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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06. 2022

#16 기어코 열 번을 먹었다,

미식의 고수가 되기 위해.

    고수. 이름부터 어렵다. 하수, 중수, 그리고 고수. 고수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다.


고수 (高手)

1.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수가 높음. 또는 그런 사람.  

2.    어떤 분야(分野)나 집단(集團)에서 기술(技術)이나 능력(能力)이 매우 뛰어난 사람.  


    그래서 이름이 '고수'인 걸까? 음식 고수를 먹을 줄 알아야 미식의 고수가 되는 것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뜨끈한 국물에 뽀얀 쌀면이 들어있는 쌀국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음식 중 하나이다. 고깃국물인 육수가 시원하니 맛있고, 왠지 밀가루 면보다 살도 덜 찔 거 같은 하얀 쌀면 또한 좋다. 하지만 쌀국수를 시키면 늘 듣는 질문이 있다.


"고수 드시나요?"


    고수, 고수,  고수가 대체 뭐길래...!  물어보는 데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음식을 먹을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선호한다. 손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는 방법이라면 (손에 묻히는 걸 싫어하면서도) 굳이 굳이 맨손을 써서 먹는 사람일만큼. 쌀국수와 고수는 떼려야   없는 짝꿍인 듯했다. 어딜 가도 고수가 조금 얹어 나오거나, 고수를 드시냐고 질문을 하거나, 심지어는 고수를 산처럼 쌓아놓고 무슨 라면에 김치 싸 먹듯 쌀국수에 고수를 싸 먹는 손님도 있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고수가 뭔지 모르니 호기롭게 "네, 주세요." 하고 쌀국수에 얹어진 초록색 풀을 마치 우동에 얹어진 쑥갓처럼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난 초록색 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야채 좋아 인간'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맛있겠지 생각했었다. 한 입 먹어보니, '웩. 이게 무슨 맛이람?! 풀에서 화장품 맛이 나잖아!' 즉시 고수를 다 골라내고, 평온한 쌀국수 흡입 시간을 가졌었다.

    하지만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고수가 대체 뭐길래..? 연예계의 대표 미식가   명인 성시경 님이 그런 말을 했었다. "고수의 맛을 모르면 미식가가 아니다.  열 번만 먹어보면  맛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도전하고  것이다, '고수   먹기'. 쌀국수를 무척 좋아하지만 매일 먹는 음식은 아니었기에 열 번을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쌀국수 국물에 담가서도 먹어보고, 면과 숙주와 고수를 동시에 와앙 씹어보기도 하고, 고수만 빼서 칠리소스에 찍어서 먹어보는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자 고수가 점점 향긋하고 고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시경 님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이제는 고수가 없는 쌀국수는 상상을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고수는 응용력이 좋았다. 멕시코 음식인 매콤 시원한 맛의 살사에도 고수가 들어가고, 태국 음식에도 다양하게 들어간다.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 세계 3 수프  하나인 똠얌꿍, 아삭아삭한 모닝 글로리 볶음에도. 고수를 곁들여 먹으면  음식에서 느낄  있는 풍미와 만족감이 후욱 올라간다.


고수가 올라간 똠얌꿍
고수가 올라간 살사타코


    어떤 맛을 알게 되는 ,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매우 크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먹는 음식이 있는데 알레르기가 있는  아니라면, 조금만 참고   먹어보는 것을 감히 추천드린다. 고수의 맛을 알기 전과 알게  후는  많이 다르고, 고수의 맛을 알게  지금, 나의 는 전혀 다른 세상에 와있기 때문이다.


이제 고수 추가는 필수!



- 파랑 -

이번 글은 쓰면서도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내일은 고수를 잔뜩 얹은 쌀국수를 꼭 먹어야겠습니다.

힘들게 썼어도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브런치에 매일 올리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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