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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Dec 16. 2023

왜 아직 아이도 안 태어났는데, 육아일기를 써요?



1. 임신한 아내의 남편이 할 수 있는 것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몇 주간 지내면서 갸우뚱했다.


"생각보다 임신 전후 몸의 변화가 많지 않은 것 같기도..?"


이 생각도 잠시, 두 달 즈음되었을 때 아내의 배가 커진 것이 눈에 띄었다. 문득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임신 초기, 아이가 잘 크기를 맘 졸이면서 조심했던 아내의 노력을 남편이 잘 몰랐던 것이 아닐까.


아내 배속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예비 아빠로서 함께 출산에 동참하고 싶었다. 몸이 무거워진 아내가 하기 어려운 집안일을 조금 더 분담했다. 집안일이 늘어나서 부담되는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구매하여 해결했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며, 묘하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출산 전까지 눈에 보이는 일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걸까? 정작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불안감의 이유를 결혼식을 되돌아보면서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부부가 되는 것을 기념하는 결혼식. 혼인 의례를 준비하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갖추면서 정할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여러 지인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소식을 전하다 보면 어느샌가 결혼식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한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막상 살아보면, 결혼식은 단순히 지나가는 이벤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살아가면서 조율할 사안은 수도 없이 많다. 가벼운 생활 습관이나 취미의 차이부터, 서로 다른 경제관과 철학까지 다방면에서 협의의 연속이다.


출산도 마찬가지다. 출산까지의 과정에 준비할 것들이 정말 많다. 특별히 아이를 낳는 아내의 어려움을 남편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식 이후에 긴 시간의 결혼생활이 이어지듯, 출산 이후에는 최소 20년의 양육생활이 이어진다. 출산을 하는 산모도 챙겨야겠지만, 출산 이후에 양육의 방향을 제시해야 올바르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결혼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육아는 출산 이전부터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해 보기로 했다. 건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서 명확한 설계도가 필요하듯이, 우리 가정의 육아에 필요한 밑그림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실전에서 조금이나마 적응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청사진을 그리는 차원에서 출산 전 육아일기를 쓰기로 한 셈이다.



2. 사실은 나의 성장일기


육아 일기를 연재하면서 고민도 있었다. 콘텐츠로 돈을 벌고 싶은 나로서는 브런치 외에도 블로그와 유튜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매일 2~3개의 짧은 글을 쓰면서 다작을 해보고 있다. 작지만 광고 수익도 있고, 체험단이나 원고 작성 등 부수입원이 있기 때문에, 수익을 생각한다면 블로그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유튜브도 놓치고 싶지 않은 플랫폼이다. 커리어 관리, 직장생활 노하우, 자기 계발 등의 영상을 올리면서 힘든 시절도 있었다. 돈도 안 되는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


하지만 라이프크래프터라는 퍼스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이나 이메일을 받으면 뿌듯하기도 했고.


3년 정도 글과 영상을 만들면서 느끼는 점은,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주제를 다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괴로운 직장생활을 극복하는 방법, 회사 외에 다른 기회에 도전하는 것은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일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 주제가 더 자신감이 있다. 여러 번 커리어 전환을 하며 이직을 하는 방법, 회사에 적응하는 노하우를 종합했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경제적 자유에 도전하며 현실적인 노하우도 쌓아왔다.


반면 육아라는 주제는 대중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요 타겟층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가정에 한정된다. 합계 출산율은 0.66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갈수록 주요 독자층은 줄어드는데, 굳이 내가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적절할까.

단지 에세이라는 형태를 잘 담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브런치에서 연재를 생각한 것뿐인데, 아직 육아 노하우라는 것도 없는데, 지금부터 육아 에세이를 쓰는 것이 맞는 걸까.



이런 여러 고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육아일기를 연재하기로 결정했다. 당장은 나 자신을 위함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우리 가정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막상 쓰는 과정에서 변화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출산 후 예상되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노력, 그 과정에서 안정감을 찾은 노하우, 아이 덕분에 운동을 하다가 건강해진 나의 몸. 그 과정들을 하나씩 기록하면서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육아일기는 나의 성장일기이기도 하다.



3. 육아 시스템을 갖춰가는 과정


나의 성장을 되돌아보기 위해 시작한 육아일기. 조금 욕심이 있다면, INTJ의 체계적인 접근을 활용해서 육아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나눠보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현실은 가혹하다. 일 하느라 아이를 볼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갖은 에너지를 쓰며 업무를 마치고 나면, 집에서 활력도 넘치지 않는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육아라는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관점이 있다. 그건 바로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경제적 자유에 대한 꿈을 갖게 된 다음부터, 퇴근하면 편하게 쉬는 삶이 달라졌다.


주말에는 공부를 하거나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주중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업도 유지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투자 공부도 하려니 버거운 느낌이 들더라.


여러 영역을 힘겹게 운영하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직장인의 관점에서 정해진 일을 해결하느라 급급한 것이 아닐까.


오히려 사업가로서 각 영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보면 어떨까. 1인칭의 관점에서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3인칭의 시점에서 드론이 전체를 조망하듯이 더 크게 바라보는 것이다.


직장이라는 본업을 포함해서 콘텐츠와 부업 등의 프로젝트, 투자, 가정, 건강, 마인드 등의 여섯 가지 사업부를 구성하고 나서는 운영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우선순위에 따라 할 일을 배치하고 실행하면서, 자투리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하면서도 이전보다 안정감을 갖출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사업부를 구분하고 분간/연간 목표를 적어서 관리하기도 하고,

아내와 월간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보는 육아. 처음에는 육아도 '가정' 영역에서 관리할 생각이었다.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안을 정리해야 하고,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고려할 재테크, 교육관과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보니, 모든 영역이 결국 육아와 연계되어 있다는 결론을 지었다.


육아와 관련하여 현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을 지금의 시스템에 적용해 봤다. 기존의 영역에서 더 늘어나는 것도 있고, 영역 자체가 독립적으로 추가되는 것도 있다.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또 아이를 키우면서 바뀌게 되겠지만, 육아를 하며 이 시스템이 어떻게 발전할지 나눠보려고 한다.



아이의 재정은 투자의 영역에 포함되고, 건강과 교육은 구분해서 운영하게 되지 않을까





아내와 함께 출산을 준비하며 시작한 육아 일기. 성장 일기인 동시에, 시스템 발전 기록이기도 한 독특한 작품이 되었다. 


실제 육아를 하는 과정에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감사한 일이 될 것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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