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업
1.
7월 초,
월 500만원이라는 수입 목표를 정하곤
7/2, 하루 만에 멘탈이 무너지는 상황들이 있었다.
※ 느낀 점
1) 하루 만에 무너지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오.
2) 왜 나는 많고 많은 목표 중 '수입'이라는 목표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일까. 현실적이며 냉담한 뇬.
보끄럽지만,
7월은 꽤 어둡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생각이 복잡할 땐, 글을 써 내려가며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나 힘이 부족하였다.
그럼에도 종종 다이어리에
내 마음을 끄적이곤 했는데,
오늘은 그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으로 옮겨본다.
2.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패턴이 있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그 힘듬의 '핵'을 향해 더더더더더.... 들어가서
그 발단이 무엇이었는지 흉터를 벌려 확인하고 온다.
그렇기에 그 과정은 늘 외롭고 아프다.
힘들 때 친한 친구들하고 커피 한잔 맥주 한잔 하면서
툭 털어낼 수도 있을 텐데
나는 힘들면 철저히 혼자가 된다.
이번에도 나는 외부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은 채
주 5회, 10회의 운동을 아침/저녁으로 다니며
나를 들여다보았고, 내 결핍을 마주하였다.
3.
나는 예전부터 가만히 있는 상태를
쉬는 행위로 인식하지 않고
'목마른 결핍'상태라 인식했고,
그 결핍을 외부에서 채우려 했다.
일을 많이 한 것,
가족과 굉장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 것.
등이 그 예가 되겠다.
실제 나는 가족을 매우 사랑하며,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할 때 가슴이 웅장해지는
인간이 맞다.
허나, 그 행위에 조금 더 몰입/집중했던 이유 중
하나엔 '나의 결핍'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4.
오은영 박사님께서 '허구의 독립'관련
이야기를 하신 유튜브를 본바있다.
내가 바로 그 허구의 독립을 한 상태로 보였다.
독립 후에도 나는 시간만 나면 부모님께 찾아갔고
나라는 존재는 부모님께 든든함을 드려야
'이상적인 장녀'의 모습이라 생각했으며
이를 잘 수행해 내는 것은 삶의 의미 같았다.
우리 가족은
1) 안 시켜도 척척 알아서 하는 나로 인해
편안했던 적도 있었겠지만
2) 뭐든 과하게 열심히 한 후,
보너스로 생색까지 내는 나로 인해
피곤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족을 위해 했다고 생각한 많은 행동 속엔
누런 콧물같은 눅진한 결핍들이 그득했다.
5.
37살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부쩍 많아진 혼자 있는 시간을
나는 자꾸만 공허하고 헛헛하게 느꼈고,
그러다 보니 동생에게 집착하는 나를 발견했다.
타인과의 관계 속 '도움 주는 역할'이라는
내가 좋아하고 내게 익숙한 정체성을 유지해야
공허함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2일, 내가 내 결핍을 쉽게 메꾸기 위해,
내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했던 그 행동들이
실은 이미 성인이 된 동생을
괴롭게 하는 행위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6.
나는 타인의 피드백을 의식하는 편이며,
내가 눈치챈 그 피드백에 부응하고자 노력한다.
(표현하고 보니 피곤하네..
그래서 늘 승모근이 솟았던 거니)
일례로, 초등학교 음악시간이었다.
리코더 시간이었는데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리코더 부는 중간중간 숨을 쉬어야 하는데
안 쉬는 친구들이 있다며
당시 반장이었던 나보고 한번 일어나서
리코더를 불어보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왜 선생님은 나를 콕 집어 불렀을까?
어떤 사례의 예시로 나를 부르 것인가?
나는 숨을 쉬어야 하는 예인가?
숨을 안 쉬는 예인가?' 하는 고민 후
평소와 달리 '있는 힘껏 숨을 참고' 연주를 완료했다.
완료 후 선생님을 바라봤는데
선생님은 다소 당황한 기력이었다.
(띠발. 나는 숨을 잘 쉬는 예였나 보다)
내게 있어, 평소처럼 연주해야 한다는 옵션은 없었다.
내 연주가 구리게 들릴지언정
선생님의 기대에 충족하고 싶었다.
7.
7월 초 나는
'나의 결핍으로 일과 가족에 집착했다'는
다소 과격한 결론을 냈었다.
A는 B다라는 속 시원하고 명확한 공식을 내니
속은 시원했고,
이제야 나를 알았군 하는 착각에 자위했지만
사실 성급하고 조급한 결론은
지난날의 나의 선의까지 나쁘게 포장시켜
나를 아프게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은 어느 한 가지 이유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그냥! 저냥! 마냥! 했던 순간도 있으며
이유 없이 정말 좋아서 한 순간도 있는 것인데
나는 왜 자꾸 나의 행위를
어떤 공식에 집어넣고자 하는 게냐.
그럴 수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8.
요즘의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은
24살 취업 후 13년 내내
외부요인으로부터 나의 결핍을 채워온 내가
나라는 사람을
깊숙이 바라보게 되는 첫 순간일 것이다
이 과정이 나를 외롭게도 지치게도 만들어 힘들지만
이 시기를 통해 나는 확실히 성숙해질 것이다.
9.
7월 내 하루 속 운동일정을 잔뜩 추가하기로 했다.
아침요가, 저녁요가, 저녁수영 외
점심 [30분 순환운동]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등록했다.
이름만 보곤 요가 같은 건 줄 알았다.
하나, 막상 수업에 들어가니
쿵따리 샤바라와 같은 노래에 맞춰
에어로빅처럼 온몸을 흔들어 재끼는 운동이었다.
이 운동을 통해 나는 또 나를 바라봤다.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며 내게 잔뜩 낀
거품, 뽕, 허례허식 등을 다 내려놓고
어머님들과 얼굴이 뻘게질 때까지 온몸을 흔드는 행위.
시작 전..'취소할까' 한 5초 고민했다.
그러나, 곧이어 내 자아를 내려놓고
한번 신명 나게 흔들어재껴 보리라는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뒤에 일정도 없으니
집에 가서 뻗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있는 힘껏 온몸을 털어댔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던가.
요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운동은 요가,
내가 가장 즐기는 운동은 수영이지만
나의 정신머리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운동은
바로 30분 순환운동이다.
글이 기니, 우선 여기서 멈춰본다.
참고로 여기는 아르켓 가로수길 카페다.
팔뚝/부유방 부자로서 나시 한번 입어보려 왔다가
조용한 카페 분위기에 글 하나 갈기고 갑니다.
8월은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라며 이상 끝.
모두 허구의 독립에서 벗어나세요. (캠페인인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