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꽃순백마늘색
매일 글감 찾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관찰하고 관찰해도~~ 쉽지 않은데,
고기를 구워 먹다가 나온 마늘과 조우하고서 왜 네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까.... 하고 메모해둡니다.
우리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 마늘.
겉은 옅은 흰빛에서 베이지색까지, 깨끗하고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지만
껍질을 벗기면 안쪽에는 매끈한 순백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그 속에는 강한 향과 자극적인 맛, 강력한 살균력, 그리고 무수한 생명력이 숨어 있습니다.
마늘을 다지거나 으깨면 그 안의 알리신(allicin)이라는 화합물이 활성화되어
강한 향과 매운맛, 특유의 항균 작용을 발휘합니다.
바로 이 성분이 우리의 음식에 풍미를 더하고,
우리 몸의 면역력을 북돋아 주는 주인공이지요.
그냥 보면 참 온순하고, 착할 것만 같은데, 주변과 조화도 잘 이루고 말입니다.
마늘의 역사는 인류 문명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설한 노동자들에게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병사들의 체력을 보강하는 음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약용과 식용으로 쓰였으며,
특히 『삼국유사』에는 단군 신화에서 곰과 함께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원한 호랑이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인간의 생존과 희망, 그리고 신화 속 이야기까지 품고 있는 특별한 식물입니다.
마늘은 저장하는 과정에서 색이 살짝 변하기도 합니다.
껍질이 조금 더 누렇게 바래거나, 껍질 안쪽에서 초록빛 싹이 트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변화는 마늘의 생명력이 여전하다는 표시입니다.
특히 초록색 싹은 클로로필(엽록소)의 색으로, 빛을 받으며 자라난 식물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마늘의 뿌리와 줄기, 꽃은 각각 초록과 보랏빛을 띠며
흰 마늘 속살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만듭니다.
생마늘을 씹거나 다지면 입안에서 톡 쏘는 듯한 강한 매운맛이 납니다.
이것은 마늘 속 알리인(alliin)이라는 성분이 잘려나가면서 효소의 작용으로 알리신(allicin)이라는 화합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성분이 바로 마늘 특유의 매운맛과 자극적인 향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마늘을 익히거나 삶으면 어떻게 될까요?
알리신은 열에 매우 약해서 조리 과정에서 분해되거나 증발해 버립니다.
이때 마늘 속에 있던 자극적인 맛이 사라지고, 대신 단맛과 고소한 맛이 남게 됩니다. 그래서 생마늘은 맵지만, 삶거나 구우면 순한 맛으로 변하고 요리에 깊은 풍미만 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마늘’이라는 이름은 옛말 ‘마늘쪼’(매운 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우리말의 ‘마늘’은 순우리말로, 그 어원에는 매운맛, 날카로운 향을 가진 식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영어로는 garlic인데, 이는 고대 영어 garleac에서 유래했으며 창(gar) 모양의 잎을 가진 leac(부추류)라는 뜻으로, 창처럼 뾰족한 잎을 가진 식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계절을 견뎌낸 단단한 에너지,
그리고 우리의 밥상을 지켜온 강인한 생명력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마늘을 고기와 함께 노릿하게 구우며,
흰 포장지에 싸인 예쁜 마늘들은,
조용히 강하고,
때로는 매운맛을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미지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