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 잡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향했던 오디션장은 만발의 준비를 한 사람들로 붐볐다.
설마 했던 전국노래자랑 예선.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무반주로 부르는 1차 예선은 말 그대로 야생이었다.
마이크를 쥐고 부르는 순간, 숨소리 하나, 박자 하나가 모두 드러났다.
앞선 오디션 참가자는 인플루언서처럼 무대를 장악했고 호응도 엄청 좋았다.
심장이 터질 듯 떨렸지만, 본능적으로 덩달아 박자를 타고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렇게 기적처럼 1차를 통과했다.
문제는 2차였다.
반주가 붙고, 카메라 테스트까지 들어가는 ‘진짜 무대’였다.
대기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순간 알았다.
“아, 여긴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사람들은 모두 노래를 잘했다.
결국 중요한 건 노래가 아니라 공감이었다.
무대가 밤늦게까지 이어지자, 나는 어느새 지쳐 있었다.
그때, 친정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재미있는 구경 좀 오세요. 전국 노래자랑 예선에 나갔는데 아… 근데 나 합격했어요.”
놀랍게도 아빠는 전혀 놀라지 않으셨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단숨에 달려와 구경을 하시며 격려를 해주셨다.
노래의 중복은 피해야 하고, 지역·직업·연령대의 안배도 중요하다는 조언.
마치 예능 제작진의 눈으로 무대를 분석하시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드디어 내 차례.
준비한 두 번째 곡은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어디서 강의하는지 물으시고 정확한 신원확인이 한번 더 들어갔다. 뒤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티브이 출연까지 하고도 신분증 위조자가 나오고 국적 없는 사람들이 발견된 사례가 여러 건이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저는 아닙니다~~‘
오래된 노래이고 지금 관람석에 있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곡이라 생각했지만 문제는 음정이었다.
생각보다 음이 낮아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 이건 망했다…”
좌절하려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실래요? 그럼 다시 해보세요~”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조건 기회는 마지막이야!‘
그리고 나는 망가짐을 불사르며 두 번째 도전을 했다.
온몸을 흔들며, 정말 ‘요지경’ 같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떨림과 땀, 그리고 이상한 해방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하지만 결과 발표는 쉽지 않았다.
1차와 달리, 모두의 무대가 끝난 후 최종 발표를 한다는 것이다.
37명의 무대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지쳐갔다.
“합격해도 걱정, 떨어져도 걱정”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드디어 발표.
순서대로 불리는데, 내 번호가 지나갔다.
“그렇지, 역시 여기 까지구나. 가요. 아빠 “
“ 같이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단념하려는 순간, 내 이름이 불렸다.
“합격입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배고픔과 피곤함 때문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 내 이름이었다.
그날, 나는 또 한 번 깨달았다.
무대는 여전히 내 삶을 흔든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준비하지 않은 순간에도,
무대는 나를 다시 불러내어 심장을 뛰게 한다.
이제는 TV 본선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하지?”
떨림과 설렘 속에서, 무대는 또 한 번 나를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