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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Apr 12. 2024

웃음을 찾는 사람들

애쓰는 사람들

예능피디로 오래동안 일하면서 실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해보게 된다. 


그 중 가장 나에게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코메디 프로그램이었다.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같은 공개 코미디가 엄청나게 인기가 많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피디로서의 나는 늘.................그 웃음의 기준이 없었다. 


더 명확하게는 그 기준을 몰랐다. 정말 개그맨들이 피땀눈물 흘려가며 짜온 


그 혼신의 코너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나는 다 웃겼다. 


그때 나는 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달았다.


" 아.............나는....코미디는 아니구나...."


어떻게 한주한주 저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오는지 나는 개그맨 한명한명이 


정말로 다 새롭게 느껴졌다. 


하여간, <웃찾사>에는 오래 있지는 않았는데..


김창옥 교수의 강의에서  인상깊었던 말이 하나 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 특징 중 하나가 


"일상에서 유머가 있는 사람" 이라고!!


유머의 어원을 따져보면 결국, 라틴어로 humor ,액체를 뜻하는 말이었고


이건 잘 흘러간다는 것들을 의미한다.


 결국 유머는 뭔가를 흘려보내고, 바꾸는 힘이 있어서 유머란


인생을 잘 흐르게 만들어준단다. (세상에 이런의미가 있었다._)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보면 정말 웃음에는, 유머에는 그런 거대한 힘들이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는 웃음을 잃었다. 


힘들었던건, 나의 본업이 기본 디폴트값이 <재미와 웃음>인데....


나는 내 현실에 짖눌려서, 웃긴척, 재미있는척 하고 있었다.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날에는 너무 버거워서 길을 걷다가도 펑펑 울었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수는 없었다. 


현실은 현실이었고, 아이는 말을 못했고 , 


계속 센터도 다녀야 했고, 머릿속에는 늘 최악의 상상들만이 


떠올랐다. 하루하루가 버티는 삶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를 계속 채찍질했다. 


니가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신경쓰는거니??


최선을 다해도 애가 나아질까 말까하는데..너는 뭐하는거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기준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다.


그 '최고의 지점'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나는 계속 나를 몰라세웠다. 내가 나를 혹독하게 대했다. 


마치 나자신의 문제라서 애가 그렇게라도 된것처럼....


나는 나를 너무 괴롭히고 정죄했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기적처럼 나아서


"자폐가 완치되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완치란 없다. 


그래서 장애다. 


그때는 너무 몰랐고. 나는 목적없는 이상향을 향해서


헛발질을 계속 하고 있었다.


최근에 어디선가 본 구절.




미래는 결국 약자의 얼굴을 하고 온다. 


약함이 인간의 본성. 삶의 본질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온몸으로 약함을 거부했고 약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었다.


이제 겨우 조금씩 알아간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삶.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


물론 아직도 여전히 헤맨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어도 나를 돌아봤을때,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비장애인으로 디자인된 이 사회 안에서 


장애인이 배제 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하고 싶다. 


 작은자에게 가혹한 나라.     

      

처음이되는 것에 두려워 하지말자.     


나는 웃음을 찾은 장애인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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