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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5. 2021

혼돈(Chaos)

코로나19가 던지는 화두

기대 반 우려반으로 보낸 세월이 어느새 반년을 훌쩍 넘겼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세상은 뒤죽박죽 됐다. 어디서는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또 다른 곳에서는 함성도 들린다.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한마디로 혼돈의 세상이다. 

혼돈이란 단순히 의미 없는 요동이 아니라 언제라도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질서를 '내포한' 상태다. -일리야 프리고진-

<김미경의 리부팅>에서 저자는 코로나19를 혼돈으로 묘사한다. 코로나19의 출현으로 모든 강의 일정이 멈췄다. 이내 사그라들겠거니 했던 코로나19는 잦아들 줄을 모른다. 수입의 대부분 강의다 보니 수입 없이 통장 잔고만 줄어든다. 이제 직원의 생계까지 걱정할 판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저자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코로나19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몇 달 동안의 공부 끝에 저자는 깨닫는다. 코로나19는 혼돈인 동시에 질서와 기회라는 걸 말이다. 

혼돈의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그 안에 질서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중략) 혼돈의 에너지가 크다는 건 질서가 잡혔을 때 질서의 크기도 크리라는 걸 의미한다. <김미경의 리부트>

두 번 읽었던 <김미경의 리부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역시 같은 책을 읽어도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이 책과 함께 요즘 가장 핫한 조던 피터슨의 과거 저서인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함께 읽고 있다. 책의 서문에 저자는 혼돈에 대해서 말한다. 그렇게 혼돈이라는 단어는 내게 화두로 다가왔다.

혼돈은 흔하고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새롭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혼돈은 창조인 동시에 파괴이며, 새로운 것의 근원이자, 죽은 것의 종착역이다(세련되게 다듬어진 문화와 달리, 자연에서는 죽음이 곧 탄생을 의미한다).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미지의 것이 느닷없이 닥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모든 것을 상실한 듯한 순간에 새로운 질서가 재앙과 혼돈 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책-

혼돈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성경의 <창세기>와 <요한복음>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 창세기 1장 1절~2절 -

혼돈하고 공허한 세상을 하나님이 말씀(로고스)으로 질서를 부여해 나가신다. 창세기를 끌어 온 요한복음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 요한복음 1장 1절 -

여기서 말씀은 로고스 logos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 나오는 개념이다. 혼돈과 공허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형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조던 피터슨이 혼돈을 창조이자 파괴라고 말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창조인 동시에 파괴이며 새로운 것의 근원이자, 죽은 것의 종착역은 구약성경의 노아 홍수 이야기에도 잘 드러난다. 홍수를 통해 생명을 멸하신 후에 방주에 살아남은 노아 가족과 짐승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신다. 노아 시대에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미지의 것인 홍수가 느닷없이 닥쳤다.  <누가복음>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에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더니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망시켰으며 -눅 17:27 -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왜 지금 갑자기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책을 읽어보니 지금 시대가 바로 창세기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당신과 내가 모르고 지나치는 사이 방주는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그 방주에 탈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바로 코로나19가 만든 혼돈(카오스) 속에서 질서(로고스)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노아가 방주를 만든 때에도 다수의 대중은 먹고 마시고 할 것을 다하다 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코로나19 이전 시대와 동일한 사고방식과 태도로 살다가는 노아 시대의 사람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는 <김미경의 리부팅>에서 저자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질서 밖으로 밀려나는 건 다수다. 소수만이 부의 열차를 점령한다. 밀려난 많은 사람들이 더 적은 돈을 놓고 경쟁하는 질서 밖 아웃사이더의 세계에는 과연 어떤 기회가 남아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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