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및흰머리카락색
어제저녁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선생님들의 대화는 '마스크'로 시작되어 '마스크'로 끝이 났다. 결론은 마스크를 써야 얼굴이 따뜻하다는 것. 이미 그런 계절이 온 것이다. 내 건강을 위해 쓰기도 하겠지만, 여성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서 가리개로 추위로 인해 얼굴 체온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을 한다.
찬바람이 부니 또 모자가 생각난다. 나는 모자를 좋아한다. 며칠 전 모자를 선물 받아서 쓰고 다닐 날만 손꼽고 있다. 직장인인지라 아직은 모자를 쓰거나 운동화를 신거나 뱅뱅이 안경을 쓰는 것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되는 고지식한 라때인가도 생각을 해 본다. 가을이라 놀러 가고 싶은 것 같다.
" 가을 > 마스크 > 모자 > 머리카락 > 색깔 " 오늘은 수평적 사고법으로 이렇게 키워드가 이어진다.
젊음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하여 염색머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얼마 전 흰머리카락을 몇 개 보고는 기절할 뻔했다. 내가 드디어 흰머리카락이 나다니.....
흰머리카락이 당연히 나는 나이이지만 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릴 적 부모님이 내 나이였을 시절, 흰 머리카락 뽑으면 10원이라며 작은 무릎을 베고 누워 쉬셨던 기억이 난다. 그 또한 그때는 놀이였고 용돈벌이(?)였는데, 그리운 추억들이 소환되며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둑이 든 것처럼 큰소리로 호들갑을 떨며 드디어 나도 인생이 끝이라며.... 한숨을 쉬고 흰색 머리카락을 신기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검색했다.
Q. 사람의 머리카락 개수는 몇 개?
모발의 특성 두피의 모발은 인종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약 80,000-120,000개의 모발이 존재하고 평균 굵기는 80-120um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에서 서양인보다 모발이 더 굵고 모발의 개수가 더 적으며 단면이 둥근 직모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구글)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미용실에서도 반가운 손님은 아니고, 길면 머리 감기가 힘들어 결국 단발머리가 되었다. 지금은 기르는 중이지만 나이 들면 머리카락이 짧아지는 것에 대해 노여워하며 그렇게 연기하려 했건만 언제부터인가 나도 나이에 맞는 머리를 하고 있다. 받아들여야 한다.
십만 개의 검은 머리(솔직히 짙은 갈색) 중에 빛나는 하나의 흰 줄기... 앞부분이 아니면 스스로 발견하기가 참 렵다. 특히 정수리 부분은 내 눈의 사각지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매우 힘들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가 생각난다. 조리원에 가면 대머리인 아기부터, 숱이 엄청 많아서 이미 머리카락만 보면 돌이 지난 것 같은 아기들도 있다. 물론 머리카락이 길어 태어나면 더 사람다워 예뻐 보인다. 우리 아이들도 배안에서 이미 많은 머리카락을 길러 나와서 많이 예뻤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렇게 관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흰 머리카락이 생겼을까???
스트레스 때문일까~~ 초긍정을 가진 내가 무엇이 문제였을까..
'유전자'...
사람의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유전자 탓이 크다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모친은 지금 매우 예쁜 백발인데 유전자 대로라면 내 미래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겠다. 기분이 좋아지긴 하다. 내 눈에 예뻐 보이니 나도 예쁘겠지?라는 희망으로...
그런데 왜 "갑자기 흰색으로 변했다"라고 생각했을까.....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 처형을 앞두고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셌다고 전해진다. 죽기 싫은 그 힘듦이 머리카락을 하얗게 만든 것일까. 전해지는 이야기가 과하게 전해진 걸로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하룻밤 세는 아니라도 비교적 빨리 센다. 스트레스와 질병이 머리카락에 이런 노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충격이나 트라우마를 경험할 경우 머리카락이 하얗게 셀 수도 있다.
어릴 적 부유한 집 아이들은 '한약을 잘 못 먹어서' 흰머리가 났다고 한다. 이건 흰머리카락이 아니고 세 치라며 그렇게 강조를 했었다.
그런데 흰색머리카락 덕분에 머리가 멀리서 보면 은색, 회색으로 보이는 걸까?
그 이유는 시각적 착각이다. 흰색과 검은색의 중간혼합으로 점묘법처럼 중간색이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원래 색소를 그대로 가지고 있거나 색소가 멈춰지면 노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검은색 색소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나는 것이다.
중간은 없다.(갑자기 흑백요리사가 생각나는 군...)
나이가 들면 우리 머리카락은 진한 회색으로 변했다가 밝은 회색으로, 그러고 나서 결국에는 흰색으로 점차 색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리카락은 색을 만드는 걸 멈추는 것이다. 중년이 오면 검은색을 만드는 모낭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색소 생산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슬프지 않아야 할 텐데.... 빨리 받아들여야 할 텐데....
젊음 사이로 자라난 양심, 떳떳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이내 기죽어버린다.
어느새 너도 함께 성장하는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염색이라도 하는 날은 젊어졌다고 칭찬받아 좋다.
변한 게 아니라 멈춘 건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