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마니아의 이야기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스타벅스가 가진 장점은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1순위로 좋은 점을 꼽으라면 '커스텀'을 들 수 있다. 커스텀이라 하면 음료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부재료를 각자의 취향껏 더하거나, 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한동안 '커스텀'에 미친 사람이었다.
스타벅스 사랑은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된다. 한창 학업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기댈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행복한 방법은 바로 '당'이었다. 누구는 젤리, 사탕에 빠지고 누구는 과자에 빠지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스타벅스 프라푸치노와 사랑에 빠졌었다. 지금은 이가 시려서 잘 먹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음료 양만 약 600ml에 달하는 가장 큰 사이즈인 벤티 프라푸치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독서실 가는 길에 다 마셔버렸을 정도였다.
그 시절을 지나 대학생 때는 페이스북에 '커스텀 프라푸치노'가 유행해서 이것저것 새로운 프라푸치노가 유행했었다. '이 이미지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등의 이미지와 함께 돼지바 프라푸치노, 고디바 프라푸치노, 등등 다양한 커스텀이 유행했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왕복 3시간의 대중교통 통근을 했었는데, 이른 아침에 1시간 내내 그 핫하다는 지옥철인 2호선과 신분당선을 갈아타면 온 몸에 기운이 쏘옥 빠져있었다. 건물에 들어가기 전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새로 나온 텀블러도 구경하고 커스텀을 잔뜩 넣은 '그린티 프라푸치노' 한 잔이면 다시금 활기가 도는 듯했다.
아래는 장장 15년에 달하는 스타벅스 경험을 총동원하여 갖고 있는 궁극의 커스텀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름하야, 녹차밭 씹어먹기!
커피 :
에스프레소 샷 추가
(프라푸치노 로스트는 차가운 커피 원액, 에스프레소 샷보단 맛이 덜하다.
에스프레소가 뜨거워 얼음을 녹이기 때문에 '얼음 많이'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시럽 :
프라푸치노용 시럽은 라이트로
클래식 시럽 없이
우유/음료 온도 :
일반, 저지방, 무지방, 두유, 오트 중에 원하는 걸로
(녹차맛을 더 많이 느끼려면 저지방, 무지방을 추천한다.)
얼음 :
많이
휘핑크림 :
취향껏
기타 :
유기농 말차 파우더 2배 또는 3배로
과거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의 많은 음료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메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매우 높아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아이템이다. (현재는 이름이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크림 프라푸치노'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에 '크림'이 들어갔지만 위에 휘핑크림은 얹거나 빼거나 할 수 있다.
'녹차밭 씹어먹기' 커스텀의 핵심은 에스프레소 샷 추가, 우유 변경, 얼음 많이, 파우더 2-3배!이다. 이렇게 주문한 음료를 받는 순간, 이게 녹즙인지 그린티인지 의심할 정도로 찌인한 초록색의 음료를 받게 된다. 빨대를 꽂고 한입 들이켜면, 입에 쌉싸레한 녹차맛이 가득 퍼지면서 찬 음료보다는 빙수에 가까울 정도의 얼음 양으로 인해 골이 띵 할 정도로 온몸이 시원해진다. 샷 추가한 커피로 인해 녹차맛의 씁쓸함보다 커피의 향긋함이 뒷맛에 남게 되고, 우유를 저지방/무지방으로 변경한 덕분에 유당 특유의 텁텁함도 덜 느껴질 것이다.
휘핑크림은 건강을 생각하면 빼야 하지만, 종종 커스텀으로 '에스프레소 휘핑크림 조금'으로 올린다. 스푼으로 쌉쌀하고 달콤한 에스프레소 휘핑크림과 밑에 깔린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함께 떠서 빙수처럼 먹어주고, 크림을 다 먹고 난 후에는 빨대를 꽂고 달달한 입안을 다시 찌인한 녹차맛으로 덮어주면 이것이야말로, "입 안에 녹차밭을 세웠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파랑 -
이제는 이가 시려서 전처럼 프라푸치노를 먹진 못합니다. 위장 건강을 생각해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나, 제주 유기녹차를 마시곤 합니다. 어쩌면 프라푸치노는 저에게 있어 '청춘의 음료'였는지도요.
폭우로 인해 집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심란하여 오늘 글은 오전부터 잡고 있었음에도 결국 저녁에 업로드 하게 되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됩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브런치에 매일 올리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