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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Mar 29. 2024

내 아이의 정신과약을 먹어보니

진실게임의 진실



내가 입사하고 했던 프로그램이 <진실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각 주마다 어떤 주제가 있고 그 안의 진짜와 가짜를 맞추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의 엠씨가 지금의 국민엠씨인 재석이 오빠였는데...(유재석). 


그리고 송은이 언니가 진실판정단으로 실제 녹화 현장에서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진짜 가짜를 판명하는 그 과정을 제작진들이 


교묘하게 함정들을 파놓았고 ^^ 어떤때는 예상되로 촬영흐름이  될때도 있고 


어떤때는 눈치빠른 연예인들이 정답을  알아채서 또 그것대로 재미있는 촬영이 되기도 했다. 


( 누가봐도 가짜인데 계속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이 또다른 재미 포인트였다.)


.

진실게임의 엔딩은 판정단의 추리를 통해서 결국 ....마지막에  하나의 답을 가지고 


진실의 종 앞에  서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엔딩! 퓌날레!!


"진실의 종아 울려라!!!" 를 우렁차게 외치며!!!


과연 그들의 선택은  정답이었을까???!!!!!



 그리고 나도............


매번 진실의 종 앞에 서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한 선택은...........................................


과연


정답일까............................??





우리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판정 이후,


여섯살 중반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부모가 약 복용에 앞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에는 너무 어린것이 아닌가.




검색해보면 다양한 케이스의 경험담들이 쏟아진다.


하루이틀 먹는 감기약도 아니고,


계속 복용해야 하는 <정신과 약>인것이다.




선택의 문제이지만 부모맘은 그냥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인터넷 검색을 며칠 하고 나면 좋은점 보다


무시무시한 부작용들만 머릿속에 남는다.그리고


약복용에 대해서는 부모들 모두 의견이 천차만별이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부터, 부작용때문에 더 나빠졌다고


후회한다는 사람까지...케바케의 대향연이다.



마음은 더 혼란스러워졌지만,


일단 아이를 위해복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 아이는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말인즉슨 우리가족 모두 잠을 자지 못했다는말이다.


끊임없이 침대와 바닥을 오가며 결국엔 엉엉 울며


밤새 자다깨다 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정말 그 당시 너무 힘들었다.


그즈음엔 내 입에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오면 정말 무너질것 같아서 그 시간을 묵묵하게 견디며 보냈다.


(하하. 나님 대단하다 내자신 마이 칭찬해)



하여간 우리아이의 경우 리스페달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학교 입학후에 아밀리파이를 함께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약을 추가 할때마다, 혹여나 부작용이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여전히 ing)



선배 부모들을 통해서 새로운 약을 시작하는 시기는


방학이 제일 좋다고 들었다.


이번에도 학년이 바뀌면서 아밀리파이를 증량했고


그 증량을 하면서 갑자기


나는




약을 먹으면 어떤 기분일까



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의 경우 밤에 자기전에 약을 복용한다.


아침에 아이의 등교를 챙기며, 내 출근 준비에도 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아이의 약병이 눈에 들어왔다.


요며칠, 아이의 상태가 들쭉날쭉하여서


내 마음도 들쭉날쭉한 상태였다. (다 이유가있다)




갑자기 아이의 약을 먹어봐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




( 왜 그런마음이 들었는지..ㅋㅋ)


생각보다 충동에 가까웠다.


약 한알을 나도모르게 입에 털어넣었다.


약이 너무 조그맣고, 나는 용량에 비해


매우 비대하니 ㅋㅋ


아무래도 별 증상이 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시간 도 안지나서


마치 싸구려 위스키와 소주와 맥주를 다 섞어만든


정체불명 독주를 들이킨것같은 상태가 되었다.


(기분 좋은게 아니라 기분이 나쁜 상태라는거다)



술이 술을마신것 같은 몽롱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곧 숙취가 느껴진듯


알딸딸함이 계속되었다.


기분은 더 가라앉았고 그 어떤 기력이 나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지만 감고있는것 같았다.


세상이 뿌옇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약을 우리 애는 매일 먹고 있구나.....................





갑자기 목에 메었고 숨이 턱막혔다.


감기가 안걸린 사람이 감기약을 먹으면 이상하듯


자페스펙트럼이 아닌 내가 먹어 이런것일까..


정신승리도 해보았다.



그러나.



별 생각없이먹어본 아이의 정신과 약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로 쿵 내려앉았다.



그렇다면...아이는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할까??




만약 진실게임이라면............이것의 정답은 무엇일까.......


약을 계속 먹는것

yes or no ..... 

진실의 종 앞에서

정답을 힘껏 외칠 수  있나?


<진실게임>에서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생각난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고, 진짜를 가짜로 보이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 늘 정답은 있었고, 진짜는 진짜였다. 정답은 정답이었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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