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테니스를

by 라프

지나는 선미가 초등학생때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이었을 거다. 지나를 스트레스에서 해소시켜주는 유일한 돌파구였다. 테니스 마니아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본인이 테니스를 치다 보면 가족과 함께 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다행히 지나에게는 아이가 세명이나 있었고, 모든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최소 한 번씩은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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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가 처음 테니스를 배운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마침 중학교에 테니스부가 있었고, 지나는 선미에게 테니스부에 들어가 보길 권했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던 선미는 기꺼이 한 번 해 보겠다 했고 테니스부에 들어갔다.


하. 지. 만.

운동부라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우선 마음에 안 들면 일단 욕부터 하고 보는 호랑이 선생님 이상의 테니스부 코치님이 있었고, 두발 자유화가 아니던 그 시절에 붉은 염색을 하고 있었던 테니스부 선배 언니가 있었다. 매일 새벽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장을 뛰어야 하는 것도, 코치님뿐만 아니라 선배 언니들에게 기합을 받는 것도 선미에게는 꽤 벅찬 일이었다.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선미는 지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테니스 그만둘래. 그냥 공부할게.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어.


지나는 선미의 이 말을 듣고 딜레마에 빠진다. 아이들 중 하나는 테니스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람과 테니스 대신 공부하겠다는 선미의 선택. 둘 중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지나의 심정이었지만, 결국 첫째였던 선미에 대한 테니스 가르치기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에 둘째, 셋째 모두 테니스를 가르쳤으나 아쉽게도 지나만큼 테니스를 사랑하게 된 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들 기초는 조금씩 배워서 테니스채를 휘두를 수는 있다는 것이랄까.




지나 친구 중에 부부와 딸 아들까지 네 식구가 모두 테니스를 쳐서 주말마다 종일 온 가족이 테니스를 치는 집이 있다. 지나는 늘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아이들과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계속 꿈꾸었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이다. 지나는 꾸준히 테니스 레슨을 받아 왔는데, 이번에는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실내 코트에서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선미의 동의 없이 선미의 이름을 레슨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다. 당시 테니스 코치가 실력이 좋아 잘 가르치기도 하고 여름이어도 실내 코트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명단에 올려놓고 자리가 나기 직전 레슨 가능한 날짜가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지나는 선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선미야 테니스 레슨 받아. 지금 배워놓으면 다 살이 되고 뼈가 되는겨. 이 테니스 레슨 대기자 너무 많아서 받으려면 몇 년 걸린다, 너? 이번에 안 받으면 정말 후회해.


결국.. 일주일에 한 번 20분 레슨을 위해 올림픽 공원에 가기 시작했다. 기초를 몇 달간 배웠고, 이후에 레슨 시간과 일하는 시간이 겹쳐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지나 말대로 테니스 코치 실력이 정말 좋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미의 테니스 실력은 꽤 향상되었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둘째인 선미 여동생이 뒤늦게 테니스에 빠져, 지나에게 수시로 테니스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겨울에는 한국에 와서 지나에게 특별훈련을 받는 등 지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하고 기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겨울. 남동생이 결혼을 했다. 올케네 식구는 해외에 살고 있었는데,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 한국에 여행을 왔고, 올케네 가족이 돌아간 후에는 우리 가족이 올케네 식구들이 있는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갔다.


가장 중요한 결혼식을 마치고 온 가족이 호텔에서 쉬기로 했는데, 호텔에 테니스 코트가 있었다.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모두가 테니스를 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나의 꿈이 드. 디. 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치는 테. 니. 스


선미의 실력이 제일 꼴찌였고, 그다음이 여동생, 남동생이었다. 당연히 지나의 수준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공이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면 어김없이 공을 놓쳐 버려 렐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고 서브 실력이 없어 서브 넣는데 전체 시간의 1/3 이상이 소요했으며 서브로만 점수를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지만 정말 재미있게 테니스를 쳤다. 테니스를 치고 지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엄마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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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의 이야기

친구네 가족을 보며 늘 그렇게 부러워했는데, 이제 정말 여한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다 큰 아이들과 테니스를 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아무리 실력이 좋은 프로 테니스 선수들을 갖다 놔도 이것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억지로 시키느라 힘들었지만, 그렇게라도 아이들 모두에게 테니스를 가르친 보람이 있다. 비록 다들 뿔뿔이 흩어져 있어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질 수는 없지만, 1년에 한 번만이라도 가족 여행을 가서 함께 테니스 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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