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마드 트와콕 내추럴
잠시 문을 닫았던 그 카페가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한다. 거의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어쩌다 마주친 우연들이 더해져서 그 바리스타와 우리 부부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그 누구보다도 이 카페가 다시 문을 열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그곳을 벌써 몇 번씩이나 방문해보았을 정도라면 그만큼의 기대감이 컸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제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한 그곳에서 커피 로스팅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바리스타에서 시작해서 로스터까지 영역을 확장한 그는 이제 이곳에서 이곳만의 커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빈 공간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고 있는 커피의 향이 매우 좋았다.
바 위에 볶아진 원두들은 많았지만 이걸로 커피를 내려주기는 어렵다고 한다. 아마도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맛있는 원두가 있다며 커피 한잔을 내려 주겠다 한다. 바리스타 친구들이 놀러 올 때마다 맛 좋은 원두를 조금씩 가져와 나눠주다 보니 이곳에 오면 항상 새롭고, 맛있는… 선물 같은 커피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오늘은 ‘에티오피아 시마드 트와콕 내추럴’을 만나게 되었다.
커피에서 화려한 향이 난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화려한 향이었다. 과실의 향이라기보다는 꽃의 향에 더 가까운 것 같은 이 커피는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들 중에서 가장 진한 꽃향기가 나지 않았나 싶다. 무슨 향인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장미향’이라고 한다. 이 향의 정체를 이해하고 나니 예전에 사용했던 장미수로 만들어진 화장품의 향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과실의 산미와 초콜릿의 단맛이 어우러진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매끈하다. 둥글둥글한 느낌이랄까. 트와콕은 에티오피아어로 Sweet Peach라는 뜻으로 달달한 복숭아의 맛이 나는 원두라고 한다. 잘 익은 과실의 단 맛이 기분 좋게 넘어간다. 하지만 마냥 달기 보다는 뒷 맛에 약간에 쌉싸름함이 묻어져 나온다. 향기롭고, 달고, 쌉싸름하고 뭔가 좋은 맛과 향을 다 가져다 놓은 듯하다. 조금 과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워낙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보니 다음의 맛과 향을 기대하고, 찾아보게 하는 그런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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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 에티오피아
지역 : 오로미아, 시다모
재배고도 : 2,000m
품종 : 에티오피아 토착종
가공 방식 : 내추럴
로즈 / 스트로베리 / 복숭아 / 살구 / 망고스틴 / 밀크초콜릿 / 길고 깨끗한
출처 : 네이버 블로그 ‘Better 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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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마신 게 아쉬웠다.
다음 약속이 있어서 커피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강한 맛과 향이 나는 커피라 시간을 좀 더 들여 커피가 식어가면 또 다른 커피의 뉘앙스를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끝을 내는 게 아쉽다.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그때는 따뜻한 커피가 아닌 아이스커피로 마셔보고 싶다. 그땐 어떤 화려한 향기로 나를 놀라게 해 줄까.
기대감이 있다는 건 항상 좋다.
오래간만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커피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커피들이 기대되는 이 공간을 만나게 되었다는 게 너무 좋다. 기대감이라는 감정은 나를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런 기분은 오래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