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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Sep 02. 2024

자폐스펙트럼 학급회장

세상에 이런 일이.


장애등급 중증. 특수교육대상자.      

우리 아이의 현실이다. 현재 일반학교에 다니며 도움반을 병행하고 있다.      

열 살 3학년 어린이.  매년 학기 초마다 적응에 힘들기는 하지만,      

어째 저째 적응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한 선생님들의 도움 속에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다.     

이번의 원반 담임선생님은 지난 2년간의 담임선생님과는 결이 좀 달랐다.      

1학년, 처음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학교에 과연 적응할 수나 있을까 '     

노심초사, 툭치면 눈물만 나던 그때 나보다 더 아이의 상태를 염려해 주시고,      

유치원보다(?) 더 세심하게 피드백을 해주셨다. 그 덕에 아이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담임선생님도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계신 엄마의 입장이셔서     

말 한마디 한마디 다정함이 가득했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조금은 엄격하셨지만, 반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이 애를 써주셨다.     

두 분 다 나이가 있으신 엄마 선생님들이셨다.                

그런데 3학년 담임선생님은 (결혼 여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젊은 선생님이셨다.     

오히려 대화를 하는데 아이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음 저는 아이가 다른 아이와 크게 다른 점을 못 느꼈어요. "     

나는 좀 놀라서 "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집중을 많이 못할 텐데요..??"

했더니 

 " 아... 돌아다니는 애는 oo이 말고도 있고요.. 그냥 앉으라고 말하니 바로 앉던데요?"     

쏘 쿨...........................     

오히려 선생님은 아이의 이런 특성들을 뾰족하게 봐주시지 않고,      

'뭐... 그럴 수도 있죠...'로 받아들이고      

"지난 체육시간에 갑자기 운동장에 벌러덩 누워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눕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하늘이 이뻐요!!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저도  따라서 한번 누워 봤더니...     

어머머 정말 하늘이 이쁘더라고요.      

제가 아이에게 좋은거  배웠어요!! "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ㅋㅋ     

오히려 내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선생님에게 설명을 하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한 학기 동안에 학교에서 아이에 관한 피드백이 거의 없었다. 늘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벌벌  불안에 떨며 전화를 받았었는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도움반 선생님께서 "oo이 학급회장에 나가고 싶다고 하네요. 어머니.      

집에서 연설문 준비해 주세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사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인가 했다. 나가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괜히 아이에게 안 좋은 경험만 하는 게      

아닐까.... 웃음거리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먼저 들었다.                

저녁에 아이에게 " 너 학급회장에 나가고 싶어?"라고 하니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긴 한숨이 나왔다. 아니....     

말도 잘못하는 애가.................... 연설을 할 수 있나??               

내가 그럼 너 뭐라고 말할 건데 했더니     

"안녕. 친구들아.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 가서 1호선 갈아타고     

KTX 진주행 열차를..... ,,,,,,,,,,,,,,,,,,,,,,,,,,,,,,,,"               

요즘에 한창 꽂혀있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만 계속 떠드는 게 아닌가.                

'그럼 그렇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게 하면, 학급회장에 나갈 수 없어. 친구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건지를      

말하는 거야.."               

그러자..               

"아하. 그렇구나."( AI 로봇처럼 말함- 이 말을 매우자주하는 중)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의 백종원 요리사가 될게. 삼겹살, 항정살, 목살...     

고기를 구워줄게................우리 맛있게 먹자....."               

하하하. 나는 그 말을 듣고 빵 터졌다. 그래..     

그게 너지. 그렇게 하면 되겠다.      

뭐 내가 준비를 해주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고, 내가 준비시킨다고 해서     

할 수도 없다. 아무런 기대가 없었으니...실망도 없겠지...               

저렇게 A4용지에 써서 보냈더니..     

도움반선생님께서 여러 번 연습을 시켜주셨나 보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며칠후...               

갑자기 문자가 띠링띠링.                

"어머니!! oo가 학급회장에 당선되었어요!!!!! 세상에!!"               

도움반 선생님의  기쁨이 문자를 통해 뚫고 나오고 있었다.                

나도 그 문자를 보자마자               

으ㅏ아앙아아악 소리를 질렀다. 회사에서. (방에 나혼자 있었기 망정이지.)               

그리고 이어지는 문자로, " 여자 친구들이 거의 몰표를 주었다네요"                 

문자 몇자에서 수천가지의 감정이 들었다.  어쩌면 어른보다 더 성숙한 10살의 아이들인가.                

우리나라의 미래가 매우 밝구나. 너무나 기특하고 이쁘고 사랑스럽다.               

정말 한명한명 손잡아주며 고맙다. ‘너희는 참으로 멋진 세계최고 어린이란다.’ 

 주접떨며  말해주고 싶다.          

어쩌면 아이에 대한 편견은 저렇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준 열살 어린이들보다      

내가 더 많았던것 같다. 회장이 될리가 없어.....라는 가난한 마음.     

사실, 기대했다가 더 상처받을까봐 나는 애써 외면한것이다.      

내 감정을 위장한거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있는그대로를 보고,      

선택을 했다. 아이들에게 또 크게 배운다.     

오랜만에 이런 자랑(?) 글을 써본다.               

세상에 이런일이!!!!!!!!!!!!!!!!!!!!!!!!!!!!!!!!!!!!!!!!!!!     

나 회장 엄마 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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