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agawa
청춘을 보내고 나는 걸었다. 해 저물어버린 타마가와 강가
이미 지나간 버린 것들 목 꺾어 돌아보지 말고 걷자, 걷자 되뇌여보지만 미처 가져보지 못한 것들, 제대로 전하지 못한 단어들이 차가운 밤, 서걱대는 바람되어 채 여미지 못한 옷깃 속을 스민다.
가로등 불빛들은 어둠에 물들고, 휘갈긴 낙서, 텅빈 벤치처럼 타마가와 강가에 나는 서있다.
지난 글들을 읽어보았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많았는데, 단락과 단락 사이에는 망설임이 잔뜩 묻어 있다. 항상 시작한다고 말했지만 미처 시작하지 못했구나.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 뒤를 돌아보니 내게 청춘은 머뭇거림이었다.* 삶은 늘 미래의 것이고, 아직 진짜 게임은 시작된 게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청춘을 저만치 우두커니 세워놓고 바라보기만 하다 한창 때를 지나쳐버린 듯한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진정한 후회는 늘 해본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다’고.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내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파커 J. 파머의 말처럼 “내 눈 앞에서 쾅 닫혀 버리는 문들 때문에 고민하던 그 자리가 바로 나의 세계가 활짝 열리는 자리였”으니.** 그렇구나. 시간처럼 흐르는 검은 비늘의 저녁 강물이 내게 속삭여준다.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말라고. 너는 너일 뿐이고, 그렇게 스스로 찾는 것이고,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너무 조급히 생각하지는 말자.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무수한 깃털처럼 낭비한 청춘이고, 우물쭈물 망설이며 흘려보낸 헛된 시간들이니. 때로 텅빈 것은 텅 빈 것이 아니고, 쓸모없는 것들은 쓸모없는 것만은 아닐테니.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그 누군가의 말이 아닌 자신이 찾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일테니.
*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 구본형, <떠남과 만남>에서
** 파커 J.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