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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강] 매끄럽게 완성시켜 주는 식용유

투명한 황금식용유색

by 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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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병, 식용유.


우리는 매일 무심코 프라이팬에 붓고 있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은 많지 않습니다.

병 속에서 반짝이는 식용유는 고요한 빛의 강처럼 흐르며, 때로는 투명하고 때로는 황금빛을 띱니다.


현대처럼 병에 담긴 식용유가 집집마다 보급되기 전,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서 기름을 짜내어 사용했습니다. 참깨나 들깨를 볶은 후, 절구나 맷돌로 찧어 기름을 짜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직접 짠 기름은 색이 탁하고 진했으며, 원재료의 고소한 향이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기름을 짜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제사, 잔치, 명절 음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사용되곤 했습니다. 기름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풍요와 축복의 상징이기도 했지요. 심지어 기름은 약으로도 사용되었고, 아이의 피부에 발라주거나 관절 통증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기름의 색은 그 시절, 집안의 부유함과 정성의 농도를 말해주는 신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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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게 쉽게 구매해서 사용하니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요즘 친구들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식용유의 색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됩니다.
첫째는 원재료. 콩기름은 맑고 투명한 노란빛을, 옥수수유는 조금 더 짙은 황금빛을 띠며, 해바라기유나 카놀라유는 연한 레몬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올리브유는 엷은 녹색부터 진한 황록색까지, 채취 시기와 숙성도, 정제 여부에 따라 색이 크게 달라집니다.

둘째는 정제 방식입니다. 정제유는 불순물과 색소가 제거되어 비교적 맑고 균일한 색을 띠며, 반면 비정제유(냉압착유)는 원재료 고유의 향과 색이 살아 있어 진하고 탁한 느낌이 납니다.

셋째는 신선도. 오래된 기름이나 빛·공기에 노출된 기름은 색이 탁해지고 불쾌한 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식용유의 색을 살펴보는 일은 신선도와 안전을 점검하는 첫 번째 단계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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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콩기름,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아보카도 오일까지 다양한 식용유가 있습니다. 각각의 색은 요리의 분위기와 맛을 바꾸는 힘을 지녔습니다. 바삭한 튀김 요리 뒤에는 늘 맑은 노란빛 기름이, 건강식을 만들 땐 짙은 녹빛의 올리브유가 존재합니다.

색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가 아니라, 우리가 요리에 담는 의도와 감정을 반영합니다.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전하는 노란빛, 건강과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녹색빛은 식탁 위에 조용히 감정을 전달하지요.


식용유는 투명하거나 연 노란빛을 띱니다. 맑은 그 색은 재료의 본질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요리의 풍미를 깊게 해주는 힘을 지니고 있지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는 식용유처럼, 관계 속에서도 조용히 스며드는 배려와 이해가 깊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 사이의 궁합이 맞지 않을 때 “물과 기름 같다”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과학적으로 물과 기름은 분자 구조가 달라 섞이지 않지만, 요리에서는 마요네즈처럼 계면활성제(유화제)를 넣어 서로를 조화롭게 섞기도 하지요.


그처럼 서로 너무 달라 보여도, 진심 어린 대화와 존중이라는 유화제가 있다면,

우리 역시 서로 다른 색과 성질을 지닌 채로도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식용유의 연한 노란빛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관계.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따뜻한 온도일지도 모릅니다.


식용유처럼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해 물과 섞이려 하거나

공기와 접촉되어 굳을 수도 있지만 좋은 기름은 건강에도 필요하다는 사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건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기를..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이미지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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