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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Jan 07. 2024

비싼 영어유치원 대신 아빠 영어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1.



"제 강점은 영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말하기 상당히 민망한 말이지만, 다른 강점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그나마 영어를 내세우곤 한다.


입시를 위해 영어 시험 점수를 높여왔고, 몇 번의 계기를 거치면서 원어민 수준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통역병으로 군시절을 보내고, 카타르에서 해외 인턴을 하면서, 또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이 강점을 가지고 계속 일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커리어 전환 때문이었을까. 허리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고, 더 이상 성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급여는 조금 내려놓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았다. 건강이 회복되어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었을 즈음,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는 아쉬움.


"영어를.. 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일부 영어를 사용하는 부서가 있었지만,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영문 기사도 읽어보고, 해외 팟캐스트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영어 공부는 그만하고, 영어를 사용해서 가치를 만들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면, 만들면 되는 것. 아예 영어를 가르쳐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쳐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 입시 영어 과외를 많이 해본 덕에,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영어 말하기의 두려움을 없애고, 완벽하진 않아도 적극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눴다.


2.


한 때 영어 교사도 꿈꿨던 만큼,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시간이 꽤나 보람찼던 것 같다. 영어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시간. 지겨운 회사 일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 아닌가.


하지만 본업이 있는 만큼 그 이상으로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몇 개의 그룹을 진행하고 나서는 더 이상의 레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영어를 가치 있게 사용하는 시간은 다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출산 준비를 하다가, 다시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계기가 생겼다. 육아를 하는 지인 분들의 집을 찾아가 아이 물품을 받으러 다니던 중, 눈이 번뜩이는 아이템 덕분이다.




영어 교육에 진심인 지인 분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사셨다는 유아용 영어교재.


이 책을 넘기면서 빠져들었다. 어른들과의 대화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TOUCH, THINK LEARN라는 책인데 각 테마별 적절한 그림과 영어 단어와 문장 등이 한 장 한 장 담겨 있었다.


책에 나온 단어를 활용하여 아이의 수준에 맞춰 난이도 조절하며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몇 가지 샘플을 해봤는데, 지인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꼭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를 하라고.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책.


이거다.


나는 이걸로 아이 영어를 가르쳐주겠어.



3.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어유치원. 월평균 비용이 100만 원이 넘고, 비싼 곳은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유치원도 있다고 한다.


3년을 다니면 최소 3600만 원이 든다는 소리다. 아이 자산 구축을 위해서만도 돈을 모으기에 빠듯한데, 어떻게 매년 이렇게 큰 금액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영어 교육만큼은 대체가 가능할 것 같다. 그동안 영어 공부에 투자한 나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영어를 가르쳐주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영어회화 교육 포인트는 발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듯이 자연스레 말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관심사를 따라가면서 독려해 주는 방법이다.



당시에 사용하던 교재와 강의자료



영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영어 말하기를 더 하고 싶도록 만드는 방법. 상대방의 관심사를 잘 공감해주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촉진하는 것이 나만의 기술인 셈이다. 마침 이런 연습을 해왔으니, 아이 교육은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직접 영어를 가르치기. 단지 영어를 잘하게 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떻게 느끼는지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벌어서 더 좋은 사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도 실제 교육차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아이와의 교감을 하며 유심히 관찰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아이 덕분에 다시 찾게 된 영어 활용 방법.


비싼 영어 유치원 말고,

아빠 영어 강습소를 운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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