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신사실을 알고 나서, 출산을 준비하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아이 맞이 준비에 허덕이던 시간도 있었다. 아마 양가 부모님과 지인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여정을 온전히 걷지 못했을 것이다.
본격적인 출산 준비는 세 달 전, 아이를 키우는 지인 집에 방문할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8개월 차 아이에 집을 방문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집 구조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의 생활 방식은 어떤지, 그에 따라 동선과 가구를 배치하는 방법 등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치 인턴 생활을 하는 것처럼 현실 육아 조언을 열심히 들으며 우리 집에 적용할 점을 메모하기도 했다.
처음 방문한 친한 지인집, 여기서 영어 유치원 아이디어도 생겼다.
그 이후로 연속되는 지인 집 방문. 고가 장비로 무장한 럭셔리한 집도 경험했고, 4세까지 아이를 키우며 웬만한 육아용품은 다 마스터한 지인분의 폭풍 설명을 듣기도 했다.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한 지인의 집, 덕분에 육아 가전의 신세계를 접했다
육아템을 마스터한 4세 아이의 집, 앞으로 아이가 크면 어떻게 집을 구성할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렇게 직접 찾아간 집만 네 가족. 직장에서 육아 물품을 주신 분들까지 합하면 여덟 가족이 되더라.
아기 나이도, 라이프 스타일도 서로 다른 가정에서 여러 물품을 받으면서, 육아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러 가정의 나눔 덕분에 생활하면서 직접 사면서 비교하는 시간을 아낄 수도 있었다. 귀찮아서 그냥 버릴 수도 있는 물건을 잘 정리해서 물려주신 지인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나눔 덕분에 동시에 집안도 열심히 비울 수 있었다. 매번 갈 때마다 많은 것들을 챙겨주시니, 당연히 비울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미니멀리스트가 덕분에 실천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비움이 연속되는 과정에 상당한 도전이 되는 나눔이 찾아왔는데...
바로 형 부부의 물건 나눔이었다.
미국에서 두 딸을 키우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형 부부. 유모차부터 수많은 미국 옷가지와 다양한 미국 육아 아이템을 가져다주었다.
몇 번을 옮겨서 거실에 풀어두니 마치 동묘 앞 시장을 방불케 하는 옷더미가 쌓였다. 그 외에도 부피가 큰 이동식 침대, 여러 육아 물건을 정리하느라 거의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주말 내내 정리를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감사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형에게 카시트 이용법을 열심히 배웠다.
여러 가정으로부터 받은 옷과 각종 의류를 정리하는 데는 장모님의 도움이 컸다. 연말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서울로 올라오신 장모님. 수많은 옷가지들을 각 종류별로 분류하고 우리 부부와 함께 세탁을 해주셨다.
새로 산 옷부터 속싸개, 방수메트, 육아용품, 헌 옷 등등 주부 9단의 빨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쉬지 않고 삶고 빨고 건조하기를 주말 내내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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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있는 모든 빨래대와 의자를 총동원하여 건조를 했다.
세탁 기록을 보니 세탁기만 하루에 7번을 돌렸군
아이 옷과 각종 헝겊류를 세탁한 다음, 어머니의 정리 컨설팅이 이어졌다. 너저분했던 공부방, 이제 아기 침대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정리 수납자격증을 갖춘 어머니께서 가장 적절한 구조를 제안해 주셨고, 빈 공간에 새로운 옷장을 들여주셨다.
부모님께서 책장을 옮기는 것도 함께 도와주시며 깔끔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방치해 두었던 방이 정리되면서 아이가 사용할 공간도 크게 확보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사람은 역시 아내일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작성하고, 여러 제품들을 꼼꼼히 비교하며, 차근차근 물건을 들여놓았다.
틈틈이 육아 관련 유튜브 영상을 틀어주며 어떤 물건인지 설명도 해주었다. 아이를 품느라도 고생을 하는 아내가, 다방면으로 챙겨주는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내가 손수 정리한 출산가방. 병원용과 조리원용으로 구분하고, 그 안에 내용물도 다 설명해 주었다.
내가 그나마 도울 수 있는 것은 주차별 할 일을 관리하는 표를 만들고, 함께 관리하는 것이었다. 각 주차별 병원 방문 일정과, 해야 할 일들을 주제별로 구분하고, 아내와 함께 운영을 해봤다. 회사도 다니고, 글도 쓰느라 바빴지만, 아내와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