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물총새翡색
가을바람이 살랑 부니, 옛 선조들의 지혜와 애틋함이 문득 표현하지 못할 감사한 느낌으로 와닿는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고구려, 조선, 백제,,, 역사시간에 지도를 그리고 배운 것들을 필기해야 하는...
컴퓨터가 흔하지 않던 시절..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에 매료되어 그림과 글을 백지에 끄적였던 시기였다.
최선을 다해서 칠판의 판서를 옮겨 썼을 뿐,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필기를 하기에만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며칠 뒤, 역사 선생님께서
"너의 필기 내용을 전 교생들이 볼 수 있게 복사해서 사용해도 되겠냐?"눈 질문에...
너무 의아했지만 그때의 신호를 몰랐던 것이다.
평범하게 인문계고에 진학했고 이과를 선택했으며, 뒤늦게 고3 3월에 진로를 변경하였다.
(20년 즈음 지나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체능으로 내 진로가 결정될 것이라는 신호이고 기회였던 것 같다.
별생각 없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표현을 한 후,
그 당시 회색 갱지에 검정색 잉크향 가득한 종이 위에 나의 정성스런 필기는 전교생이 보는 유인물로 퍼졌다.
그의 보상으로 나는 "논술상"을 받게 되었다.
그림을 잘 그린 것도 아닌, 그 내용을 잘 외워 시험을 잘 친것도 아닌,
그저 그냥 판서를 따라 그대로 배껴 정리만 했을 뿐인데....
신기하다. 필기만 했을 뿐인데 논술상을 주시다니.....
일단 감사합니다.
이상하게 고려청자를 떠올리면 옛 추억이 소환된다.
그때의 그 기회를..조금이나나 빨리 눈치 챘더라면,,,고려청자처럼 유명해졌을까.
그래도,
그 귀한 시간, 곱고 감사한 시간에 내 마음은 아직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려청자(高麗靑瓷)는 고려 시대(918-1392)에 제작된 도자기의 한 종류로, 독특한 비취색의 유약과 섬세한 문양으로 유명하다. 몰디브, 발리에 비치색이랑 헷갈리면 안 된다.
비취와 비치는 다르다.
물총새의 화려함은 어디 가고 저채도의 녹색과 하늘색의 반반인,
민트색보다는 조금 더 어두운 그 특유의 맑고 푸른 색조로, 이를 '비색(翡色)'이라고 하는데,,
翡.. <물총새 비>이다. 나의 상상 속에 물총새의 색은 조금 더 푸른색이 감도는 메인 컬러인데
고려청자의 청(靑)에 힘을 많이 실었다보다.
"물총새의 빛" 물총새 비취색..
물총새의 깃털이 빛에 반사될 때 보여주는 광택과 매우 비슷하여 "물총새 빛"에서 비유되어 유래된 이름이다.
이 비색(翡色)은 매우 정교하게 조절된 가마의 온도와 유약 성분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빛을 받으면 더 깊이 있는 투명함이 느껴진다. 산화철을 포함한 재료와 고온에서 산화 환원 소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색깔로 고려 도공들이 수백 년 동안 발전시킨 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고려청자는 중국에서 전래된 도자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고려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것은 상감기법이 적용된 도자기이다. 상감청자는 도자기에 미리 새겨진 문양을 검은색이나 흰색의 점토로 채운 후, 그 위에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꽃, 나무, 동물 등의 정교한 문양이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
그 당시, 뛰어난 문화와 기술력을 상징하는 예술품으로 생각했고, 지금은 소장이 잘 되어 국립박물관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기술력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많은 외국인들이 이를 소장하거나 수출하기 위해 힘썼다.
하지만 14세기 이후, 원나라의 침입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고려청자의 제작 기술도 점차 쇠퇴하였고, 이후 조선 시대에는 분청사기와 백자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로 넘어가 또 다른 도자기의 종류로 매력이 바뀌게 되었을지라도,
지금까지 한참 전에 은퇴했던 고려청자를 기억하고자 한다면,
누군가,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지켜준 덕분이 아닐까...
꾸
준
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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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고에 감사하며
아무나 따라 할 수 없었던 귀하디 귀한, 맑고 푸른 색조, 물총새 비취 옥색은
정교한 가마의 온도와 유약으로 수백 년 동안 연구된 명품기술이다.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검은색과 흰색의 학, 모란꽃, 구름 등의 무늬가 돋보이는구나.
* 상감기법이란
청자의 바탕에 문양을 음각(陰刻) 한 후 그 부분을 자토(磁土)나 백토(白土)로 메꾸는 것으로, 이는 동양도자사에 있어서 획기적이라 할만한 창조적 기법으로 고려청자의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이제는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지만 '명품'이라는 단어는 아무 데나 붙이는 게 아닌 것을...
꾸준함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초심을 잡아본다.
귀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하는 걸로.
그렇게 매력을 찾아가는 걸로.
물총새 빛의 색처럼 깊이 있는 투명한 사람이 되는 걸로.
스스로 약속해 본다.
오늘, 당신의 색은 무슨 색인가요?
* 참고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