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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나 May 15. 2021

독립 노동자의 시작,  가장 잘하고 싶은 일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의 어쩌다 시작


지난 2월.

6개월의 휴식을 끝내며 다시 일을 손에 잡았다.


"다시 한번 커리어를 만들어보겠어!"라고 결심한 게 아니었다. 오직 하나의 프로젝트 제안으로 시작된 흐름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제안들을 거절해왔던 터라, 구체적인 업무를 듣기 전엔 정말 별 생각이 없었다.


까다롭게 군건 아니었다. 어떤 일인지, 얼마나 책임권한을 가질 수 있는 일인지도 중요했지만 결국은 내가 나에게 확신이 없어서였다. 노동도 운동 같아서 쉬는 동안 굳어져버린 노동 근육이 다시 쓸만할지 걱정이 컸던 것이다. 익숙함이 사라진 상태로는 전문성을 약속하기가 어려우니. 노동자로서의 자신감이 개미 똥구멍만 해졌다.


'다시 예전처럼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다 잊지 않았을까?'


하지만 세상에 인연은 있고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이번만큼은 이상하게 조금 달랐다. 당시 육체와 내면 모두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점이었고, 잘 알려진 재밌는 회사였고, 프리랜서로 일해도 괜찮다는 조건까지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원하시는 프로젝트 전체가 내가 웨딩북에서 가장 열심히 하던 딱 그 일이었다.


'이건 내가 제일 많이 고민한 일이었으니까.
이 분야만 하는 거라면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롭고 즐거웠던 백수의 삶이

내게 맞춤 제작한 것 같은 일 앞에 무너진 것이다.


그렇게 어쩌다 독립 노동자,

줄여서 어쩌다독노가 돼버렸다.








독립은 꿈도 못 꾸던

6년 차 스타트업 노동자



대학을 졸업한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뼈속까지 단단한 회사 노동자였다. 입사는 필수, 이직은 선택. 그 두 선택지밖에는 없었다. 월급의 안정성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무얼 하든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해낼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잘하는 일, 깊은 열정을 가진 일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었던게 컸다. 그나마 창업하는 친구들이 가장 멋있어 보였지만 아직 깜냥이 안됐다고 생각했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뾰족하게 일해오신 분들이 부러웠지만 나는 세상에 재밌는 게 너무 많았다.


워낙 주도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좋아하기에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타트업'이라는 업계는 정해져 있었다.그렇지만 이 세계에서는 대표도 임직원인 큰 기업들과는 다르게, 회사 내부에 딱 두 가지 계급만이 존재한다. 창업자와 회사노동자. 


당연히 나는 무서운 창업 대신 노동자를 택했고 그렇게 스타트업 전문 노동자로 4개의 회사를 거치며 PM -> 마케터/PR -> 조직문화 담당자로 직무도 크게 피벗 했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했던 일, 조직문화는 정말 만족했던 업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직무를 할 때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짜릿함이 있었다.


와 이거 짱 어려운데 짱 재밌다......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기에 다시 일을 한다면 역시 HR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조직이 존재하지 않으면 '조직'문화 담당자는 존재할 수 없으니. 만약 다시 커리어를 가진다해도 당연히 회사노동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소속이 없는 프리워커,
4대 보험이 없는 독노자다.



회사노동자로서 일할 땐, 혼자 일하는 프리워커들에게 왠지 뭔가 대단한 계기와 근사한 스토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해보니 시작도, 과정도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프리워커의 기반은 회사노동자의 과거가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회사노동자로 했던 업무, 회사노동자로 배웠던 기획력, 회사노동자로 만났던 사람들, 회사노동자로 남겼던 콘텐츠들이 자유로운 노동자의 기회를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랬다.



결국 자유로움의 중심은

내가 회사에서 해온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조직문화 일을 처음 해보는

조직문화 담당자입니다



지금 내게 조직문화/HR은 없어서는 안 될 놀이터지만, 웨딩북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영영 이 재미를 모를 뻔했다. 스타트업 입문 후에는 HR 근처도 가본 적 없던 내게 웨딩북은 내 글과 가능성만 믿고 그 기회를 줬다.


2019년 4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웨딩북 조직문화 담당자가 됐다. 다행히 두 대표님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어디서도 만난 적 없었던 뛰어난 동료와 1년 6개월을 미친 듯이, 그리고 즐겁게 일했다.


우선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인사 담당자가 없던 조직에 조직문화가 녹은 인사체계를 갖추는 게 일이었다. 혜운 님과 비어있던 사내 시스템 전반을 하나씩 갖춰나갔다. 채용, 온보딩, 오프보딩, 중간 관리자 회의체 운영, 핵심가치 빌딩,  조직진단 서베이 기획 운영,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지원 및 감독 등. 결국 구성원들이 회사 생활의 매 순간마다 '우리답다'라고 느낄 수 있게 설계하고 지원 및 감독하는 것이 우리의 업이었다.


특히 채용이 조직문화를 발전시키고 수호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모든 직무면접의 한 명의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좋은 분을 찾기 위해 면접 질문을 더 많이 고민했다. 다른 직무로 일할 때는 가끔 팀 멤버를 뽑는 경우에만 고민했던 일이,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많은 경험을 통해 채용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고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됐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돈 주고도 못하는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다움을 알리는

그 매력적인 일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체계적인 기반이 잡혔다. 이제는 내가  회사에 들어온 이유를 실현해야  차례였다. 우리 조직과 문화를 콘텐츠와 메시지를 통해 밖으로 알리는 . 팀과 함께 '문화 에반젤리스트'라는 포지션에 걸맞은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우리만 아는 우리 회사와 문화를 어떻게 알려야 할까

세상에 우리 회사가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이 우리 회사와 잘 맞을까

어떤 메시지가 그들의 마음을 뛰게 할까



결국 '우리다움'을 정의하는 게

첫 번째였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 완벽한 조직은 없고, 그만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회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목표는 쉽고 단순했다. 


우리가 원하는 인재만 우리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느끼면 된다는 것.


예산은 없지만 오히려 틈새시장을 노려 정확하게 포지셔닝할 수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럴 땐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야지.


누구나 알지만, 같은 단어로 설명하지 못했던 우리 문화를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하고, 이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노션을 독학하며 만드느라 어려웠지만, 동료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엇보다 열심히 했던 프로젝트였다.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즐겁게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사진을 잘 찍는 동료 한 분과 디자이너 한 분을 TF로 꼬셨고, 각 부서의 추천을 받아 모델이 돼줄 멤버들도 공개 모집했다. 자연스레 동료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본능적인 오너십과 애정이 생겼다. 조직문화를 알리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다워서 더 좋았다:)

(만들었던 과정과 고민은 이 글에)


그렇게 2020년 4월,

웨딩북의 조직문화와 채용정보를 함께 알리는 노션 페이지가 세상에 나왔다.










메시지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스토리의 힘




비전, 미션, 핵심가치, 인재상, 조직문화 안내글, 복지제도 리스트.
 

조직문화를 느낄 수 있는 메시지들은 보통 이런 곳에 적히고 읽힌다. 회사 홈페이지, 채용 페이지, 채용공고 등 장소도 여러 곳이다. 하지만 한번 쓰이고 한번 읽히는 메시지는 힘이 약하다. 같은 포맷으로, 늘 그 자리에 있는 메시지들은 아무리 멋진 미사여구를 더해도 죽어있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우리다움'도 마찬가지다.

더 강하고 더 진정성 있는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려면, 다양한 주제로, 다른 목소리로, 꾸준히 얘기해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특히 웨딩북 조직문화는 '헌법'이라는 토대에서 세워졌기에 단단해 보이지만 그만큼 업데이트를 통한 생명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팀 블로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 동료들이 각자 어떻게 일하는지, 각자의 고민과 배움은 뭔지. 그런 내용의 콘텐츠는 어떤 문화 안내글보다 힘이 강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 블로그의 핵심은 다양한 멤버들이 자발적, 자발적, 자발적으로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근데 그게 제-일 어렵다. 그래서 동료들이 진심으로 설득될 수 있고, 필요하다고 느낄만한 근거가 필요했다. 왜 기록이 필요한지, 그것이 개인과 조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만드는지를 안내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지 않으실 수 있게 주제를 함께 잡아주는 조직문화팀과 함께하는 작가별 킥오프 미팅도 운영했다.


그게 기획 문서의 바탕이 됐고, 나중에는 팀블로그 작가들이 가장 먼저 보는 페이지, 웨딩북 컬처로그 101이 됐다.

(*현재는 내용만 업무 기록으로 남아있음: 링크)



더불어, 하라고 한 사람이 열심히 안 하면 어떻게 되겠나. 결국 동료들을 설득하려면, 조직문화팀이 가장 적극적으로 써야 했다. 특히 이 블로그를 만들고, 문화 에반젤리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내가 가장 열심히 실천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바로 2020년 2월 12일부터 매주 한 편씩 썼던 조직문화 일하기 글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우리 팀이 했던 고민과 결과, 회고 등을 글로 완성해 팀블로그브런치에 함께 올렸다.

 


개인 브런치에는 조직문화 일하기 매거진에







마케터 DNA의

본능적 넛지



우리 업을 안내하는 채용공고와 토론 면접방식. 두 편의 글을 적고 조금 아쉬웠다. 우리 멤버들이 쓴 블로그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게 하고 싶었다. 내 글이 제일 만만하니 이걸 테스트 재료 삼아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가장 쉽게는 광고를 태우면 되겠지만, 광고 마케팅은 숫자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오가닉 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순 없을까. 정말 돈이 만들어주는 노출과 조회수만이 방법일까.


그때 문득 업계 많은 PR분들이 페이스북 댓글을 활용해 오가닉 노출을 높였던 케이스가 생각났다. 같은 고민과 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만들고, 댓글에 소속과 메일 주소를 남겨주신 분들께 보내드린다고 하면 어떨까.


그만큼 가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결국 시간을 더 들여, 1편의 결과물로 조직문화 진단 질문 리스트를, 2편의 결과물로 문화진단 보고서 샘플 양식을 만들었다.


한번 더 신경 쓴 점은 공유하는 자료가 다시 우리 채용력을 높이는 선순환이 되도록, 자료와 송부하는 메일 모든 곳에 노션 채용페이지를 잘 보이게 링크했다. 이것도 유저 경험이라고 생각해 접근한 결과다.


보이시나요. "웨딩북팀의 모든 것"




그리고 결과는 완전한 성공이었다.


광고비 0원으로

<12월의 코끼리 찾기> 1편은 댓글이 118개, 총 공유수 416건.

<12월의 코끼리 찾기> 2편은 댓글이 105개, 총 공유수 252건.


한동안 업계 지인분들에게 '페이스북만 열면 코끼리가 보여요'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고심했던 자료인 만큼 업계 내 80명이 넘는 분들이 자료를 요청해주셨다. 이 분들은 예삿 분들이 아니라고 생각해 메일 주소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 (지금은 퇴사로 다 삭제했으니 걱정 노노!)


우리 조직문화 이야기를 읽고 자료까지 요청받고 싶어하실 만큼 액티브한 유저라고 여겼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굳이 이 분들을 직접 채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그룹을 잘 관리한다면 “웨딩북 조직문화 좋대”라고 이야기하는 스피커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냥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한 시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혜운 님이 새로운 시각을 던져줬다.


다연님이 마케터와 PR을 했으니까 이런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이 1년 뒤 어떤 나비효과를 만들어낼지는 모른 채 그때는 그냥 허허하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글이 하나씩 쌓여가던 어느 날,

정확한 시점은 몰라도 어느 순간,
웨딩북은 2020년 상반기 조직문화를

가장 고민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우리다움의 명확한 정의, 살아있는 스토리, 자동 노출 넛지많은 사람들이 '웨딩북'을 알게 됐고, '웨딩북'하면 바로 '조직문화'를 떠올렸다. 차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채용 브랜드로 진한 색깔을 갖추어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역시 채용 담당자로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많은 면접 참여자분들이 '직장을 고를 때 조직문화가 중요한 사람이라 웨딩북이 지원했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낮은 비용으로 높은 채용력을 가질 수 있었다. 예전처럼 한 명을 채용할 때마다 대표님이 발로 뛰지 않아도 됐다. 먼저 찾아오는 건 물론이고 열려있지 않은 포지션에도 문의를 하는 인재들이 많아졌다. 알아서 돌아가는 채용 엔진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어떤 결과물보다 값진 건 과정을 통한 성공경험이다. 우리 조직과 팀 모두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알게 됐고, 채용 브랜드는 왜 만드는 것인지, 채용 브랜드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단단한 믿음이 생겼다.











백수보다 재밌는 일,

스타트업 채용 브랜드 만들기




결국 나를 독립노동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첫 번째 프로젝트 제안은 앞서 설명한 일을 복사+붙여 넣기 한 것 같은 주제였다. (어떻게 귀신같이 알았을까 싶을 정도...)


클라이언트 요청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랬다.


서비스는 너무 유명한데
직장으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능력 있는 시니어급 인재를 대규모로 채용해야 하는 시점인데
잘 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어떤 전략을 잡고 어떤 실행을 해야 할까요?


제안을 듣자마자 말하고 싶고 묻고 싶은 게 수도 없이 생각났다. 잠자고 있던 일에 대한 열정이 퐈이어!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고용주로 우리는 어떤 회사인지,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 알리는 일.

어떤 사람들이 일하며, 어떤 사람이 잘 맞는 환경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일.



결국 이 답은 채용 브랜드, 고용주 브랜드(Employer Brand)에 있다. 실무자로 일할 때는 내가 어떤 분야의 일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채용 브랜드는 HR 연구 분야 중 하나며, 최근 격화된 인재 경쟁으로 몇 년 전부터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신기한 건 서비스의 유저에게 보이는 제품 브랜딩과는 전혀 별개의 얘기라는 것. 또한 고객에게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지를 항상 고민하는 것에 비해 고용주로서 어떤 조직인지 생각해본 세월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 구성원을 고객으로 보는게 익숙하지가 않다는게 문제다.



즉, 이 스타트업에게도 채용 브랜드라는 것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 그건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메시지를 뽑아내야 하는지, 어떻게 보이고 관리되어야 하는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상황을 잘 모르지만 어렴풋이 시도해볼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생각났다. 웨딩북 채용 브랜드의 처음처럼 '우리다움'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도 궁금했다.


어쩌면 그때 내 마음은 이미 답을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 이 일은 하고 싶다. 재밌겠다.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순간 내 백수생활의 종료 벨이 울렸다.













지저분했던 이력서가

알고 보니 내 업의 본질



나는 늘 직무가 일관되지 않았던 이력서가 좀 부끄러웠다.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일의 분야를 알고 프로젝트를 해보며 꼭 일관됨이 전문성을 낳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지저분한 이력서가 채용 브랜드같은 융합적인 분야를 만날 수 있게 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도 그런 것이 이 일을 좋아하려면 HR에 대한 이해와 신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마케터 관점처럼 구성원과 지원자를 유저처럼 여기며, 어떻게 매력적인 브랜드로 Attraction과 Retention을 이끌어낼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사고의 양손잡이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채용 브랜드 빌더로 일하는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




마케터의 본능과 감성 & HR의 신념과 이성
양손으로 스타트업 채용 브랜드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한 줄만 가지고 시작한 첫 프로젝트가 벌써 다음 주면 3개월 여정의 마일스톤을 마친다.


컨설팅처럼 말로 하거나, 강의로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처음부터 내재화를 목적으로 내부 TF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덕분에 아주 밀접하게, 그리고 빠르게 그 스타트업만이 가진 고용주로서 매력을 내외부 데이터와 인터뷰 분석을 통해 전략을 함께 뽑아냈다.


물론 모든 일의 처음이 그렇듯, 매일이 도전이었다.  초심자의 의문과 불확신을 딛고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했다.


우선, 가장 큰 도전은 안에서 했던 일을 외부인으로 이끌며 부끄럽지 않은 결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였다. 나 조차도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의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환경적 한계가 더 잘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고 담당자로 일할 때보다 더 나은 역량과 결과물로 발전시킬 수 있던 계기가 됐다.


나도 정확히 모르면서 내부에 가이드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프로그램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했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기에 PM 같은 프로젝트 계획에도 많은 노력을 들였다. 또한 내부를 액션 하게 하기 위해서 논리는 더 단단해져야 했기에 설득력을 더 높이고 이해하기엔 더 쉽도록 국내외 자료를 통한 공부도 병행해야 했다.


결국 바깥에서 일할 수록 더 뾰족한 역량과 단단한 바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 노력을 통해 조직 내에서 본능과 직감에 의존해 실행에만 초점을 맞추던 업무를 데이터 기반 분석, 통합적인 전략 기획, 내재화 방식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게 핵심가치와 인재상, 채용-온보딩-오프보딩 프로세스까지 이어져있다는 것도 알았다.


사실 시작할 땐 '이것만 우선 잘해보자'의 단순한 마음이었기에 큰 뜻이 없었다. 조직 안에서 그저 필요해서 했던 일들이기에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좀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더 많은 스타트업을 도와 각자 명확한 채용 브랜드를 가지게 하면 어떨까?

그러면 조직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핵심인재를 데려올 수 있게 될 것이고,

지원자도 본인에 맞는 채용 브랜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스타트업이 '네카라쿠배당토'가 될 수 없고
'네카라쿠배당토'는 모두에게 신의 직장이 될 수 없으니까.




나는 그때 독립을 결심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간간히 알려드렸던 여러 스타트업의 대표님과 경영진, HR 리더분들이 이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셨다. 요즘 제일 어려운 게 채용인데, 큰 자본이 없는 곳은 이 경쟁에서 어떤 전략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이런 도움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현장의 필요를 직접 말해주신 것이다.


덕분에 이미 다른 프로젝트도 삽 뜨기를 시작했다.독립노동자로서 새로운 선이 될 점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게 지저분한 이력서가 만들어준 길이며
조직에서 가장 잘하고 싶었던 일이 만들어준 시작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라서




프리워커, 인디펜던트워커, 독립노동자.

이렇게 소속이 자유로운 노동자를 가리키는 말이 다양하게 생겨날 만큼 시장의 이해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다고 생각한다.


조직생활이 싫어서, 9to6 삶이 싫어서, 워라밸을 가지고 싶어서, 팀으로 일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맘대로 하고 싶어서 등의 오해로 ‘혼자 떨어져 나와 일한다’는 시선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을 유난스럽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의 자유만 원해서 독립을 한다고 하기엔 정말 가성비가 안 나오는 장사다. 그 대가로 이겨내야 하는 불안함과 공포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회사였으면 다른 담당자가 해주셨을 일이 이제는 모두 내 몫이기도 하고. 확실히 조직에 있을 때보다 더 일한다. 이미 일요일은 내게 워킹데이가 된 지 오래다. 이만큼 영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일이라는 것. 결국 이 프로젝트를 마칠 때쯤 구직을 하는 게 더 쉬운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 더 해보고 싶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지 나조차 언어화를 못할 때 진기주 배우님이 나온 유 퀴즈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인 대기업 직원과 기자, 슈퍼모델이라는 직업을 거쳐 결국은 가장 하고 싶었던 배우라는 직업을 찾게 된 여정을 공유하는 이야기였다.

과거 직업들에서 만족하지 못해 돌고 돌아 좋아하는 일을 찾은 진 배우님께 MC유가 "이 일은 본인에게 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진 배우님은 이렇게 답했다.




물론 그동안 제가 거쳐왔던 직업들에 비해 가장 불안정적이고 가장 자존감도 많이 깎이고, 상처도 가장 많이 받고 한데요. 그냥 흥미로워서 좋아요.

상처를 많이 받게 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


출처: <유퀴즈 온더 튜브> Youtube 채널




나도 똑같은 마음이라 생각했다.


독립해서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 불안정하고 매일이 어려운 도전이지만, 그걸 다 이길 수 있을만큼 채용 브랜드라는 분야와 스타트업을 돕는 일이 너무 재밌다. 진 배우님의 말처럼 내게 '그냥 몇 시간 못 자는데도 눈이 번쩍번쩍 떠지는 일'이다.


단순히 말해, 어떤 제약없이 이 주제를 한번 제대로 파보고 싶은 마음이 독립의 걸음을 딛게 한 것.



결국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어쩌다독립의 근사하지 않은

시작 이야기다.












앞으로 프리워커로서의 이야기는 <우당탕탕 프리워커> 매거진에 발행하려고 합니다:) 독립을 한만큼 자주 글을 쓸거예요.
우리 자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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