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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Jan 13. 2024

우리 딸, 혹시 영화감독 해볼 생각 없니?



J야, 이제 너를 밖에서 만나기까지 며칠 안 남았구나.


처음 너의 작은 모습을 보았을 때 그 벅차오름은 잊지 못할 거야.


무럭무럭 잘 자라주어서 이제 어느덧 38주,

엄마 배를 꽉 채운 너의 모습이

며칠 후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다.


네가 예쁜 공주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영화감독이 생각나더라.


여러 사람들을 이끌면서 창의적인 일을 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멋진 연출가 말이지.


꼭 뛰어난 여성 영화감독이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가든지

영화감독의 세 가지 태도를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 편지를 남겨본다,




첫 번째, 활기찬 생산자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네가 살아갈 시대는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을 해서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거야.


지금 우리 세대가 신기해하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일반화될 것이고,

그러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책이나 영상에서 알게 된 내용은 매 순간순간 뒤처지는 지식이 될 거란다.


반대로 생산자의 태도를 갖고 살아간다면, 경험하는 모든 내용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거야.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어떤 것이든 좋다.


어떤 직업을 가져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기여한다는 태도를 갖춘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평범한 직장인인 아빠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란다.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생산자로 살아가면서 그 느낌이 어떤지 만큼은 전해주고 싶었거든.


이제 글을 쓴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이 태도로 살아가면서 아빠의 인생이 정말 많이 변했단다.


감독이 만든 작품이 잘 될 때도 있지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다.


마찬가지로 너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기를 바란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너의 메시지를 꾸준히 계속해서 전하다 보면,

반드시 알아보는 시기가 것이다.


그때까지 아빠 엄마는 계속 응원할 거야.




두 번째, 너의 인생을 연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주인공처럼 살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항상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할 때도 있더라.


인생을 살다 보면 주인공은커녕, 조연, 아니 초라한 단역으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


- 최선을 다해서 도전을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 진심으로 믿었던 상대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상황


살아가면서 그런 어려운 상황은 항상 찾아오기 마련이야.


이때 주인공의 1인칭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좌절에 빠질 수도 있어.


막막한 터널 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 들거든.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본다면, 그런 시간도 너의 인생이라는 작품에 필요한 시간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감독의 눈으로 살펴본 너의 인생은 그런 굴곡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거든.


시련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은 그런 뜻인 것 같아.


우리 딸만큼은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축복할게.


연출가의 눈을 잊지 않는다면, 어려움 속에서 반드시 일어날 수 있을 거야.  

(이건 요즘 나에게도 하는 말이란다 ㅎ)




세 번째, 다른 사람과 함께하며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삶이 되길 바란다.


영화감독은 멋져 보이는 직업이지만, 사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단다.


반드시 영화에 출연하는 여러 뛰어난 배우들, 촬영을 돕는 수많은 스테프들이 있어야 하지.


그뿐 일일까?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돈을 투자받아야 해.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각본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고.


음악과 의상 등 다양한 분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없이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감독은 이런 많은 사람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모으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역할이지.


활기찬 생산자의 삶을 살면서 역경을 이겨내다 보면, 반드시 너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거야.


네가 만들고 싶은 가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공감하고 찾아오는 고마운 사람들을 잊지 말거라.


그분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함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를 갖추길 바랄게.


아빠는 우리 가정이라는 작은 조직에서 그런 연습들을 해보고 있어.


나름대로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시스템도 만들고, 재정적인 안정감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네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고 있단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함께 나아가기 위한 노하우를 잘 정리해보려고 해.


그리고 네가 성장했을 때 그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J야, 네가 이 편지를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거나 혼란스러울 때

이 편지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가 항상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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