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합리적인걸 Nov 22. 2022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취미로 만들어요. (6)

6) 아이와 함께... 취미를 발견하다. 나를 발견하다.

아이와 함께... 취미를 발견하다. 나를 발견하다.


여리고 순하기만 한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엄마 키를 능가했다. 신체적 성장 이외에도 아이는 자신에 대한 엄마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13년간 한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가능한 한 성 역할에 대한 구분이 없이 키우려 노력했다. 그런데도 남자아이니까 더 빨리 엄마 곁을 떠날 수 있음은 늘 염두에 둔다. 엄마로부터 더 독립적이고 친구 관계를 더 중시하게 될 아이의 관심 이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임을 인지한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그 시점에 너무 상처받지 않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육아에서 점차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 갈 것이다. 그 잉여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탐색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와 가족에게만 너무 매몰되어 있지 않고 내 시간을 확보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건강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버팀목이 되리라 확신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에서의 다채로운 가족 과학/소프트웨어교실


수년 전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는 지금을 살아가면서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발전과 시대 조류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늘을 즐긴다. 틈나는 대로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메타버스, 제페토, 코딩, 메이커 활동도 대학 내 교양필수과목을 이수하듯이 듣는다. 교과서에선 배웠는데 실제 생활에서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를 설명 듣지 못했다. 학교에서 알려주진 않았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들이 산더미다. 이런 모든 것들을 아이와 함께 나눈다. 나도 하기 싫은 일을 아이에게만 막연히 하라 강요할 순 없다. 힘든 일이지만 해보면 살아가는데 이런 연관성이 있던 거더라는 것을 귀띔해줄 수 있다. 엄마도 그때는 몰랐던 건데 돌이켜 보면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고 아이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다. 아이가 겪을 당시의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다. 


혹자는 나에게 에너지가 넘치는 엄마라 한다. 물론 아이 에너지 이상으로 엄마 에너지가 너무 크다면 아이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엄마가 가진 에너지를 아이에게 전부를 쏟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함께할 시간을 만들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독립된 시간을 확보한다. 


탕수육, 돈까스, 통닭은 물론 각종 반죽요리와 소스를 뚝딱해 내는 멋진 아이


엄마가 맛있는 것을 만들어 대령하고 집안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인식시키지 않는다. 누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고 분담하는 일로 만든다. 같이 혹은 혼자서 생활하더라도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과 일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익히고 나눈다. 어릴 적부터 아이와 요리 대결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잘 홍보해서 많이 선택할 방법도 궁리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각종 소스나 반죽 담당은 저학년 때부터 줄곧 아이 몫이다.


육아에 만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혼자 다 감당하지 않는다. 육아뿐 아니라 어떤 일도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육아를 병행하는 삶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마냥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이고 기쁘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아이에게 선하고 따뜻한 엄마의 모습으로만 비치지 않는다. 아이의 부주의한 행동이나 사소한 실수에도 실망하고 치솟는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가 성장하고 나도 성장한다. 초등기까지의 육아 막바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아이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이상으로 아이의 전문가가 되었다. 종종 아이가 다음에 전개할 행동을 예견하거나 심리를 포착하고 말하면, ‘엄마는 어떻게 알았어?’라고 묻는다. 그럴 때면, ‘엄마에겐 너의 빅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있어.’ 사실 아이에게도 나의 수많은 데이터가 쌓였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청소년기에 접어들 아이는 어떠한 모습으로, 중년으로 향할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할지 고민도 깊어진다. 그래서 수시로 다양한 학부모 강좌를 수강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반성한다. 물론 이론과 같이 실습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모든 걸 다 아는 존재였다. 아이를 키워보면서 부모님은 어떻게 이만큼까지 자식을 무사히 잘 키우셨을지 마냥 감사할 뿐이고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그분들 또한 나처럼 다 처음 겪는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로서, 아빠로서 처음 그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이었기에 최선을 다하셨다. 예전보다 기술의 발전과 편리한 시스템으로 인해 부모님보다는 적은 노력으로 육아하고 있다. 그렇기에 부모님 세대보다는 좀 더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아이도 내 곁을 곧 떠나 홀로 서야 하고 나도 아이의 빈자리를 내 것으로 채워야 한다.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함께 경험하고 나누고 싶다. 아이의 영역을 지켜주면서 나만의 영역도 점차 확대하고자 한다. 



아이와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아야 잘 들리는 실 전화기에 연결된 끈을 만들고 싶다. 아이와 가까이 잡았던 끈을 점차 풀어 간격을 넓히면서도 언제든 그 끈을 잡아당기면 서로가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엄마의 관심이 아이에게 함몰되지 않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공유로 이어진다면 사춘기 이후의 아이와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지속해서 삶의 활력소가 될 다양한 취미를 경험하고, 취미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커뮤니티를 확장하며 풍요롭게 노후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취미로 만들어요.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