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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끄적끄적

by 이마루

#1.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냐.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 나의 아저씨 중에서


오늘의 나를 위한 말일까.


꾸중을 들었다.


억울한 면도 없지 않지만 다시 기억은 하고 싶지 않으니 여기에 끄집어내지는 않으련다.


직업이 맞지 않나, 이 생각까지 든다.


혼나고 나면 가장 무서워지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부끄러운 모습을 본 타인의 시선을 끝도 없이 상상한다. 알 길도 없는 개개인의 머릿속까지 열어 상처가 될만한 생각은 없나 뒤적뒤적하기까지 한다. 떨어진 화살을 주워다 내 가슴에 척척 꼽아대고 있는 꼴.


내가 나 자신의 기를 한없이 꺾고 있는 꼬라지.


대수롭지 않아 해야 남들에게도 그렇다.


그렇단다.



# 2. 연습삼아 내 사진을 찍어봤다. 사진이란 건 때로는 마술과도 같아서 손만 교묘하게 잘 쓰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꽤 얻을 수 있다. 찍는 과정쯤이야 예쁘지 않으면 어떤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어차피 결과물 그 한 장인 걸. 삶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와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B컷만 가득한 나의 일상.

내 하루에는 아직 A컷이 없다.



아니 아니지, 인생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도 같다. 오히려 수많은 B컷이 모여 A컷이 되는 느낌이랄까. 먼 훗날 눈을 감고 지금, 그러니까 2025년의 어느 여름날을 떠올려보려고 하면 순간순간이 기억에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 모든 장면이 오묘하게 뒤섞여 앞뒤 맥락을 알 수 없는 어떤 특정 순간의 내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 마치 넓게 펼쳐 놓은 타로카드를 한 손안에 추리려는 행위처럼.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를 향해 뛰고 있는 내 모습이라든지, 어느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라든지. 이 하나하나를 A컷이라고 부르기엔 스스로가 낯부끄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끔찍한 ‘일상의 반복’으로 삶의 A컷을 찍어낸다는 아이디어가 꽤 그럴듯하다며 끄덕이고 있는 어느 금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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