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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15. 2024

<사랑의 탐구> 사랑과 욕망, 아는 것과 하는 것

숨멎 달뜬 순간을 욕망하는 것은 사랑인가? 결핍에 따른 욕망이 사랑이라는 정의는 마침 플라토닉 러브라고?


바람, 불륜으로 사랑의 본질을 탐색한 #사랑의_탐구. 이 뻔한 소재로 신박하게 뽑아낸 힘은 솔직한 디테일이다. 영화가 끝난 뒤 극장 옆자리 젊은 여자들은 재미있다고 환호했다. 아마 중년들은 감상이 복합적일듯.

마흔의 철학강사 소피아는 10년 된 파트너와 동거중이다. 지적인 대화가 통하고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남자다. 각방 쓰는 것도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보이고, 온갖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 사이다.

소피아가 별장 수리를 위해 만난 인테리어업자 실뱅과 격렬한 하룻밤을 보내면서 이야기가 본격 시작된다. 실뱅은 공부 대신 일찌감치 생업에 뛰어든 잘생긴 근육질 마초다. 진보적 소피아 주변에 없는 우파다. 


원나잇으로 끝날 수도 있던 관계는 욕망에 솔직한 둘의 적극적 의지로 더 깊어진다. 바람이라고, 그냥 지나갈 거라 생각도 해봤지만 소피는 욕망에 정직한 인간이다. 결혼 안했을뿐 10년 파트너였던 자비에는 자상하지만 짜릿함은 없는 사이. 그리고. 음.. 말잇못


교수 자리를 노리는 소피아는 마침 대학 강좌에서 노인들에게 철학을, 그것도 사랑을 가르친다. 플라토닉 러브와 달리 쇼펜하우어는 삶의 의지를 사랑의 동력이라 했고, 스피노자는 사랑과 욕망을 별개라고. 진정한 사랑은 비이성적이란 해석도 나오고, 벨 훅스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위라 했다고. 사랑에 굴복하는게 아니라 선택하는 거란 얘기다. (서점의 벨 훅스 책을 봐야겠...) 사랑? 정답이 없다는 것만 분명하다. 과연 사랑을 가르치는 소피아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는 것과 하는 건 정말 다른 얘기다.


몇년 전 독서모임에서 플라톤의 <향연>과 알랭 바디우의 <사랑예찬>으로 토론하며 사랑을 책으로 공부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사랑을 보호하는 것도 철학의 임무”라더니, 예로부터 철학자들은 꾸준히 사랑을 논했다. 결핍으로부터 시작되든, 번식을 바라든 욕망도 주요 변수지만 알랭 바디우는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와중에 옛날 리뷰 꺼내서 다시 사랑 복습하는 나란 인간..) 소피아의 사랑은 어떻게 될지 불안한 건, 내가 너무 배운녀자에 관습적 인간이라 그런가?

만족스러운 섹스 없이 사랑은 지속가능할까? 만족스러운 섹스만으로 사랑이 될까? 섹스는 안정된 관계에서 더이상 후끈해지기 어려운걸까? 번식을 달성한 이후 아이들에게 치이느라 혼이 나간 부모들의 사랑은 괜찮은걸까? 다른 세계에 속했던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복병을 만날까? 여자들이 바라는 남자는 어떤거지? 자신에게 세우는 남자의 욕망은 짜릿하게 다가오지만, 이게 지루한 경우는 뭐지? 스포일러 없이 더 못하겠다ㅋㅋ 


여주인공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론도)의 절친 프랑소아즈 역할을 맡은 모니아 쇼크리가 감독이다. 82년생, 딱 소피아 나이에 사랑을 탐구했다. 여자들의 시선, 여자들의 마음에 통달한 건 넘 당연하다. 청소년관람불가 답게 몹시 야한 영화인데, 기대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야하기로는 최근 본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못지 않은데 역시 여성감독들의 섹스신은 남다르다고 인정. 실뱅 역의 피에르 이브 카디널, 날렵한 턱선에 귀엽다... 음악도 좋지만 화면도 참신하다. 자동차 유리창과 거울 등을 이용한 앵글은 절묘하다. 이러니 칸 영화제 초청작. 캐나다 영화다. 

미녀 감독과 두 주인공

사랑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진정 #사랑의_탐구. 영어 제목은 The nature of love,  프랑스어 제목은 Simple comme Sylvain. 실뱅처럼 단순한? 


사랑이 뭐길래, 한줄이면 될 감상이 길어졌다ㅎ #마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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