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프 크래프터 Dec 09. 2023

허리디스크 환자가 아이 덕분에 헬스를 시작했습니다




1.


나의 허리디스크 고생기는 6년 전부터 시작한다.


스타트업에서 2년 간 고생을 하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다. 논문을 찾아보고 발제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힘들었다. 안 하던 공부를 하니까 몸이 거부를 하는 건 아닐까? 농담처럼 생각도 해봤지만, 단순히 웃어 넘기기에는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앉기만 하면 엉덩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일어나면 좀 괜찮긴 한데, 연구실에서 서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공부에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서 정형외과에 방문했더니,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답변.


"요추 4,5번 퇴행이고요,

경추도 상황이 좋진 않네요.

C형 커브가 보여요."


그렇다. 소위 허리디스크라고 리는 상황에 쳐한 것이다.


그제야 모든 것이 다 이해되었다.


버스에 앉아서 학교 갈 때의 답답함

앉아서 발제 준비를 하면서 느낀 괴로움

모두 앉아있을 때, 퇴행한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리면서 느낀 통증 때문이었던 것다.


어쩔 수 없이 한 학기 만에 휴학을 신청하고 혼자 방학을 맞이했다. 앉아 있는 것이 괴로운 일일 줄이야.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돌이켜봤다. 무엇 때문에 이 젊은 나이에 허리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보통 디스크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디스크 수핵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퇴행성과 갑작스러운 사고로 디스크가 파열되어 생기는 탈출형. 나의 경우 전자인데, 후자에 비해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앉거나, 심지어 심한 경우 누웠을 때도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리면서 찌릿한 통증이 불규칙적으로 느껴졌다.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공부나 업무는 당연히 어렵고, 통증 때문에 잠에 깨기도 했다. 자연스레 삶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한 느낌도 경험했다.  


2.


회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매일 30분 이상 걸어보고, 체력이 허락하면 수영도 나갔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좋지 않은 자세로 허리에 무리를 가도록 살아왔던 과거는 쉽게 청산할 수 없었다. 


허리에게 주어진 부채는 그 이자까지 톡톡히 치러야만 회복할 수 있다는 듯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허리에서 얻은 빚을 갚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벼운 운동과 재활을 반복하며,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취업을 준비했다. 조금의 시간이 걸렸지만, 기존 스타트업의 경험을 잘 알아봐 준 회사를 찾게 되었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여전했다. 9시부터 18시까지 앉아 있어야 하는 근무환경 때문에 엉덩이에서 보내는 통증 참기가 정말 힘들었다.


즘은 스탠딩 데스크처럼 서서 일하는 자리도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을 요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래 예상했던 직무와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며, 힘들게 다시 취업한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일 하기 힘든 마음이 들었다.


이런 몸과 마음의 상태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 지금의 회사 포지션이 눈에 들어왔다.


급여가 높진 않지만, 안정적인 회사였고, 근무가 강도가 높지 않아서 지금 나의 무너진 상황에서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았다. 힘든 몸을 이끌고 다시 이직을 준비, 정말 감사하게도 원하는 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안정적인 회사에 안착했지만, 아직 허리 통증은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매일 퇴근을 하고 걷기를 반복하다가, 한 가지 돌파구가 보였다. 바로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좋다는 수영을 매주 꾸준히 한 것.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운동량을 늘릴 수 있고, 자연스레 코어 힘 강화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최고의 운동이다. 2년 정도 수영을 하면서 통증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에 허리디스크 환자의 수영장 도장 깨기라는 글도 썼다.


https://brunch.co.kr/magazine/swimmingtour허리디스크 환자의 수영장 도장깨기 매거진#허리디스크 #수영장 #디스크회복brunch.co.kr/magazine/swimmingtour 


https://brunch.co.kr/magazine/swimmingtour




3.


수년의 걷기, 재활 운동, 수영 등의 노력을 통해 겨우 정상 궤도에 가깝게 올라올 수 있었다. 그동안 조금씩 좋아지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와도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탄력을 받아 해마다 통증은 더 줄어들었다. 디스크 판정을 받았을 때가 2017년이니, 무려 5년이 걸린 셈이다.


허리의 부채를 다 갚았다고 생각한 날,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이제는 더 이상 건강의 빚을 내지 않으리라. 더 벌어서 성장하는 건강의 자산을 구축해야겠다. 건강의 영역에서 가난하게 살지 않으리. 최소한 중산층은 되어서 내 몸뚱이, 그리고 가족을 지킬 수는 있어야겠다.


지금하고 있는 수영은 유지하고, 드디어 근력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간간히 코어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근력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몇 가지 운동을 하다가 허리 통증을 겪기도 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은 나와 먼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해 본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이미 허리가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이라면, 디스크 자체는 자연 회복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감싸는 근육을 키워서 통증을 예방할 수는 있다. 그렇게 맨몸 스쾃을 시작해 보려는 때, 문득 아이가 빼꼼하고 찾아왔다.


"아빠 저 왔어요. 저 들어서 안아줄 수 있어요?"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음파를 통해 처음 아이의 모습을 마주쳤을 때, 자신이 없었다.


이제 맨몸 운동을 겨우 시작한 상황인데, 아이를 들고, 무거운 것을 옮기는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잠시의 고민도 없이 헬스장을 등록했다. 이제 좀 괜찮아졌을 때 아이가 찾아와 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지난 5년간 여러 스트레칭과 홈트레이닝을 하며, 나의 몸을 이해했던 그 시행착오가 처음 헬스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약한 허리, 뻣뻣한 고관절, 짧아진 햄스트링 등 나의 약점을 먼저 차근차근 보완했고, 정말 가볍지만 조금씩 무게를 늘려갔다.


유튜브를 보면서 자세도 공부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는 방법을 실행했다. 지금 와서 느낀 것이지만, 허리 통증으로 우울했던 그 시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것저것 해본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더라.


헬스를 시작한 지 4개월 차, 나의 몸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큰 것은 허리 통증이 없어진 것. 간혹 무리한 날에는 찌릿함도 있었지만, 다음 날이 되면 괜찮아졌다. 헬스장에 있는 모든 기구의 사용법을 익혔다.


맨몸 스쾃을 하면서 허리가 아픈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바벨 스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건강해지고 나서는 기존에 하던 글쓰기와 영상 만들기도 더 편해졌다.


헬스를 하면서 지금까지 힘들었던 이유가 의외로 체력의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가장 큰 힘도 마찬가지로 체력에서부터 나오겠다는 생각으로 덕분에 꾸준히 헬스를 하고 있다.






J(태명)에게,

아빠는 너를 들어 올리기 위해 스쾃을 시작했단다.

너 덕분에 힘도 세지고, 더 건강해져서 고맙다.


이전 04화 맞벌이 부부가 출산 전 반드시 이야기할 5가지 주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