렴하지많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홀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단연코 호스텔을 추천합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Booking.com에서 찾아본 결과 밴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격 대비 괜찮은 호스텔이 Samesun호스텔과 이곳 Banff International Hostel인 듯싶은데, Samesun은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리하지만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라는 후기를 봐서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제 선택은 옳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편하고 조용했으며 직원도 친절했습니다. 또한 방에 화장실과 욕실이 있어 씻을 때 추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호스텔을 이번에 처음 이용해 보는 것이라 모든 곳이 다 이와 같은 줄 알았는데, 같은 방을 쓴 사람이 이 정도면 정말 럭셔리한 것이라고 칭찬을 해서 좋다는 것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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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61.JPG Banff International Hostel


특히 이곳에서 만난 친구 Elena는 호스텔을 정말 잘 선택했다고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이층 침대에서 제 밑의 1층을 사용했는데, 일전에 말했듯 여행작가이고, 6개 국어를 하고,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이었습니다. 캐나다에 사는 친구의 깜짝 생일파티를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밴프까지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왔답니다. 정말 다정하고 친절할 뿐더러 멋있는 이 친구 덕분에 이틀 간의 호스텔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물론 같은 숙소 내의 다른 사람들도 정말 좋았고, 주방에서 인사 몇 마디 나누며 말을 튼 사람들도 다들 좋았습니다. 이곳 사람들만 그런 건진 잘 모르겠지만 눈이 마주치면 대부분 웃거나 'good morning' 같은 짧은 인사를 건네주고, 한 마디라도 먼저 말을 걸면 더 말을 건네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캐나다 사람들은 몸에 친절이 배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끝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줍니다. 스키장에서 스키부츠가 안 신겨지자 민망함을 붙잡고 빌리지도 않은 스키장 내 렌탈샵에 가서 도와달라 부탁했을 때에도 웃으며 도와주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제가 뒤에 오는 것을 못 봐 문을 못 잡아주었다고 따라와서 사과까지 해주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친절이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제가 여행자이자 이방인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외지이고 가뜩이나 동양인이 거의 없어서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다녔는데, 배려해주는 마음 하나하나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죠.





차 없이 밴프로 여행하려면 알아야 할 것은 우선 Roam 버스입니다. 한 번 타는 데에 $2이고, daypass를 끊으면 $5입니다. daypasss는 버스 안에서 기사님께 끊으면 됩니다. 친환경적인 버스이기 때문에 이곳 밴프에서는 차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권장되죠. 기사님도 친절하고 버스도 아늑하지만 단점은, 배차간격이 40분이라는 것과 이 배차간격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후자가 크게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버스를 탔을 때 배차간격보다 5분~10분 늦는다는 것을 알고, 이후에 버스를 탈 때에는 여유롭게 나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무엇보다 기사님께서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친절히 응대해주시기 때문에 지연 현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버스가 늦는다고 불평하지는 않았습니다. 관광객이 탈 Roam버스에는 총 두 대가 있는데 하나는 1번 버스(route 1), 다른 하나는 2번 버스(route 2)입니다. 각각 설퍼산과 터널 마운틴을 향하는 것이지만, 미리부터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숙박업소에 지도와 버스 시간표가 비치되어있으며,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물어봐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첫날 잘 모른 채로 호스텔 직원에게 가서 물어봤습니다.


IMG_0370.JPG Roam 버스
IMG_0364.JPG Roam 버스 정류장


식당은 다운타운으로 나가면 정말 많습니다. 여행 전 찾아보니 툴루루스(Tooloulou's), 코요테 델리 앤 그릴(Coyotes Deli & Grill) 등 맛있는 집이 여럿 있었지만, 하필 여행 초반에 속이 안 좋아서 호스텔 직원의 추천을 받은 너리쉬(Nourish) 식당을 갔습니다. 이름에서부터 건강해보이는 이 식당에서 슬프게도 21달러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날리고 왔습니다. 직원들도 친절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쌀이 들어있는 음식을 시켰는데 제가 생각하는 그 쌀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의 쌀은 한국의 꼬들꼬들한 쌀이 아니라, 푸석푸석하고 얇은 쌀입니다. 오래된 사과를 씹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이후로 이곳에서 쌀이 들어간 음식은 고르지 않았습니다.






첫째 날설퍼산의 곤돌라를 타러 갔다가 보우 폭포를 보러 가려고 시도했습니다. 시도했다고 한 이유는 가려던 도중에 무서워서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밴프 국립공원'도 하나의 장소인 줄 알고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그냥 이 큰 공간을 국립공원이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 창피했습니다. 밴프에서 또 하나 유명한 곳은 Upper온천(Hot Spring)인데, 굳이 온천을 가고 싶지는 않아서 계획에서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온천은 설퍼산 근처로 역시 1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습니다. 우선 설퍼산 얘기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설퍼산에 간다고 하면 곤돌라를 타러 가냐고 물어볼 정도로 설퍼산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곤돌라를 이용하고 오는데요, 왕복 50달러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타고나면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후에 따라 운행을 취소하기도 하니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버스를 타려 했을 때 기사님께서 오늘은 곤돌라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셔서 내렸었는데, 다시 계획을 세우고 40분 후에 같은 버스를 탔을 때 똑같은 기사님께서 지금 운행을 시작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계획을 취소하고 설퍼산으로 갔습니다. 1번 버스를 타고 쭉 가면 마지막 정류장이 설퍼산 곤돌라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야외로 나가 설경을 구경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요, 전망대에서 구경을 해도 되고 산행길도 존재해 따라 내려가도 됩니다. 높은 곳에 무서움을 느껴서, 산행길을 따라가지는 않고 전망대에서만 구경을 했습니다. 정말 '와..'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절경이었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지만 너무 추워서 10분 정도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이날 기온은 영하 31도였습니다.


IMG_0392.JPG 설퍼산 산행길
IMG_0395.JPG 설퍼산의 설경


영하 31도가 어떤 정도냐면, 캘거리에서처럼 숨을 쉬면 코털이 얼어붙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언가에 대고 숨을 쉬면 그 입김이 바로 얼어붙습니다. 입 앞으로 온 머리카락에 숨을 쉬면 그 머리카락이 얼어붙고, 담요로 입을 덮고 숨을 쉬면 담요에 하얗게 서리가 낍니다. 심지어 눈에 맺힌 눈물도 얼어서 눈을 깜빡일 때마다 얼음이 걸리적거립니다. 첫날 기온이 이 정도여서 영하 31도 정도가 평균 온도인 줄 알았는데, 호스텔에서 만났던 밴프에 오래 머물고 있는 한 사람이 요즘 기온이 이상한 것이라고 원래는 이 정도까진 아니라고 얘기해주고서야 약간 안심을 했습니다. 저는 밴프에 오래 머물 사람이 아니었기에 저한테는 다행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더군요. 이렇게 춥기 때문인지, 5시 정도면 날이 어둑어둑해집니다. 보우 폭포를 찾으러 갔다가 포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설퍼산에서 보우 폭포로 가려면 1번 버스를 타고 YWCA에서 내리면 되는데, 10분 정도 더 걸어야 합니다. YWCA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지 말고 밑에 있는 샛길로 가면 됩니다. 처음에는 춥더라도 마릴린 먼로가 영화를 찍은 곳이라길래 꼭 가겠다며 무작정 걸었지만, 외진 곳에 있고 중간에 길을 잃다 보니 점점 어두워져서 무서움에 포기를 했습니다. 약간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가길 잘했습니다.


IMG_0412.JPG 보우 폭포 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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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간 곳은 Norquay 스키장이었습니다. 밴프에서 유명한 Big3 스키장 중 한 곳이죠. 세 개 중 가장 작고 낮은 곳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두 개(선샤인 빌리지,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를 많이 가지만, 앞서 말했듯 높이 가는 것을 무서워해서 스키장이 높은 것은 저에게 무의미하기 때문에 그냥 가장 가까운 Norquay를 선택했습니다. Norquay는 세 개 중 유일하게 야간 스키가 가능한 곳인데, 야간 스키도 타기 위해서는 따로 표를 구매를 해야 합니다. 정상 운영 시간은 4시까지입니다. 스키장까지 가는 셔틀이 존재하는데요, 왕복 15달러이고 정류장은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면 스케줄까지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스키장에 가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호스텔에 목도리랑 모자를 살 수 있는 곳을 물어봤는데, Bear street에 있는 Snowtips가 가장 저렴하고 호스텔 바우처로 10% 할인도 해준다길래 그냥 거기서 스키 장비까지 전부 렌탈을 했습니다. 전부 해서 50달러 조금 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샵을 나오자마자 후회했습니다. 스키장을 혼자 간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스키 장비가 그렇게 무거운 줄은 몰랐습니다. 질질 끌고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Banff Park Lodge로 가는데 팔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스키 장비는 스키장 자체에서도 30달러 조금 넘는 가격으로 렌탈을 해주니 거기 가서 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사실 이날도 영하 24도로 정말 추운 날씨여서, 렌탈을 하는 순간까지 갈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샵에 들어가서 주인아저씨께 오늘이 스키 타기 좋은 날씨냐고 여쭤보자, 바로 NO라고 대답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가는 걸 추천하냐고 여쭤보자 이 날씨에도 가는 사람이 좀 있기 때문에 그건 제 선택이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우문현답이었죠. 결과적으로는 갔다 온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말 좋았습니다. 사람이 적어서 리프트를 줄도 안 서고 탔고, 경치 역시 끝내줬습니다. 그만큼 황홀한 절경을 바라보며 스키를 탈 기회가 또다시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IMG_0435.JPG Norquay 스키장
IMG_0443.JPG 스키장의 리프트


리프트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해보자면, 분명 안전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탈 때 제 앞의 사람들이 전부 아무 장치도 없이 타길래, '원래 안전바 없이 타는 건가 보다'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리프트를 탔습니다.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했고 계속 뒤에 있는 손잡이만 잡았습니다. 내가 이 리프트를 계속 타야 하는 걸까,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은 이 리프트에 어떻게 아이를 태우는 걸까, 생각을 하며 세 번째 탄 순간 앞의 가족이 위의 안전바를 내리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전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가시는 분들은 리프트의 안전바가 잘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들면 손잡이가 있으니 꼭 내려서 편안한 마음으로 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정쩡한 자세로 스키를 타며 느낀 것이, '캐나다 사람들은 스키를 잘 탄다'였습니다. A자로 떠밀리듯 내려가는 저와 달리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일자 모양으로 스키를 타는 것이 정말 멋졌습니다.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저보다 잘 탔습니다. 왜 그렇게 다들 잘 타나 생각하며 보니 엄마 아빠가 세 살 정도 돼 보이는 애기들도 데려와서 스키를 가르치더군요. 뒤에 끈을 묶고 스키를 태우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떠나기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추워서 떠나고 싶은 밴프 빌리지를 뒤로 하고 루이스 호수로 향했습니다.




밴프에 대한 정보

겨울에는 정말 춥다. 시간이 맞다면 겨울보다는 여름에 여행을 오는 것이 좋을 듯싶다. 밴프의 관광지 중 하나인 보우폴(Bow fall)은 마릴린 먼로가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 1953)을 촬영한 곳이다. 촬영 이후 근처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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