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의 걷기, 재활 운동, 수영 등의 노력을 통해 겨우 정상 궤도에 가깝게 올라올 수 있었다. 그동안 조금씩 좋아지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와도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탄력을 받아 해마다 통증은 더 줄어들었다. 디스크 판정을 받았을 때가 2017년이니, 무려 5년이 걸린 셈이다.
허리의 부채를 다 갚았다고 생각한 날,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이제는 더 이상 건강의 빚을 내지 않으리라. 더 벌어서 성장하는 건강의 자산을 구축해야겠다. 건강의 영역에서 가난하게 살지 않으리. 최소한 중산층은 되어서 내 몸뚱이, 그리고 가족을 지킬 수는 있어야겠다.
지금하고 있는 수영은 유지하고, 드디어 근력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간간히 코어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근력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몇 가지 운동을 하다가 허리 통증을 겪기도 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은 나와 먼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해 본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이미 허리가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이라면, 디스크 자체는 자연 회복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감싸는 근육을 키워서 통증을 예방할 수는 있다. 그렇게 맨몸 스쾃을 시작해 보려는 때, 문득 아이가 빼꼼하고 찾아왔다.
"아빠 저 왔어요. 저 들어서 안아줄 수 있어요?"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았다.초음파를 통해 처음 아이의 모습을 마주쳤을 때, 자신이 없었다.
이제 맨몸 운동을 겨우 시작한 상황인데, 아이를 들고, 무거운 것을 옮기는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잠시의 고민도 없이 헬스장을 등록했다. 이제 좀 괜찮아졌을 때 아이가 찾아와 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지난 5년간 여러 스트레칭과 홈트레이닝을 하며, 나의 몸을 이해했던 그 시행착오가 처음 헬스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약한 허리, 뻣뻣한 고관절, 짧아진 햄스트링 등 나의 약점을 먼저 차근차근 보완했고, 정말 가볍지만 조금씩 무게를 늘려갔다.
유튜브를 보면서 자세도 공부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는 방법을 실행했다. 지금 와서 느낀 것이지만, 허리 통증으로 우울했던 그 시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것저것 해본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더라.
헬스를 시작한 지 4개월 차, 나의 몸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큰 것은 허리 통증이 없어진 것. 간혹 무리한 날에는 찌릿함도 있었지만, 다음 날이 되면 괜찮아졌다. 헬스장에 있는 모든 기구의 사용법을 익혔다.
맨몸 스쾃을 하면서 허리가 아픈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바벨 스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이 건강해지고 나서는 기존에 하던 글쓰기와 영상 만들기도 더 편해졌다.
헬스를 하면서 지금까지 힘들었던 이유가 의외로 체력의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가장 큰 힘도 마찬가지로 체력에서부터 나오겠다는 생각으로 덕분에 꾸준히 헬스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