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복숭아백도색
무더운 여름날,
과일 바구니 안에서 은은한 분홍빛으로 고운 숨결을 내뿜는 과일, 백도.
한 손에 쥐면 보드랍고 포슬한 솜털이 손끝에 닿고, 그 안에는 흰 살이 드러난다.
속살은 부드럽고 촉촉하며,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백도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내미는 가장 따뜻한 선물 중 하나다.
백도(白桃)는 이름처럼 '하얀 복숭아'를 의미하지만, 완전한 흰색은 아니다.
미묘하게 투명한 백색 속살에는 연분홍빛이 스며 있고, 겉껍질은 창백한 분홍에서 연한 크림색,
때로는 해가 든 자리에 붉게 물든 얼룩이 피어나기도 한다.
마치 여름 햇살을 품은 살결 같고, 한낮의 구름 사이로 비치는 여린 노을처럼 보인다.
백도의 부드러운 색채는 복숭아 중에서도 여름의 정서를 품은 풍경이 된다.
흰색은 청결함과 순수함을 상징하고, 분홍빛은 사랑과 다정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백도는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시장에서 고르던 따뜻한 기억이나,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담은 과일 도시락을 떠올리게 한다. 시각, 촉각, 후각, 그리고 맛. 백도는 오감으로 여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과일이다. 백도는 단단한 황도에 비해 과육이 부드럽고 물이 많아 쉽게 무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관이 까다롭고 유통이 어려워, 손수 골라 사서 바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정성스럽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과일이다.
7월에서 8월 사이, 백도가 가장 맛있을 때. 그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름을 기다리고, 그 안에서 작은 설렘을 찾는다.
백도의 색은 여름의 속살을 닮았다. 포근하면서도 깊고, 상큼하면서도 시원하다.
엄마의 손길, 첫사랑의 설렘, 아이 손에 쥐어주던 과일 하나의 추억.
여름이 조용히 건네는 속삭임이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더운 계절의 따뜻한 색, 시원한 추억이다.
백도를 냉장고에서 꺼내 한입 베어무는 그 순간,
혀끝에 닿는 과즙은 마치 입 안을 스치는 맑은 샘물처럼 차갑고 순수하다.
따스한 햇살 속에서 갑작스럽게 만나는 한 줄기 그늘 같다.
백도의 부드럽고 투명한 과육은 고단한 여름을 위로하듯 천천히 녹아들고,
그 촉촉한 단맛은 머리끝까지 퍼지며 열기를 잠재운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여름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기적이라는 것을.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