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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석 버밀리온색은 과학입니다.

진사석적버밀리온색

by 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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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던 어느 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붉은 해’였습니다.
그 색은 흔히 말하는 빨강이 아닙니다. 설명을 해주려고 하니 매우 디테일한 묘사를 했습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면서도 어딘가 따뜻하고, 고귀한 느낌이 나는 붉은빛.


버밀리온(Vermilion)은 순수한 빨강과는 조금 다른 색입니다.


주황빛이 살짝 감도는 이 색은,

동양에서는 주홍(朱紅), 서양에서는 진홍, 혹은 신성한 붉음으로 불려 왔지요.


벌레라는 뜻의 vermeillon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내애



중국에서는 황제의 도장을 찍을 때 이 색을 사용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벽화와 도자기에,

중세 유럽에서는 성경을 필사하는 수도사들이 중요한 구절을 표시할 때 이 색을 썼습니다.


버밀리온은 원래 수은과 황을 혼합해 만든 인공 안료(진사)로,
화학적으로는 불안정하고 독성이 있는 물질이었지만,
그 강렬함은 생명과 죽음, 절대 권력의 경계에 있었기에 더욱 신성하게 여겨졌습니다.

스페인 서부 알마덴 광산에서 채취했다고 해요.

벌을 받아야 하는 죄인들을 이 광산에서 일을 하게 했다는 유래가 있는데 황화수은 성분으로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은근슬쩍 죽음으로 향한 심한 벌이기도 했지요.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버밀리온을 아낌없이 썼습니다.
렘브란트의 붉은 옷자락, 고흐의 붉은 들판, 고대 불화의 부처님 옷.
그곳에는 모두 버밀리온의 숨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안료는 시간이 지나면 어둡게 변색되기도 합니다.
빛나던 열정이 점차 무게감 있는 깊이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은, 어쩌면 인생과 닮아 있지요.




생명과 죽음 사이의 예술, 불완전한 아름다움, 그리고
‘영원히 남기고 싶은 감정’을 담은 색이죠.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강렬한 붉은색을 원합니다.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 SDGs 목표 4. 양질의 교육 지식과 문화의 전승

| SDGs 목표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문화유산의 보호

| SDGs 목표 12.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독성이 없는 안료로 대체하려는 기술 개발버밀리온은 더 이상 진사를 사용하지 않고, 무독성 합성 안료로 진화


*SDGs와 디자인에 대한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보충이 필요하신 분들은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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