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짜기누에고치색
자본주의 사회에 산업화가 발달되면서 "인공"적인 것들이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AI 덕분에 언젠가는 애인도, 가족도, 자식도 로봇으로 대체되어 화면에서만,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날이 영화처럼 올까..라는 상상해 본다.
추분이 지나고 비가 오고 확실히 바람이 달라졌다. 선선하다. 이제는 바람을 막아주는 옷을 꺼내야 할 때이다.
문득,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당연히 실로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히 인공적인 것들을 받아들이고, 뻔하게 사용하면서 자연의 것을 잊어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잊힘이 잃음으로.... 소중함을 지키기가 힘들어진다.
잘 본 적도 없으니 당연하다...
예전에는 소금으로 비단을 사고, 물물교환을 하며 모든 것들을 손수 만들어야 즐길 수 있는 '보상'이 확실했다.
지금은 '사이버 보상'을 좋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하지만 그 가치는 비슷하게 당연히 받아들인다.
큐알코드가 돈이 되는 세상이고, 바코드로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시대이니까 현금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조차
없어진 지 오래이다.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세대라 다행이지만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어떻게 옛 지혜를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잘 전달할 것인가..
누에는 아이보리에 가까운 흰색만 있는 줄 알았다.
" 아니~누에 알지? 우리에게 실을 제공해 주는.... 노란색인 것도 있더라...?"
"응. 알고 있는데?"
"우와~엄마는 몰랐던 걸 어찌 알았지?"
"유튜브에서 봤어."
일단 유튜브 본다고 혼내기만 해서는 안된다. 즐겁게 학습이 가능하니 매우 고마운 존재이다.
무늬가 있고 화려한 누에가 암컷, 노란색상이 암컷 누에고치이고 흔히 우리가 많이 보던 흰색 누에고치는 수컷이다. 요즘은 인공먹이도 먹일 수 있어서 천년 염색 말고도 다양한 실을 뽑아낼 수 있다고도 하는데... 과연 뽕잎만 먹는 누에에게 너무 괴롭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오늘의 카드는 암컷누에고치를 메인컬러로 하고 실을 글자의 색으로 표현하였다.
사람과 같이 태어나면서 1살, '1령 누에'라고 부른다. 3~4일이 지나면 '2령 누에'....
또 2~3일 지나면 '3령 누에' , 3~4일이 지나면 '4령 누에' , 4~6일이 지나면 '5령 누에'...
약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고치가 완성된다.
그리고는 고치에서 빠져나와 바로 교배를 하고 한 번에 1,0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A형인지 겹치지 않게 가지런히 예쁘게 말이다.
우리들도 힘들 때마다 "허물을 벗는다"라고 생각하면 조금 힘이 날까?
힘이 들 때마다 " 또 허물을 벗을 때가 왔구나.."라고 이제 생각해 보련다.
그때마다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성장을 즐기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누에는 7주 동안 4번 탈피하고 몸집이 만 배가 커진다.
그리고는 내가 좋아하는 번데기가 되기 위해 자신만의 집을 짓는다.
날개를 달고 나방이 되어 날아가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실을 뽑아내고 집을 짓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크나큰 선물을 주었다.
뽕잎만 먹는 편식쟁이인데 농약을 치지 않는 청정한 잎만 먹어야 잘 자란다.
아기처럼 보호해 주고 관리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누에가 없어진다는 것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 또한 파괴되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더 보호해야 한다.
누에가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누워있는 벌레에서 유래되어 누에가 되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열심히 실을 뽑아내니까
지금은 뽕잎만 먹고 잠만 계속 자도 괜찮다.
일단 부럽다. 할 일도 있지만 그 일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먹고 자고를 반복하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만큼 계획이 있다는 거겠지...
그래서 하늘의 벌레(天蟲)이라고 하는구나...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구나...
그렇게 자신을 지키면서도 인간들에게 먹거리와 비단을 선물해 주다니 최선을 다한 삶에 어떻게
상을 줘야 할지.....
스스로 집을 짓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실로 우리의 의생활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었기에 감사하다.
알고 보니 "명주 짜기 [ Myeongju Jiagi (Silk Weaving) ]"는 국가무형유산(1988.4.1 지정)이라고 한다.
국가유산청에서 발간하는 '국가유산사랑'이라는 월간지를 받아보는데 거기서 알게 된 사실이다.
명주 짜기는 본래 경상북도 성주군 두리실 마들에서 전승되어 오다 그 맥이 악화되어 최근에는 다시 경주시 두산마을을 중심으로 지정, 전승되고 있다. 명주 짜기는 뽕잎을 먹여 누에를 키우는 양잠부터 고치에서 실을 뽑아 생사를 만들고 명주를 짜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글. 국가유산청 무형유산국 조사연구기록과(2024.09 vol.238 p24)
어릴 적 공원 앞에서 삼각신문 종이말이에 담겨있는 번데기... 이쑤시개로 한 마리씩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소환된다. 이제는 그런 노점도 축제에 가서나 한 번씩 볼 수 있지... 캔에 누워있는 번데기를 맛봐야 한다.
지어진 집을 삶아서 '실마리를 잡고' 실을 뽑아야 그것이 진정한 비단, 명주, 무명, 모시, 삼베 등의 다양한 과정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천연자원의 옷이 된다.
그렇게 번데기는 식용이나 사료로 사용되고 하나도 버릴 게 없는 효자이다.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 조차도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포함되어 있다니 진정 감탄만 나올 뿐이다.
그런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시를 한편 선물할게.
건강할수록 고개 들고 자는 누에야
디스크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렴.
뽕잎 먹고 잠만 자는 네가 부럽구나.
탈피할 때의 고통과 아픔이
오늘의 나를 보는 것 같구나.
여러번 실패하고 견뎌내어
언젠가는 멋진 집을 지을 수 있겠지
너처럼.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힘든 하반기..
동기부여가 되어
희망의 실을 뽑아볼게
실마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니.
오늘도
허물을 벗어던지고
집을 짓는다.
5,000년의 우정 변치 말자.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대단하고 고마워.
이렇게 오늘은 누에에게 빙의되어 합리화를 해 본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신가요?
내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아무 생각 없이 누에의 대단함을 느끼고 싶다면 2011년에 제작된 다큐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