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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Mar 10. 2022

철학의 시선으로 본 대선

소 프로시네, 히브리스, 네메시스, 에고이스트 그리고 프로네시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분석 기사를 읽고 다음의 몇 가지 그리스 철학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1. 소프로시네 VS 히브리스


그리스 사람들은 이러한 태도를 ‘소프로시네(sophrosyne, 절제)’라고 부릅니다. 아폴론 상이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소 프로시네의 형상화입니다. 즉 적도(適度; metron)를 지키고 자제하는 삶의 형상화입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수(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그리스 사람들은 아름다움의 적도를 수적 비례 관계에서 찾았습니다. 인간에게도 절제 있게 적도를 따른다는 것은 경계의 지킴을 의미합니다 -  클라우스 헬트, 이강서 역, 『지중해 철학; Treffpunkt Platon』, 효형출판, 2007, p130


판단이 이성(理性: logos)에 의해서 최선의 것(to ariston)으로 인도되고 억제될 경우에, 이 억제에 대해 절제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반면에 욕망(epithymia)이 우리 안에서 비이성적으로(alogōs) 쾌락(hēdonē)으로 이끌리고 지배받게 될 경우에, 이 지배(archē)에 대해 ‘히브리스’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렇지만 ‘히브리스’는 여러 이름을 갖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러 갈래의 것이고 여러 부분을 갖기 때문이다. … 욕망이 먹을 것과 관련해서 최선의 것인 이성 및 다른 욕망들을 제압하게 될 경우에, 이는 대식(大食)이라 불리며, … 음주와 관련해서 욕망이 참주 노릇을 하며 이것에 사로잡힌 사람을 이런 식으로 이끌고 갈 경우에, 어떤 호칭을 얻게 될 것인지는 분명하다.- 플라톤, 박종현 ․  김영균 역주, 『티마이오스』, 서광사, 2000, p22~23


독일의 철학자 클라우스 헬트의 책 [지중해의 철학]은 저를 그리스 철학의 세계로 인도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그 책에서 저자가 정의한 그리스인의 적도의 개념이 이번 대선을 잘 말해주네요.


인간에게도 절제 있게 적도를 따른다는 것은 경계의 지킴을 의미합니다..


2. 네메시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노모스(고대 그리스에서 규칙ㆍ습관ㆍ법제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그 위에 넓은 의미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ㆍ인습적인 것ㆍ단순히 상대적이고 본래적이 아닌 것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인위가 개재할 수 없는 피지스(physis, 자연) 그 자체에 대립하여 사용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대한 철학적 사유 안에서 인간 이지에 작용하는  “교만의 법”을 발견하였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은 그런 인간 이지에 내재한 교만을 경고하는 가르침으로써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곧 절제 또는 자제력을 가질 것을 훈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절제와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교만을 행했을 때 “네메시스”(nemesis), 곧 징벌이 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는 바로 이 철학적 사유의 신격화입니다.  이렇듯 그리스 신화는 단순히 신화 이상의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 박종현 ‧ 김영균,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서광사, 2000, p22 


이번 대선은 현 집권 여당과 정권은 물론 야당에 대한 네메시스 측면이 강합니다.

무효표의 수가 각 대선 후보 간의 표 차이보다 많다는 점이나 10년 주기설이 무색할 만큼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결과가 이 점을 잘 말해 줍니다. 



3. 에고이스트


소광희 교수는 저서 『철학적 성찰의 길』에서 인간은 원초적으로는 에고이스트라고 말합니다. 


에고이스트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그들이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남에게 요구한다는 것이요, 그 점에서는 비타협적이라는 것이다. 에고이즘은 이렇게 자의식이 강할 뿐만 아니라 남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그를 비판하기에 급급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생각하여 변명의 구실을 찾기에 바쁘다. 그는 늘 남과 비교해서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거기에 맞추어 자기를 생각한다. -  소광희, 『철학적 성찰의 길』, 철학과 현실사, 2004, p21


조국 전 장관,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 오거돈 전 부산 시장. 

다른 적도로 자기편은 감싸고 남의 편은 난도질한 에고이스트들.

이번 대선은 정치인이 원초적인 인간으로 환원할 때 나타나는 결과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4. 프로네시스


소크라테스 : ……‘분별’(pronēsis)이란 흐름과 움직임에 대한 인식(phoras noēsis)이니까. 아니면 그것을 움직임의 향유(phoras onēsis)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걸세. 어쨌든 그것은 움직임과 관련이 있네. 다른 예를 원한다면 ‘판단’(gnōmē)를 들 수 있네. 그것은 오로지 출산에 대한 관찰(gonēs nōmēsis)이나 검토를 표현하지, 관찰(nōman)과 검토(skopein)는 같은 것이니까. 또 다른 예를 원한다면 ‘인식’(noēsis)이 있네. 이 말 자체는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neouhesis)을 뜻하네. 그런데 ‘있는 것들’이 새롭다는 말은 그것들이 언제나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네. 그렇다면 ‘네오에시스’(neoesis)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혼이 그런 것을 열망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는 셈이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비정치인 출신이 시대정신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는 새로웠고 숲 바깥에 있었기에 유권자들의 열망을 잘 알았습니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으니 당선자에게는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옛날에는 ‘노에시스’(noēsis)라고 부르지 않았고, 에타(ē) 대신에 에이(e) 둘을 모두 발음해야 했지. ‘노에에시스’(noeesis)라고 그런가 하면 ‘소프로쉬네’(절제)는 우리가 방금 검토했던 분별(phronēsis)의 보존(sōteria)이네. 그리고 ‘에피스테메’(지식)는 가치 있는(유능한) 혼이 움직이는 사물들을 따라가되(hepetai), 뒤처지지도 않고 앞서 달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는 말이네. 그렇게 때문에 ‘h'를 넣어서 그것을 ’헤피스테메‘(hepistēmē)라고 불러야 하네. 그리고 이해(synesis)는 헤아림(syllogismos)과도 같다고 볼 수 있네. 우리가 ’이해한다‘(syneinai)라고 말할 때는 언제나 ’안다‘(epistasthi)와 전적으로 같은 말을 하는 셈이지. ’쉰이에나이‘(함께 가다)는 혼이 사물들과 함께 나아간다는 말이니까 한편, ’지혜‘(sophia)는 ’ 움직임에 접촉함‘을 뜻하지만 이 이름은 아주 애매할뿐더러 더욱이나 아주 외국식 표현이네. 그러나 무엇이든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것들을 두고 시인들은 종종 ’ 내달았다‘(esythē)라고 말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네. 명망가들 중에 ’수스'(Sous)라는 이름을 가진 스파르타 사람이 있었지. 스파르타 사람들은 재빠른 돌진을 이 이름으로 부른다네. 그러니까 ‘소피아’(sophia)는 이런 움직임에 접촉함(epaphē)을 뜻하네. 있는 것들이 움직인다는 가정에 근거해서 말이네. -플라톤, 김인곤 & 이기백 역, 『크라튈로스』, 이제이북스, 2007, p98~100 (411d~412d)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혼을 따라가야 합니다.

항상 그들 영혼의 움직임에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현 정권의 패착이 여기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지지층만 신경 쓰다 개혁은 멈췄고, 이를 바라는 유권자의 영혼은 외면했습니다.

그것이 오늘과 같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신의 경지에 이른 당신의 계책이 하늘에 가 닿았고 )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절묘한 그대의 헤아림은 땅의 이치에 통달하였도다)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싸워서 이긴 공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족함을 알겠거든 이제 멈추길 바라노라)      


개인적으로 바라기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정부 여당의 386 세대가 전승공기고하니 지족원운지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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