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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 HUH May 21. 2024

누군가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다.

1.

내가 무언갈 기록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1) 무형의 생각을 유형의 글로 옮겨 공유하기 위함

2) 글을 통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선전포고한 후 그대로 행동하기 위함


오늘은 후자다.



2.

지난주

이직 제안을 주신 선배를 만나 3시간가량 대화했다.


사무실 구경도 하고

서로 간 지난 이야기를 나눈 후

선배 회사의 상황을 속속들이 들었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은 크게 3가지였고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그 회사에 빠르게 기여할 수 있고,

그래야 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생각에

한 가지 일을 염두하며 고민했다.


회사는 나의 관심사인 문화사업을 하고 있었고

경쟁사 대비 올드해 보이는 문제는 있으나

파급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냈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다.


퇴사 후

몇 개월 지난 상태였다면 갔을지 모른다.

허나,

지금은 이르다 생각되어 가지 않는 선택을 내렸다.



3.

과거 회사에서 일할 때

다른 사람들을 동기부여 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상대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할 때

가장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 파악한 후 (배려하며)

상대로부터 일을 줄기처럼 줄줄 뽑아내곤 했는데


이는 누군가의 성향을 빠르게 캐치하는 내게

맞는 일이기도 했으나


지칠 때면

왜 내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사방팔방으로부터 젖 달라는 컴플레인을 받는

젖먹이 유모가 된 것 같기도 했다.



4.

작년 SM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워커힐과

NCT 관련 협업 프로젝트를 한 적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은 말랑말랑하니 즐거웠으나

결국 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함이 가장 중요했기에

타 가수의 팬이었던 동생과 엄마와 이야길 나눴다.


그리고 다음날

동생은 자신이 생각해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정리한 파일을 보내왔다.


‘언니 이번 프로젝트가 디게 재밌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해 보게 되네.’ 라는 말과 함께.


동생의 아이디어들


들으면서 2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자발적으로 이런 피드백을 준다니.

'그동안 나와 일했던 사람들 중 이런 사람이 몇이나 있었나'


‘회사라는 조직엔 (동생보다 더 많은 돈을 받으면서)

최소한의 인풋을 유지하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뿐인데'라는 생각이 들며 조금 씁쓸해졌다.


2) 또한

‘디게 재밌어 보인다’라는 표현은 괜스레 짠했고

동생에게도 즐거운 일을 하는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퇴사 후 나는 동생에게 여행을 제안했다.


동생이 또다시

철벽의 방으로 들어간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살면서 동생을 그 방에서 여러 번 꺼내본 터,

등짝 스매싱을 날려서라도 꺼낼 자신은 있었지만


최소 며칠 간 일상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했고

나 또한 그런 시간이 원하던 차였다.


공항에서 만난 동생은


더워 보이는 마스크

푸석한 얼굴

목의 상처

텁텁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대화를 나눠보았다.


평소 불안을 많이 느끼는 동생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목이 졸리는 느낌에

이런저런 치료를 받다 멍까지 나는 등


몸과 마음의 건강이 무너진 듯 보였다.



6.

몇년 전 회사에서 재고관리 업무를 맡던 때

우연히 나눈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은 회사가 아니라

집안의 재고관리를 해야 될 때'라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내 일에 바빠 신경 쓰지 못한 사이,

동생은 자신에게 익숙한 불안과 우울의 터널로

다시 스멀스멀 기어 들어간 듯 보였다.


그리고 제주 여행에서 나는 동생에게


마스크도 벗고,

지갑 속 불룩한 부적 등도 모두 버리고,

서울에서 목 치료를 함께 받고,

같이 식단 관리와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고

교회를 다니며 매일 함께 기도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우연히 방문한 ‘마포마취통증병원’에서

동생의 목은 낫게 되었다.


퇴사 후 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동생을 다시 얻었다.


[네이버 지도]

마포마취통증의학과 의원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 15 제일빌딩 408호

https://naver.me/GpfIvNMb

최고의 선생님




7.

미래를 고민하며

동생과 매일 서로의 기도제목을 공유하는 가운데,


어렴풋 알고 있었으나

다시 한번 마주한 동생의 소망을 보았다.


그리고,

퇴사라는 기회를 살려,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동생의 손을 잡고 함께 미래를 그려보는 것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움 속 소망



8.

허나 나도 곧 40이라

(88년생은 37살인가요? 35살인가요?)

퇴사 후 재취업이 아닌

동생과 사업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취업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동생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되므로

일단 실행해보고자 한다.


애정하는 동생의 그림
아름다운 서울숲의 조각 '약속의 손'


브랜딩 책에서 발견란 의외의 문구


9.

그리고 우리의 약속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지속 기록할 수 있길 바래본다.


약속의 시작,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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