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메바 같은 나, 아메바 같은 너.

화백녹단세포아메바색

by 컬러코드
202408988-356.jpg


아이와 함께 미술관을 나서는 길,
조각처럼 딱 떨어지는 사각형도, 곡선의 리듬을 타는 그림도 아닌
애매하게 퍼지는 물감의 얼룩을 본 순간 아이가 말했다.
“ 엄마, 이거 아메바 같아.”

" 우와~ 아메바도 아는 거야?"


나는 그 말에서 글의 주제를 얻었다.

‘색이 없어서 더 모든 색이 될 수 있는 생명체.’
오늘의 색은, 바로 아메바다.


아메바(amoeba)라는 말은 그리스어 "아메보(ἀμοιβή, amoibē)"에서 유래했다.

의미는 "변화, 교체, 바뀜"이다. 이름부터가 유동성끊임없는 변화를 담고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이 아메바를 처음 관찰했을 때, 일정한 형태 없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모양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스크린샷 2025-09-22 오전 12.32.54.png
스크린샷 2025-09-22 오전 12.32.59.png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단세포 생물, 아메바.
현미경으로 보면 반투명한 젤리 같은 회백색, 때론 환경에 따라
옅은 회녹색, 연갈색, 회분홍빛을 띠기도 한다.

이 색은 아메바 내부에 있는 세포질의 구성, 그리고 먹이와 소화 기관의 색이 섞여 나타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메바는 늘 자신이 먹은 것과 있는 곳의 환경을 반영한 색을 띤다.
‘자기 색이 따로 없다’는 말은 바로 아메바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아메바는 형태가 없다.
하지만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모양도 될 수 있다.
팔처럼 뻗어 나가는 '위족(僞足, pseudopodia)'을 통해 움직이고
먹이도 감싸서 흡수한다. 이때 아메바의 몸은 흐르듯 모양이 바뀐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메바를 “유동적인 생명체의 상징”이라 부른다.



‘너는 왜 그렇게 우유부단하니?’

‘형태가 없어 도무지 모르겠어.’
아메바는 종종 그런 말의 비유로 쓰인다.
하지만 어쩌면 아메바는, 가장 유연한 생명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틀 없이 흘러가되, 자기 방식대로 존재하는 생명.

흔들리는 나에게,
누군가는 말한다. “너, 꼭 아메바 같아.”
그 말이 이제는 위로처럼 느껴진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자아는 고정되지 않은 채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라고 한다.
마치 아메바처럼.. 감정, 환경, 관계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지고,

그 속에서 우리는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

아메바는 이렇게 ‘형태 없는 나’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위족(가짜 다리)을 뻗으며 세상을 탐색하는 아메바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귀엽고 유연한 생명체에도 어두운 부분이 있다. 늘 Positive와 Negative를 생각해야 하듯이.

바로 네글레리아 파울레리(Naegleria fowleri), 일명 "살인 아메바".

뇌를 먹는 아메바가 물에서도 검출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섬뜩했다.
주로 더운 민물에서 발견되며, 드물지만 사람의 코를 통해 뇌로 침투해 치명적인 뇌수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치사율이 97%에 달할 만큼 위험하지만, 감염 확률은 매우 낮고, 깨끗한 물 관리와 예방을 통해 충분히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색이 없다는 것, 그래서 모든 색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메바는 우리에게 그런 가능성의 생명이다.


형태는 없지만 생명은 확실한 존재, 아메바.
그 색은 우리 각자가 만들어가야 할 ‘나’의 색과 닮아 있다.


오늘, 나는 무슨 색인가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 SDGs 목표 3. 건강과 웰빙 미생물의 존재는 인간 건강과 생태계 균형에 긴밀하게 연결

| SDGs 목표 4. 양질의 교육 아메바는 생명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기초 지식

| SDGs 목표 6. 깨끗한 물과 위생 살인 아메바 사례는 안전한 수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


*SDGs와 디자인에 대한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보충이 필요하신 분들은 권장합니다~




*이미지 및 참고자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4화약방의 감초는 밝은 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