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얼마전 지인의 부탁으로 모 쉼터에서 멘토 역할로 강의를 했다.
그 쉼터에는 그룹홈의 아이들, 단기쉼터, 장기 쉼터 등의 아이들이 왔고
신부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이었다.
지인이 어렵게 내게 말을 꺼냈지만, 나는 정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너무나 의미있는 일이고, 조금이라도 한 아이의 진로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그곳으로 갔다. 아이들은 예상대로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심지어 전역한 친구들도 있었다. 누가봐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보였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둘째 아이덕분에 (?) 어딘가 불편한 친구들을 한눈에 잘 알아본다
(정말 내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하하하.)
그중에 몇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보였다. 한아이는 한쪽 귀가 불편해보였고
한 아이는 쉴새없이 손팔랑과 같은말 반복의 딱 우리 둘째같은 자폐성
장애 아이였다. 다시 말해 정말 다양한 타입의 아이들이 내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다 남자 아이들. ....
내가 준비한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시작했고 나의 직업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기에
아이들의 짖궂은(?) 질문에 이제 내공이 내공인지라...
아이들과 티키타카 하며 두런두런 주거니 받거니 하며 조잘거렸다.
그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자>
였는데.. 그래서 애들에게 좋아하는게 뭔지를 이야기하게 시켰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것을 <돈>으로 꼽았다. 하지만
아직도 참으로 이쁜게 여러 질문을 계속 하고 아이의 마음을 디깅하면
애들은 결국 그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이야기 하게 되고
결국 나는 "얘야....그게 바로 니가 좋아하는거란다. 돈으로 니가 하고 싶은그거"
어떤 아이는 '여행'을 꼽았고
어떤 아이는 '집'을 사고 싶다 했다.
갑자기 또 과몰입하여 쉼터에서 살아서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그래서 집인가?
----> 울컥하네--> 눈물나나??
하지만, 뭐 그건 그냥 과몰입이었고 아이들은 밝았고 여느 10대 20대의 아이들처럼
에너지 넘쳤다. 물론 너무나 삐딱하게 , 부정적으로 ,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는
" 나...40대라 꼰대거든. 그래서 꼰대로 말하는데...근묵자흑. 어두운거 가까이하면
더러워지기만한다. 다시 말해 어두운 생각, 부정적 생각...잘될수가 없다.
안그래도 힘든세상 . 잘될거. 밝고 이쁜생각. 많이 하자. 우리.....이건
나자신에게도 하는말이야.."
그 중에 그래도 계속 눈이 가는건 우리 둘째를 닮은 아이였다.
누가봐도 자폐성장애이고, 생긴것도 왜이리 비슷하던지..
동글동글 하얀 얼굴에 웃는 반달눈. 그리고 몸짓까지..
쉬는 시간에 내게 와서
"선생님. 이름뭐에요? 키가 몇이에요?oo 쉼터는00년에 만들어져 00명이 있고 **보호소에는
여자만 있고......줄줄줄줄"
딱 우리 둘째같은 스타일로 말도 하고...계속 눈이 갔다.
몇살이니 물어보니 22살이라 했다.
이아이는 왜 여기에 있는걸까. 이제 아이도 아니구나...
또 나의 과몰입. 만약에 내가 세상에 없다면..우리애가 혼자가 된다면
우리아이도 이런곳에서 살게 되는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망상이 시작된다.)
어디선가 봤던 인터뷰였는데..
발달장애인에 관한 연구를 하는 교수님의 말이었다.
"비가 올때 우산을 쓰라고만 했지
함께 비를 맞아볼 생각을 못했던거 같아요.
이제 혼자가 아니고 함께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많은 운이 따라야 할것이고, 무사히 어른이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함께 비를 맞는것퍼럼 장애를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세상에게 내 자녀의 장애를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지만 많은 사람은 그냥 지나가는 날이기도 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이렇게 계속 쉬지 않고 이야기 하고 글을 쓰면 ‘이해’되어지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