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낳는 용종

파이어족의 노동 없는 월수익 2.

by 오늘의 바다 보다

사실 지금의 수익원들을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여차하면 있는 돈을 녹여서 살아갈 각오도 했기에, 퇴사를 한 후에 하나씩 공부하며 천천히 수익을 늘렸다. 그중에서 배당금은 주식을 나누어 사가며 확보하고 있었지만 그 금액이 참 더디게 올라갔다. 미국주식의 배당금을 목표로 하다 보니 환율도 고려해야 하니 두배로 까다로웠던 것이다.


그러다, 정말 하늘에서 달러로 된 배당금이 뚝 떨어졌다고 표현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우연히 부산시에서 건강검진을 지원해 준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포함하여 정밀 검진으로 몸을 쏵 훑고 나온 지 2년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그래도 무료이니 검사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 검사에서 무언가 나와버렸다.


검사를 받은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얼마 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두려움에 동생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나에게 ‘0 기암’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벙찐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의사가 다시 얘기해 주었다. 걱정하거나 놀랄 것 없어요.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되었고, 조직검사를 하니 암으로 발전하기 직전단계였어요. 그래서 1기가 아니라 0기, 0 기암이에요.”


놀라 어벙벙한 마음을 힘주어 눌러 내렸다. 암이 아니다. 그래 암은 아니라는 게 중요하지. “나이도 젊은데 대장내시경 잘 받았어요! 빨리 발견해서 아무 일도 없는 거예요.” 우연히 받은 검진이 은퇴 후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건져내 주었다. 2년 전에 받은 검사에서도 용종이 나왔지만, 악성이 아닌 그냥 혹덩어리였는데, 고작 2년 만에 1.5cm 크기의 험한 것이 나의 내장에서 자라고 있었다니. 퇴사 후에 스트레스도 확연히 줄었고, 술도 거의 먹지 않던 터라 더 의아했다.


그렇게 병원을 나왔다. 약도 치료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더 건강히 먹고 운동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용종이 느슨한 나의 은퇴생활에 긴장감을 던져 준 것이다. 내가 가입해 두었던 보험에서 아 용종은 제자리암으로 진단되어 소액의 보험금만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자세히 공부한 후 손해사정사에게 의뢰하자 일반 암 보험금인 2000만 원으로 바뀌었다. 거기다 앞으로 매달 내던 암 보험금도 더 이상 납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것은 불행일까 행운일까. 지금 생각해도 명확히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갑자기 보험금이 수중에 들어온다면, 치료비 외에 어디에 쓰고 싶은가? 쇼핑을 하거나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건강을 위한 어떤 것에 투자할 수도 있겠다. 나는 소정의 손해사정 수수료를 납부한 후 내 손에 남은 이 보험료를 더 특별하고 가치 있게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투자하여 다달이 배당금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위험도가 매우 높아, 평소의 나라면 절대 투자하지 않았던 곳에 돈을 넣었다. 높은 위험은 높은 수익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혹여나 주식이 망가져 원금이 반토막, 반의 반토막이 나더라도 원래 없던 돈이니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니까 어떤 상품에 투자했냐면, 바로 달러로 투자하는 일드맥스 ETF이다. ETF란,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만든 펀드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이름도 어려운 합성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해서 배당을 극대화하는 상품인데, 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사고팔아서 수익을 만들고 그것을 배당으로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당수익률이 년 100%에 가까운 파격적인 배당을 주는데, 배당이 높은 대신에 펀드에 투자한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은 위험한 펀드이다. 분산투자를 하기 위해 보험금을 1~200만 원씩 나누어 달러로 환전하고 펀드를 매수했다. 역시나 펀드의 가격이 매우 격렬히 오르내렸으나, 다행히 그동안 받은 배당금이 현재의 평가 손실금액보다 크다.


우연히 발견하여 내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 1.5cm 크기의 대장 용종이 매달 배당금액은 다르지만, 월평균 100만 원 정도는 꾸준히 주는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었다. 어디서 보험금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의 순위를 매긴다면, 상위에 랭크될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말하는 것이지만, 일드맥스 ETF를 추천하는 글은 아니니 투자에 유의를 바란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보험금을 받지 않는 이상, 생돈 넣으면 피눈물 흘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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