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남편>
10월21일 오늘, 아니 이제 어제인가. 일본 작가 하라다 마하의 소설 <총리의 남편>을 읽었다. 마침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14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총리가 됐다. 뭐,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책 제목에 그래서 끌렸던 거고.
줄거리는 간단하다. 소수 야당 당수인 소마 린코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해 제 뜻을 펴게 된다. 화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남편 소마 히요리. 정치적 거래, 음모, 언론의 취재 행태, 홍보 등 얼마간 현실적인 요소를 잘 끼워 넣어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아무래도 작가는 오랜 기간 이어온 자민당 일당독주 현실이 마뜩치 않았던 모양. 적자재정 해결을 위한 소비세율 인상, 탈원전, 저출생고령화와 고용 문제를 연계한 대책 마련… 이런 꿈같은 일을 하나하나 추진해나가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소비 품목에 따라 세율을 달리해 부과하는 이른바 ‘복수 세율’에 관해선 이 책 보다가 처음 ‘어, 괜찮은데’ 했다.
디테일은 좀 떨어지는데, 재벌2세이자 조류 연구자인 정치 무관심층 남편을 화자로 설정한 덕에 애당초 아주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적당히 넘어가게 된다. 주된 갈등 전개를 로맨스로 덮어 좀 감동적이기도. 꽤 영리한 선택인 듯. 한국에선 장르물에 ‘로맨스 뿌리기’가 계몽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끄는 요소로 여겨지는데, 이 책 보고 나니 어떻게 뿌리느냐가 중요한 것 같기도.
최근 현실도 소설 못잖게 드라마틱했지만, 야당 대표 후보로 유력시되던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한국으로 치면 안철수급 행보를 보이면서 큰 변화 없이 끝나버렸다. 자민당의 26년 동지 공명당이 결별 선언하는 것 같은 일이 또 벌어지겠냐고… 얼결에 자민-유신 연정 탄생으로 귀결했으니 오히려 현실 일본 정치는 더 보수화될 전망. 소설과 현실 낙차가 더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