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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Nov 20. 2020

바보 오형제

함께쓰는 한 단어 『나의 특이한 취향』, 박상자님의 글





나는 보는 걸 좋아한다. 뭔가 지긋하게 보는 것 말고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 살펴 재미있는 무언가를 찾는 일 말이다. 그래서 미디어의 홍수인 요즘에도 길고 긴 드라마를 보는 일은 고역이며 영화도 고르고 골라서 후회 없을 만한 걸 본다. 길이가 그리 길지 않은 유튜브는 내게 적합한 매체인 것 같다. 멍하니 의미 없는 영상을 보다 보면 차라리 영화를 보는 게 나았으려나 싶은 때도 많다.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건 세상 사는 모습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모두 다른 얼굴을 하면서도 큰 틀 안에서는 모두 같은 모습을 하는 사람들은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가 세상에 나 뿐 만은 아니라는 위안을 주는지도 모른다. 그 위안을 찾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 눈을 굴리는 걸까.



사람의 모습에서도 특히 나는 사람 손발 생김새에 관심이 많다. 손은 특히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손발 마다 분류가 되는 특징이 있어서 보이면 흘낏 보곤 한다. 취향이랄 것까진 없고 그냥 소소한 재미이다.



내게 손발은 재미있는 존재이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얼굴을 가꾸고 몸매를 신경 쓰지만 손발은 크게 바뀌기 어렵다. 주인의 성격이나 외모와 무관하게 생겼다는 점에서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하며 부모를 닮았을 것이라는 점에선 애틋함도 느껴진다.



손은 얼굴과 체격 외에 가장 많이 보이는 부분일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손은 순수할 수 있지만 사람과 소통을 하다 보면 손 주인의 의지가 들어가고 의사를 드러내기 때문에 그대로의 생김새만으로 다가오지 못 하고 귀여움, 애틋함이 반감된다.



반면에 발은 어떤가. 평소엔 덥고 습한 곳에서 갇혀 숨막힌 상태로 지내거나 신발 같지도 않은 판대기에 의지하며 바닥을 쓸고 다니거나 좁고 높은 위태위태한 곳에 올라가 온갖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고난을 겪고 있진 않은가. 가장 낮은 곳에서 먼지를 마시고 무거운 몸뚱아리를 받치며 아래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부분을 감내하고 있다. 관절이 많긴 하지만 그만큼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발가락은 또 어떤가. 손가락처럼 의사를 가지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갓 태어난 어린애와 똑같이 꼼지락거리기만 할 줄 알면서 무의식의 연주에 달달 떨거나 꼬물거리기만 할 뿐이다.



발가락을 보고 있자면 발에 붙어 있는 멍한 바보 형제들 같다. 멍하니 있다가 주인의 미숙함에 휘둘려 어딘가에 찧고 밟히고 굳은 살만 쌓여 간다.




이들이 호사를 누릴 때는 언제일까. 족욕을 할 때?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글 때? 관리를 받거나 페디큐어를 할 때? 그 밖에 있을까 싶다. 그래도 이런 단순하고 바보 같은 모습 때문에 발가락은 귀여운 매력이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무언가에 열중해서 일을 할 때, 얼굴, 머리와 손은 아주 바쁘게 움직이며 일을 할 것이다.



 이 때 발가락을 생각해보자. 같은 한 몸이지만 발가락은 멀뚱멀뚱 또는 꼼지락거리며 멍하니 또는 뒹굴거리며 있을 것이다. 이 모습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다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신과 내가 가진 능력이 아무리 달라도 발가락의 능력은 비슷할 것이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답답한 일이 많을 때에는 침대에 누워 자기자신을 누군가의 발가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떨까.



Written by. 박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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