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식물수세미색
얼마 전 행사에 참여해서 받은 수세미가 덩그러니 부엌에서 뽐내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환경을 생각한다며 요즘에는 천연수세미 전체를 선물로 주는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껍질을 벗은 채로 빛을 내고 있는 찰나, 딸아이의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이게 뭐야?” 하고 신기한 듯 물어보던 모습이 오늘 이 글의 시작이 되었지요.
" 정말 이걸로 설거지를 해요? "
답을 해주면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어릴 적 화단 한편에는 언제나 덩굴을 타고 자라는 수세미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당연한 풍경이었지요. 어른들이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고,
때때로 말린 수세미를 음식에 넣어 먹는 것도 특별할 것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파트에 살며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리면,
참으로 그립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과연,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요?
수세미는 어디서 온 것이고, 어떻게 이런 색과 질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식물 수세미는 초록의 생명력을 한껏 뽐내는 덩굴식물입니다.
처음 열매가 열리면 연녹색의 물방울 같은 표면을 가진 작은 수세미가 자라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표면은 점점 짙은 초록으로 변하고,
익어갈수록 노란빛을 띠며 속이 점점 마르고 건조해집니다.
이 황금빛으로 익은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천연 수세미’의 출발점입니다.
수세미 안에는 섬유질이 촘촘히 얽혀 있어
마른 껍질을 벗기면 실타래처럼 엮인 거친 조직이 드러납니다.
바로 이것이 욕실과 주방에서 사용하는 천연 수세미입니다.
시간을 통과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질감과 색은
인간의 손길이 더해지지 않아도 완벽한 쓰임새를 갖게 되지요.
어린 열매일 때는 엽록소, 즉 클로로필로 가득해 선명한 초록을 띠지만
성숙하면서 광합성 기능이 줄고,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노란색 색소가 나타나면서 점점 황금빛으로 변합니다.
이 과정은 생리적 변화, 즉 자연스러운 성숙과 건조의 결과입니다.
완전히 말라야만 그 거친 섬유질이 비로소 물건을 닦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요.
예전에는 늘 곳곳에 말린 수세미를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새삼 신기할 뿐입니다.
천연 수세미 하나에도 긴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새싹을 틔우고, 덩굴을 뻗고, 열매를 맺고, 색을 바꿔가며
마지막까지 인간의 손에 쓰임을 남기기까지
우리 삶도 그렇게 시간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도구 같아 보여도, 그 안에는 기다림과 변화, 그리고 쓰임이 있습니다.
혹시 당신은 지금 어떤 색으로 익어가고 있나요?
초록의 신선함을 지나, 황금빛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그 여정 속에서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에 닿아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도 자연이 만들어낸 소박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천천히 익어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느껴봅니다.
수세미처럼 정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당신의 오늘도 빛나길 바랍니다.
*이미지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