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시작 : 두 번째 취업

렛's 퇴사일기

by 리버
#7-1.jpg
#7-2.jpg


두 번째 직장은 사실 면접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면접관은 다섯 분이나 들어왔는데 거의 사장님 혼자 이야기했고, 내 업무 능력이나 성격에 관한 질문과 탐색보다는 회사 자랑과 잡담만 가득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직무였고 연봉도 아슬아슬하게 허용범위였기 때문에 그 회사를 선택했다. 사실,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도 않았다.

선임 디자이너는 후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내게 일을 주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자 보다 못한 사장님이 내게 직접 일을 맡겼는데, 구체적인 사항이 아무것도 없었다. 첫 일을 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던 사장님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다시 하라는 말뿐이었다. 선임에게는 조언을 청했다가 “아직 피드백을 줄 만한 수준조차 아니다.”라는 말만 들었다.


'내 능력이 그렇게 부족했던가?'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입맛이 없어 저녁을 거르다 보니 나날이 몸무게가 줄었다. 퇴근 후 어둑한 방에 가만히 누워있을 때가 그나마 편안했다.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일이 힘들면 살이 찌고 사람이 힘들면 살이 빠진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그거, 진짜다. 그렇게 몇 주를 시달리다가 결국 그 프로젝트를 선임 디자이너에게 뺏겼다. 나는 그날 생에 처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내가 학벌 좋은 애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정받지 못하는 걸 못 견뎌서야."


그다음으로 맡은 프로젝트에서도 한 달을 질질 끌다가 내 디자인이 처음으로 통과된 날, 사장은 아주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까면 깔수록 잘하는구나?"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해서 모든 일을 다 해내려 전전긍긍하던 나에겐 명치를 때리는 말이었다. 학생 시절 좋은 성적을 얻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원동력이 되었던 그 마음이, 이젠 나에게 멍에를 지울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결국 나는 불명확한 지시에 따르며 무리하게 일하기를 그만두었다. 나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굳이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방향이 주어지지 않으면 내가 보기에 맞는 쪽으로 진행했다. 어느 쪽이든 지시가 오락가락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나는 여전히 항상 화가 나 있었지만, 이제는 잠도 자고 음식 생각도 났다. 애사심도, 일에 대한 흥미도 뚝 떨어졌지만 마음만은 좀 더 편해졌다. 그렇게 그 회사에 1년 9개월을 다녔다.

이전 05화어차피 복불복이잖아요 : 다시,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