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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 Sep 29. 2024

전통의 교육기업이 라이브커머스를 한다면?

1. 슈카님 유튜브를 보는데, 오랜만에 중국 관련 콘텐츠가 나오더군요. 대륙남이나 캡틴따거 외의 경제 유튜버의(?) 중국 콘텐츠는 오랜만이라 흥미 있게 들었네요. 공동부유를 외치며 중국이 시행했던 여러 정책에 관한 내용인데, 제가 관심 갖고 보던 몇몇 기업이 나오네요. 오늘은 신동방(新东方)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알리바바 얘기는 다음 기회에ㅎㅎ)

2. 중국 최대 사교육 업체였던 신동방은 21년 중국 정부의 금지령으로 99.5%의 시총이 증발하며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크고 작은 사교육 업체가 사라지던 그때, 모두가 신동방도 이제 끝이다 하던 그때, 영화 중국합화인(中国合伙人)의 실제 주인공이자 신동방 창업자인 위민홍(俞敏洪)은 사교육 문을 닫으면서도 관련 직원 및 교육비 선납분을 깔끔하게 다 해결하고 그 당시 이미 핫했던 라이브 커머스로의 진격을 선언합니다.

3. 사실 신동방이 라이브 커머스를 할 때 아예 비교 기업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한때 스마트폰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1000억의 빚을 졌으나 라이브 커머스로 대박 나서 그 빚을 갚고 있던 뤄용하오(罗永浩)가 신동방의 강사 출신이었죠. 그의 성공은 그보다 훨씬 우수한 강사들을 데리고 있다고 자신하던 위민홍에게 충분한 자신감을 줬을 겁니다. (참고로 위민홍과 뤄용하오 둘 사이는 매우 안 좋습니다.)

4. 돈은 충분하니 언젠가는 빈곤한 농가 지원을 하고 싶었다며 동방쩐쉔(신동방에서 고른 엄선된 제품)이란 계정에서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한 신동방... 위민홍의 예상대로 일타강사의 저력은 정말 엄청났죠. 특히 동위후이(董宇辉)라는 출중한 강사는 국민사위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하루 최고 매출액 300억을 올리며 순식간에 동방쪈쉔을 탑티어 이커머스 기업으로 만들어줍니다. 저도 몇 번 봤는데, 지금 이게 교양수업을 듣는 건지 물건 사라는 권유를 듣는 건지... 동북지역의 쌀에 대한 설명을 인류 역사와 문학을 섞어서 하는데...우스갯소리로 100위안짜리 강의를 듣는데, 끝나고 나니 사은품으로 쌀을 준다는 말까지 있었죠.

5. 하지만 너무 잘나갔을까요. 신동방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버리고 맙니다. 내부 고위 관리층의 눈에 동위후이는 수천억의 매출을 만들어주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관리를 받아야 하는 직원 중 한 명이었던 거죠. 사람이 안 바뀌었는데 전통의 교육기업과 MCN+이커머스 기업 사이로의 전환이 어찌 그리 쉬울까요. 관리층에서 동위후이를 홀대한다는 것에 여론은 난리가 났고 결국 위민홍은 동위후이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기존의 관리층과 분리시킵니다. 하지만 여론은 기존 관리층의 편을 들어준 거라고 생각했죠. 사실 이때다 싶어 징동(중국 3위 이커머스) 등에서 500억의 계약금을 제시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위후이도 이런저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자회사로 갔죠.

6. 동위후이가 떠난 신동방은 어찌 됐을까요. 실시간 10만 명이 넘던 팬들은 만 명 정도로 업계 탑티어 라이브 커머스 회사에서 중간급으로 내려왔고 특유의 공부를 하는 건지 물건을 사는 건지 모르는 채널의 색깔도 없어졌습니다. 자회사로 갔던 동위후이는 결국 몇 달 후 독립을 했습니다. 약 150억을 신동방에게 지불하며 자회사에 있던 신동방의 지분을 다 사들이면서요. 그 돈은 어디서 났냐고요? 위민홍 회장이 줬다고 합니다. 자기로부터 독립하려는 자회사 대표에게 돈을 줘서 자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걸 도와줬다고요...? 위민홍 회장의 그릇은...

7. 이 사례는 전통 기업의 혁신적 전환의 사례를 잘 보여줍니다. 신동방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창출해내죠. 하지만 동시에 급격한 변화 속에서 조직 문화와 인재 관리의 중요성도 드러났죠. 위민홍의 결단은 비록 단기적으로는 손실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보여주며 여론과 더 큰 실익을 위한 포석의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혁신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신동방과 동위후이가 각자의 길에서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 그리고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산업이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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